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

씬지로이드 탓도 있다고요

by 박냥이

원래라면 제목 커버 그림을 핸드폰 어플로 대충 그리곤 했는데, 이번 글은 그냥 외삼촌이 쓰신 캘리그래피로 대신하려고 한다.

오늘도 역시나 '일찍 일어난 새 한 마리'는, 잠자리에서 조금 느질렁대거나(뭉그적거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비우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남았음에도, 벌써 자질구레한 아침의 일들을 마치고, 몸을 씻고 브런치에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버지, 어머니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셨다. 그리고 항상 출근을 6시 정도에 하셨는데, 이후 이런 행동들도 자식 뒷바라지를 위한 부모님의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겨울철 이른 새벽에는 해도 없고 오밤중과 같이, 때때론 도롯가에 얼음이 얼기도 했는데, 두 분은 그리 성실하셨다.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아버지는 출근 구간 경사진 도로의 결빙을 걱정하시며, 씻지도 못한 채 직장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셨다.

아마 이런 영향도 있는지, 중학교 시절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도 유심히 보았고(내용은 다 잊어버렸다), 편입시험을 준비하면서는 매일 새벽 5시 45분에 도서관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순전히 자리 욕심도 있었다, 자리부터 잡고, 다시 집에 가서 준비해서 7시 정도에 '출'공했던 듯)

편입 이전에 다녔던 대학에서는, 제일 빠른 강의가 오전 9시임에도 아버지의 출근길에 종종 함께해서 벌써 7시 반, 8시부터 텅 빈 강의실을 지키기도 했다. 아침의 시간은 꽤 느리게 갔는데, 강의가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 동안, 점차 학생들로 인해 강의실이 채워지는 그런 모습들을 무심결에 느꼈다)

수업 외에도, 약속, 철도, 비행기 이런 정해진 시간의 일정에 대해서는 딱 맞춰 가는 것보다 항상 10분~(비행기의 경우는) 3시간 정도 앞에 여유를 두는 버릇이 있다. 이런 나로서는... 약속 시간에 30분 이상 늦는 사람들은 재고(再考)해볼 인간관계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이런 나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서) 비행기의 미탑승 인원을 찾는 안내방송은 전혀 무관하며 나에게는 특히나 무신경하게 되는 일 중 하나이다.

사람의 일정 체력은 무한하진 못하므로, 그런 부모님도 이르면 저녁 7시부터도 잠을 청하실 때가 왕왕 있었다.

도서관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가끔씩 보이는 '나와 같은 공부를 하는'사람들에게 일부러라도 감정이나 의식을 배제한 것은, 나도 모르게 생길 '경쟁심이나 비교하는 마음'이 싫었기 때문이다.

항상 출발은 1등이었으나 밤 10시쯤 귀가하곤 했던 나는 일부러, 11시, 자정까지 공부하는 그분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 내심 노력을 했다.(그 정도로 쓸데없는 욕심이 많다)

직장을 다닐 때에도 버스가 정체된 경우를 제외하곤 5분 이상 늦은 적이 없다. 그 시절에는 정말 체력이 달려서,

'저는 예전에 직장 다닐 때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일찍 와서 준비했어요'라고 새로운 직원이 올 때마다 읊조리는 상사의 말을 무시하고 '8시 59분 59초'에 직장의 문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상사분과 얘기해보니, (어쩌면 자신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내 과도한 업무시간과 업무량을 보면 자신도 이해가 가는 행동이었다 하시더라.

다시 고교시절과 시험 준비 시절로 돌아가서,

'일찍 일어나는 피곤한 새'에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쓸데없는 데 집착을 하며 공부에 대한 에너지 연료를 소모시키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장 먼저, 교실/자습실 불을 켜는 것'.


정말 중요하지 못해 보이는 이 일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먼저 행해져 있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경쟁심과 패배감이 생기더라.

정말, 외삼촌이 이번에 쓰신 캘리그래피의 내용, 그 숱하게 자주 들어온 그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시절에는 그런 감정들을 마냥 피곤한 일로 쉽사리 떨쳐내진 못했고, 다음날 아침 후다닥 달려 나와 내가 먼저 불을 켜는 일로 나 스스로를 달래곤 했다.

참, 고등학교가 타지의 기숙학교라서 더 그랬던지도...

그 시절에 꽤나 외로웠나 싶기도 하다.


부제목에 적은 씬지로이드(갑상선 호르몬제)를 탓하긴 이미 오래전부터 전적이 많아서... 지금에야 와서 적기는 민망한데, (씬지로이드는, 작년 10월부터 복용하기 시작)

간략히 약에 대해 설명하자면,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거의 모두 떼 낸 나는, 그 갑상선에서 만드는 호르몬을 평생 약으로 보충해줘야 하는데, 이 약은 매일 안 잊고 같은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대부분의 약을 아침에 먹는 이유), 그리고 '공복'복용이 원칙이다.(공복 복용이라 함은, '식전 1~2시간, 식후 2시간'정도의 시간이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었던 내게, 식사시간인 오전 7시~8시에서 거리를 두고, 약을 상대적으로 잘 챙겨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전 6시였다.

병원에 입원해있던 시절부터 그 시간 즈음 약을 복용해왔던 탓도 있다.


여하튼 요즘에는~ 그런 골치 아픈 '불 켜기 과제'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고~(시험 없는 삶은 이리 행복하다)

직장도 쉬게 되면서, 지금의 이른 기상의 이유를 굳이 '씬지로이드'로 돌려본다.

게다가 내가 이기고 싶어도 못 이길 정도의, 직장 다니는 동생을 위해 아침 준비하시러 일어나는 어머니의 '모성애'부스터가 달린, 기상시간.

항상 한 발짝 느린 게 이제와서는 참 편해졌다.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가면, 누가 불을 먼저 켰든~

'원래 켜져 있나 보지', '이야~저분 열심히 하시는구먼'하고

가볍게 넘어갔을 듯.

그래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것은, 나의 환경이나 처지에 지레 움츠러들지 않고, 언제나 남보다 한발, 반발이라도 앞서고 싶어 했던 나의 그 욕심 덕에

때때로 삶에서 작은 무언가를 이뤄보기도 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