보일러를 좀 틀 걸 그랬나...
추우면 악몽을 꾼다
나에게는 종종 반복되는 악몽의 레퍼토리가 있다.
1) 기억력에 관계된 불치의, 원인모를 병에 걸린다.
2) 정상이라면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해버리고 그것을 바로 잊어버린다.
3)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거리감이 생기고, 연인과 언제 헤어진지도 모르게 헤어진 상태가 된다.
이제야 이런 악몽들에는 내성이 조금 생기고 있긴 하나, 여전히 내가 두려워하는 일들이라서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약 4년 전, 간단히 말하면 불면증에 걸렸다.
스스로 잠에 들기는 힘들었다. 치료를 받았지만, '과연 언제 스스로 잠에 들 수 있는 날이 올지'는 까마득해 보였다.
아주 우연하게, 몇 잔의 맥주를 마신 날 3시간 정도 스스로 잠에 든 적이 하루 있었고, 비록 '술'이란 매개체를 이용해서 잠에 든 것이라 개운하진 않았지만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후, 어떠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약 6개월~1년 뒤에야 비로소 스스로 잠에 들고 조금이라도 더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머리가 돌같이 무거워서 일어나기 힘든 것은 몇 개월 동안은 크게 나아지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기억력에 있어서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거친 적도 없다. 음... 여태껏 내가 기억하지 못한 단 하루의 시간이 있었기는 하다. 그 시절에 나는 갖은 인간관계로부터 쓸데없이 상처를 받고 나 자신마저 무너져내리는 상황이었기에 그를 지켜보다 못한 가족들이 나를 이끌고 병원에 갔었다.
병원에 가도, 의사소통은 잘 되고 나 자신이 병원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확고했으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어두운 마음의 일면은 어느샌가 나를 다 뒤덮어 버렸고, 도무지 나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나는 하루 정도를 1인실의 병실에서 쉬게 되었는데, 아마 '적당한 안정'을 위해서는 돈이 얼마가 들든 간에 1인실이 나아 보였던 것 같다. 그 1인실에서 보낸 하루 정도의 시간이 기억에 없다. 이후에 어머니와 나의 기억을 비교해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시간이 기억나지 않음을.
그 시절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갔지만, 이후에 잠도 제대로 자고 그런 암흑 속에서 빠져나오면서, '기억을 잊어버린 그 일'이 내게는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그래서 악몽의 내용 중에 기억을 상실하는 병에 걸리는 일이 종종 포함이 되나 보다.
'2) 정상이라면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해버리고 그것을 바로 잊어버린다.'의 예는, 어제의 희미해진 꿈을 뒤돌아보면, 수업 중인 교실에서 뜬금없이 일어나 서 있거나(발표를 하는 것도 아닌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할 나의 아파트, 집에서의 내 행동이 맞은편 건물의 아파트 베란다에 선 사람들이 생생하게 지켜보는 일 같은 것이다. 실제로, 나는 산을 마주하는 쪽의 방에 있을 때보다, 맞은편 동이 보이는 쪽의 방이나 부엌, 베란다에서 행동을 더 조심하는 편이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망상들이 생겨나는 것일 수도.
가령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샤워를 하면, 거의 안방에서 하고, 맞은편 동이 보이는 부엌의 베란다로 이어지는 안방의 방문을 거의 완전하게 닫고 나서 샤워를 하는 편이다. 심지어 집에 '혼자'있을 때도 그러니, 평소의 피해망상(?) 같은 게 유독 심한 탓도 있겠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어렸을 적 친척들로부터 받은 수치스러운 한두 차례의 (그들에게 있어는 '별일 아닌') 일들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
'3)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거리감이 생기고, 연인과 언제 헤어진지도 모르게 헤어진 상태가 된다.'는 항상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워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짐이 되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는 대상은 '가족'이다. 이번 꿈에서는 불치의 병에 걸린 나를 가족들이(게다가 아버지는 정년은퇴,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신 상태에 남동생만 벌이를 하는 상태) 평생 부양해야 할 상황이었다.
처음에 남동생이 '괜찮다'라고 꿈의 어느 부분에 말을 해줬으나, 시간이 갈수록(꿈속의 시간은 빠르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가족들은 지쳐 보였다. 나에게 원망이나 무관심의 시선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뜬금없지만 최근 즐겁게 본, '러브 아일랜드'(외국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가 꿈에 믹스되어서, 그중 출연진 한 명이랑 가족들을 보러 갔는데, 가족들의 고단함과 냉기가 느껴졌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던 것 같다. '혹시 000 오빠는요?'
'너 그렇게 되고, 걔가 견딜 것 같니. 그렇게 잇속을 밝히는데 당연히 떠났지'
꿈속 엄마의 핀잔.
가슴이 부서지는 기분이었지만, 언제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기에, 지금 그의 상황이 어떤 지도 알 수 없었기에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정말 대책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잠수 이별을 당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휴, 인제 꿈 리플레이는 이 정도까지. 점차 기억이 날아가는 와중인데 굳이 붙잡고 써 내려가기도, 꿈의 내용에 심취하기도 지친다.
아침에 들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역시 보일러를 켜야 했어...
내가 안방에서 자기 때문에, 보일로 조절을 스스로 잘해줘야 나머지 가족들이 따듯하고 적절한 온도로 잠을 잘 수 있다. 그럼에도 땅바닥에서 졸린 몸을 일으켜서 새벽마다 보일러 조절을 하긴 조금 벅찬 감이 있다. 그렇다고 엄마로부터 겨우 양보받은 안방을 떠나긴 싫다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