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헬스장에 왔다. 어제까지 잘 보이던 태양이 또다시 구름들 뒤로 숨어 버렸다. 체감되는 기온도 낮아졌다. 어제와 같은 차림으로 등산 가면 딱 몸살 나기 좋을 것 같다.
비가 내리는 줄 알고 우산을 들고 나왔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요며칠 안 갔던 헬스장이다.
여태껏 헬스장에 갖다 바친 돈들만 모아도 중고차 한 대는 뽑을 것이다. 무슨 생각에선지 이번엔 세 달치를 한 번에 결제했다. 5월 15일까지. 지금까지 온날과 안온 날을 세어보면 비슷하거나 후자가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날씨가 좋아서 산에 가는 재미가 더 났다. 산에 가면 사람이 안 보이면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지만 헬스장에선 KF94 마스크의 코부분을 자꾸만 조이게 됐다. 만약 독하게 살을 빼려고 마음먹는다면 오전에는 등산, 오후에 헬스장에 가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까진 하지 못한다. 둘 중에 하나만 해도 스스로가 기특한 하루다.
기름값이 이렇게까지 오를 줄 모르고 운전해서 가야 하는 위치의 헬스장에 등록했다. 아마도 선착순에 들어 환급이 될지도 안될지도 모르는 체육 쿠폰의 대상 업체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외 변두리인 우리 집보다 그나마 신도시랑 가깝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 헬스장에서 사람 구경을 하고 싶기도 했다.
겨울철엔 장시간 방치해놓으면 배터리 방전이 걱정되니 차를 종종 헬스장까지라도 모는 게 의미가 있었고, 지금도 기름값과 코로나 때문에 운전을 거의 안 하므로 가끔씩 헬스장 갈 때 몰아주는 건 괜찮은 거 같다. 다만 백수신세에 달랑 헬스장 왔다 갔다 하는데 기름값도 잡아먹으니 약간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기도 한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각종 식당가가 위치한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남은 자리가 잘 안 보인다. 주차장 제일 끝의 빈자리를 찾은 순간, 입구 쪽 차가 빠지는 것이 보인다. 거의 주차를 완료한 상태지만 다시 그리로 가서 댄다. 헬스장 입구에서는 컴퓨터로 출석체크를 할 수 있다. 의무인지는 모르겠으나 올 때마다 체크한다.
휴대폰 번호 뒷자리로는 이미 등록된 고객이 있어서 네 자리에 0까지 붙여야 내 이름으로 출석체크가 가능하다.
오랜만에 왔더니 0을 붙여야 하는지 1을 붙여야 하는지 순간 헷갈린다.
락카는 거의 쓰지 않는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뭔가 그곳에서 씻는 것이 꺼려진다. 무엇보다 헬스장의 규모에 비해서는 꽤 좁다. 그래도 운동할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신발주머니를 들고 바로 신발을 갈아 신는다. 경사 조절이 되는 러닝머신의 빈자리가 있는지 멀리서 훑는다. 러닝머신 쪽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씨엔 다들 쉬고 싶은가 보다. 물론 직장인들은 일할 시간이고.
제일 끝의 러닝머신으로 가서 음악을 들으며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1시간을 걷는다. 경사는 1-3% 내에서만 움직이고 속도도 4미터~5미터/초에서 왔다 갔다 한다. 운동할 때엔 헬스장에 틀어주는 음악을 듣기보다 이어폰을 꽂고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듣는 편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각종 노래들을 들으며 그 노래의 춤에 대해 상기하려 했는데 헬스장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서론이 길었다.
이 중 몇 개의 노래들은 댄스곡이다. 특히 Fiction, 빌리진, 토이는 댄스를 배우고 싶은 노래들이다.
춤을 배워본 적은 몇 번 있으나 코로나 한참 이전의 일이고, 막상 배워보니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춤에 소질은 영 없는 거 같았다. 게다가 내가 추고 싶은 것은 남성그룹의 댄스였지만, 수강생들 대부분이 여자였고 가르쳐주는 댄스도 여자그룹의 댄스였다. 뭐 남성그룹의 댄스를 배웠대도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연하게 그 학원에서 타 레벨의 수강생들이 블락비의 토이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보았고, 반복되는 동작인 그 춤이 참 멋지고 우아하게 보였다. 이후 집에 와서 몇 번이나 블락비의 댄스 영상을 돌려보았다.
