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의 오일장

장날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by 박냥이

매달 1,6일마다 찾아오는 장날.

우리 집에서 먹는 식재료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구한다.

바빠서 장에 못 가면 근처 식자재마트에서 살 때도 있다.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내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있었으니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학업에 열중하던 중학생 시절부터, 타지의 고교에 간 고등학생 시절, 대학교, 직장인이 될수록 시장이랑은 멀어져 갔다. 어디 여행을 가면 시장은 꼭 둘러보고 올 정도로 시장 구경을 좋아했지만 우리 지역의 시장에 못 가본지는 꽤 되었다.

작년까지 각종 식재료와 생필품 구입은 취준생이던 동생과, 오랜 기간 자식을 뒷바라지해오고 계시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나는 그저 돈을 벌어온다는 핑계로 집안일에는 무관심했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계란 프라이(그것도 모양은 엉망으로)와 라면뿐이었고, 신랑 될 사람이라도 요리를 잘했으면 내심 바랐다.

그러던 중, 작년 말 내가 퇴사하고 남동생이 취업을 하면서 집안에서의 역할이 바뀌었고, 한동안 안 나가던 오일장에 어머니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때맞춰 운전을 시작하게 되면서, 장을 보러 가고 오기가 한결 편해졌다.

이전에 동생과 어머니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었다.

난이도가 거의 몇 배는 낮아진 셈.

시장 중앙의 하나로마트에 주차를 하고, 이마트/롯데마트/탑마트에서 각각 구한 장바구니를 여러 개 들고, 장을 본다.

자주 오다 보니 정해진 코스가 있다. 생선은 이곳에서, 생닭고기는 그곳에서, 감자와 양파, 당근은 또 저곳에서...

처음에 마냥 엄마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앞서 가기도 한다.

장날마다 나에겐 목표가 있다. 여태껏 3번 장에 나가면 1~2번 화를 내더라. 사람들도 많고 희한한 사람들이랑 부딪치기도 하고 짐도 무거우니 신경질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장부터는 시장 나가서 화를 내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오늘은? 목표 달성!

일단, 너무 빡세게 그 '코스'를 소화하지 않으려 했고, 어머니와 방향이나 걸음걸이에 차이가 생기면 다음 코스 쪽에 먼저 가서 사람들이랑 부딪치지 않는 움푹 파인 빈 공간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상인들의 물건들을 구경하며, 어머니가 다시 보일 때까지 잠시 쉬었다.

그러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가 덜한듯했고, 무거운 짐을 더 수월하게 차까지 나를 수 있었다.

평소에 운전을 할 때도 감정을 자제하고 하려는 주의라서, 시장에서도 운전하기 이전에 화를 안 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장날에는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오므로 운전 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때 나의 꿈은 다큐3일 피디가 되는 거였다.

관련 학과나 전공도 아니지만, 예전부터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인생을 소재로 한 각종 다큐 프로그램들을 즐겨보았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웃들과 방송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점이 참 매력적이라 느꼈다.

특히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건네는 몇 마디의 호객이 부담스러워 물건을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재빨리 어머니 뒤로 숨어버리거나, 어머니의 곁에 서서 마치, '저는 구매 결정 의사가 없습니다'라는 모양새를 내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역할은 오로지 어머니에게 옮겨가고 그 시간 동안은 흘깃흘깃거리며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오늘은 이에 더해, 어머니를 기다리는 틈새 공간에 서서, 가까이에서부터 저 멀리 사람들과 물건 구경을 평소보다 실컷 한 것 같다.

부담스럽기도 해서 그냥 지나치는 여러 상인들에 대해, 만약 내가 어느 다큐를 만드는 일원이라면, 상품 구입 명목이 아닌 방송 명목으로 그들과 아마도 허물없이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호객을 받는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럽긴 해도,

당연히 시장에는 호객의 여러 소리가 모여야 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나고 생기가 돌며 비로소 시장에 온 것 같다.

시장은, 또 다른 삶의 전쟁터고 일선이다.

상인들의 입장에선 물건을 파는 것은 곧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다. 여느 직업의 일들과 그 목적에서 다를 것이 없다.



보자, 오늘이 21일 월요일이니 다음장은 26일 토요일이다.

그때 가면 더 여유 있게, 저마다의 삶들을 바라보자.

거기다 금방 잊을 일 때문에 짜증이나 화까지 내지 않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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