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이 행복한 시간

세탁기보다 게으른 나

by 박냥이

오전 10시. 12시간 뒤면 잘 시간(오후 10시).

아파트 양옆의 베란다 문이 다 열려있어 춥다.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티브이에는 늘 듣는 가수들의 영상이 켜져 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는 않았다.

세탁기는 엊그제부터 열일 중이다. 날씨가 좋으면 엄마는 이불빨래를 하고 싶으신가 보다.


2013년도의 겨울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났고, 도서관 좌석 배정기가 켜지기를 기다렸다. 나에겐 좋은 자리가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자리부터 잡고 와서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오전 7시 정도에는 자리에 앉아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찍 일어나는 만큼 다른 이들보다는 일찍, 오후 10시에는 귀가했다.

방문으로 서로의 공간이 나뉘어있는, 좁은 공간.

거기서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으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사람 머리 두 개 정도 크기로 나있는 창문은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 쪽이어서 제대로 활짝 열어본 적도 없다.

그곳에서 살았었지. 겨울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아침에 ROTC의 훈련 소리가 들렸다.

그런 일들은, 다 나의 자발적인 선택이었기에 조금의 불편함이 있어도 감수했었다. 시험날이 가까워져 오고 더 예민해지자 옆방의 사소한 소음들에도 신경이 쓰였고, 나름 예의를 차려 쪽지를 붙이기도 했다. 다행히 좋은 답변을 받은 기억이 있다.

작년에는 주 7일을 내리 일했다. 주위의 만류도 중요하지 않았다. 몸에는 전에 없던 이상증세들도 한둘 생겼다.

결국 작년 말과 올해 초에 난생처음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나로서는 한편으로 밥벌이를 잠시 쉴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래도 너무 편하게 드러누워있으면 엄마가 가끔 눈치를 주기도 한다.

사실 내가 여태껏 떤 부지런보다 어머니가 더 고생하셨고, 부지런하셨고 아직도 가족 중 누구보다 제일 부지런하시다.

어지르기의 달인인 나에게 혀를 끌끌 차셔도 별반 도리가 없다.


지금 이 순간, 그동안 못 부린 게으름을 한껏 부릴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하다. 어머니의 각종 잔소리에 대한 나의 능글거림은 갈수록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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