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이 가득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해주었으면'하는 예상과 기대는 대부분 빗나간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검은 머리의 짐승, 사람의 속은 도무지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나같이 변덕스러운 사람들은 더할 것이다.
이미 그 언니는 나를 잊고 살겠지만, 나에게 그 언니는 우상이기도 했다. 아니, 특별하게 내가 우상이라고 내 마음을 억지로 설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녀의 겉모습만으로 그녀를 동경했지만, 나와는 한참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 한 편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연하게 그녀가 SNS상의 내계정을 언제부터인지 언팔로잉하는 것(사실 팔로잉했었는지도 모르겠다)을 알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나도 약간의 망설임 뒤에 언팔로잉을 했고, 비로소 참,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불편한 소식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어쩌면... 나 스스로의 마음을 속여가면서 억지로 호의를 품고 있으면 그녀도 나에게 호의적일 줄 알았나 보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
대학교 시절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람들 속에서 막내로 지내면서, 항상 사랑받기를 또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길 바랐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미움받기 싫었다. 그럼에도 거의 혼자였고, 호의적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썼던 것이 생일을 챙기거나 선물을 하는 행위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만큼 가까워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 선물을 살 돈으로 다른 것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 시절의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랐다. 그저 남에게 미움받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누가 나를 미워하는 사실은 참 힘든 것이었다. 항상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길 바랐고, 그런 강박관념 때문에 쓸데없이 상처받고 무너져내리기도 했었다.
이제 서른.
아직도 서툴고, 쓸데없는 기대가 많다. 사람들은 대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거나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내가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듯, 그들도 그들이 편한 대로 생각하고 행동해버린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감정의 큰 동요 없이 살고 싶다. 그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무심해지는 것.
그래, 언젠가 신경질 날 상황에서 그저 무심하게 있었던 순간에 마음이 꽤 편했었다.
마치, 내 감정을 삭제한 것 같은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듣는 경우가 아닌, 마치 외국어를 듣는 듯한 그런 상태.
원래라면 에너지를 소모해서 덩달아 화낼 상황이었지만, 그저 무감각했다고 할까.
새삼 편했다. 그만큼의 에너지를 아낀 셈이다.
약간, 파싹마른 상태의 스스로가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또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모든 일에 무감각한 채로. 눈물 흘릴 일도 없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