따라 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춤은 생각보다 세밀한, 여러 동작들의 조합이다. 춤을 배울 때도, 영상을 보고 출 때도 1-2-3-4-5의 동작이 있으면, 나는 항상 1-3-5만 겨우 따라 하기 일쑤였다.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이것도 최소 2년 전의 일이다) 댄스학원은 너무 갑갑하고 '벽'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어느 건물 한 층의 구석에 위치한 곳에 어머니를 설득해서 겨우겨우 찾아갔지만, 아마 입시을 준비하는 듯한 나이대의 분들의 낯선이에 대한 약간의 경계 같은 것도 느껴졌고, 무엇보다 공간이 춤을 춘 사람들의 열기 때문에 후끈 달아올라있을 정도로 좁고 숨이 막혔다. 나 같은 사람들이 배울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보 보니,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는 어려서부터 무용을 배웠지만, 나는 어쩌면 무용 쪽으로 나가면 돈이 많이 들 수도 있는 점과, 또 학업에 더 집중해주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인지 그 친구와 같이 무용학원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저 깊숙이 잊혀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 시절에 본 뮤직비디오 중 신화의 노래들만 기억난다. 지금도 종종 유튜브의 음악을 재생시켜놓고 빨래를 널거나 집안일을 한다. 이때, 전기세가 조금 아까워도 정지화면보다는 뮤직비디오나 댄스 영상을 틀어 놓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Maroon5의 SUGAR'는 한때 컬러링으로 했을 만큼 좋아하는 곡인데, 이런 류의 곡에도 여러 사람들이 댄스 버전을 만들어서, 그런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창모의 Meteor'도 댄스커버 영상이 많이 있더라. 참, 그러고 보니 대학생 시절 잠시 춤동아리에 나갔었다.
웃기게도 딱 한 곡을 배우다 활동이 끝이 났다. 졸업시험 준비로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학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곡은 바로, '박재범의 ALL I WANNA DO'(제목이 확실하지는 않다). 댄스 자체가 몸치인 나에겐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그리고 남녀가 짝을 이뤄서 추는 파트에서는, 참 난감했다. 심지어 그 동아리에는 같은 학년이 없었기에, 나이가 제각각인 후배들과 뒤섞여서 춤을 추었는데, 얘기도 제대로 안 나눠본 후배오빠 한 명과 다소 부담스러운 동작의 춤을 짝을 이뤄 춰야 했는데, 막상 추면서도 엄청 민망하고 과연 내가 제대로 추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
ALL I WANNA DO 댄스 버전 유튜브 영상, 가운데 흰색 후드티 입은 분이 박재범이다.
참, 유키스의 NEVERLAND도 좋아한다. 쓰고 보니 다 최근의 가수들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는 NRG란 그룹도 좋아했었다. 토요일마다 하던 음악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만화를 보는 것만큼 재밌었다.
추격자-인피니트처럼 절도가 꽉꽉 들어간 그런 춤도 좋아한다. 아마 그리 많이 들어보진 못했지만 BTS의 춤도 대단할 것 같다.(피땀눈물이던가... 대학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BTS의 노래는 Dynamite와, 좀 이전에 나온 I NEED U가 있다)
코로나가 마치 흔한 감기가 된 양, 여기저기서 코로나 감염 소식이 들려온다. 걸려도 대개는 조금 앓거나 증상 없이 지나간다. 그러면서 자연면역력도 생기면 좋겠고, 무엇보다 전파력과 치사율이 강한 변이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처럼 무언가 활동 같은 것을 하기에 제약이 없는 그런 날들이 다시 오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춤을 배우는 것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내가 배우고 싶은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딨을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식 신부 입장 때 문워크로 입장하고 싶다는 별난 바람도 하나 있기에...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안무 중, 그 어렵다는 문워크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
왜 이영상을 뒤늦게 보게 되었을까... 조금 아쉽다
역시 사진으론 담기 힘든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좋아하는 영화의 어바웃 타임 중, '일~몬도~'노래에 맞춰서 신부 입장을 하는 메리처럼, 나도 '빌리진'을 틀어놓고 입장하고 싶다. 하하. 빌리진의 가사 내용은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영화 어바웃타임 중, 폭풍우가 몰아치는 결혼식날. 엉망이어도 즐거워 보인다. 출처는, https://blog.naver.com/turkeydia/100204742977
그리고, 신랑신부합동 공연으로는, '침착맨과 주펄이 커버한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영상처럼, 재밌는 공연을 하고 싶다. 아마, 모르는 어른들이 더 많이 올 수도 있겠지만, 빔프로젝트(?)로 아래의 영상을 틀어놓으면 참고가 될 것 같다. 뭔가, 엄숙한 예식 느낌이 아닌, 활발하고 재밌는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 우리 부모님이야 내가 생떼를 부리면 못 이기시겠지만, 이런 계획의 수행가능 여부는 신랑 부모님의 성격에 달려있을지도... 제발 격식 차리는 것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아닌, 좀 털털하고 호탕한 분들이었으면!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원곡 백예린)-주펄버전. 유튜브 채널 딩고 참조. 아마 주펄(주호민)역을 내가, 침착맨(이말년)역을 신랑이 할 것 같다. 선글라스는 필수.
토이-블락비, 이 춤을 배우고 싶지만, 배울 곳이 마땅찮다.
Fiction-비스트(현 하이라이트). 안무를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과격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우아하고 멋있는 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