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노트북을 접어두고 나와서, 뭐 도울 일이 없냐고 얼씬거린다. 씻은 생강 껍질을 까보라셔서 어머니 말대로 살살 벗겨낸다. 둘이서 하니 빨리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강을 잡았던 왼손의 검지가 아프다... 이놈의 생강 시끼... 캅사이신 같은 면이 있나 보다. 옛날에 배우기론 매운맛은 미각의 범주가 아닌 통각이란다. 엄마한테 빨개진 검지 손가락을 보여주면서 어리광을 살짝 부린다. 입으로 쪽쪽 빨아보아도 여전히 아린 감각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생강 껍질을 까다 보니 움푹 들어간 부분마다 흙이 남아있다.
'이거 다시 씻어야 하제?'물으니 엄마가 그렇다고 하신다.
대충 까놓고, 써는 일은 또 내가 한다고 손대지 말라 엄포를 놓은 후, 등산을 시작한다.
원래 목표했던 것보다 괜히 더 높이 올라가서 더 많이 돌다오니 눈이 저절로 감길 지경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산에 이어 마트 장보기까지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싱크대에 놓여있는 생강을 썬다.
엄마가 피곤하면 자기가 하신댔지만, 내가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사실 생강을 썰어본 적은 없으나, 이전에 아버지께서 거실 바닥에 앉아 써시는 것을 얼핏 본 기억이 있다. 생강차에 들어있던 생강 건더기의 모습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둘이서 깐 생강을 혼자 썰어내는데, 거의 다해갈즈음 얼굴에서 열이 나는 것 같다. 엄마는 '힘들어서 그렇지'하시는데 내가 느끼는 것은, 생강차를 먹었을 때 위장에서 느껴지던 느낌이 얼굴 피부로 체감되는 듯하다.
겨우겨우 제멋대로 썬 생강에, 엄마가 시키는 대로 설탕과 꿀을 넣는다. 제대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엄마가 보고는 뭐를 좀 덜 넣은 거 같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