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던 드라마가 재미없어진 이유
어떠한 성별에 대한 옹호라던가 우월의식에 대한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 이런 단어들은 오히려 듣기 거북하다. 그것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뜨거운 논쟁들은 나에겐 관심 없는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일 뿐.
그저 최근에 잘 보아오던 드라마에 대해 흥미가 크게 떨어진 일에서 써보는 글이다.
이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내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고, 먼저 아마도 웹툰 같은 것으로 제작이 되었던 듯하다. 보게 된 계기는, 눈팅만 하는 단톡방에서 '선남선녀를 보는 재미가 있다'는 말에, 들어갈 때마다 마땅히 볼 것이 없어서 도로 나오고 했던 넷플릭스에서 '이거라도 한번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 순위권에 있던 프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남자 주인공은 사장이고, 여자 주인공은 사원인 그런 류의 뻔한 스토리지만, 배우들의 외모가 매력적이라서 틀어놓고 온전히 집중을 못하더라도 달콤한 장면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원래 방영시간인 오후 10시는 나에게는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라서 보통은 다음날 오후에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보곤 했다.
가끔씩 몸은 졸리지만, 바로 잠에 못 드는 심란한 날도 있다. 어제가 그랬는데, 덕분에 드라마 방영시간 동안까지 안 자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온전히 집중하지는 못하고, 재미없는 장면에서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어제 이야기는 중간에 끄고 잘 정도로 나에겐 진부했고 한편으로는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귀찮은 장면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술김에 같이 자버린 좋아하는 상대방 남자에게, 기억을 못 하는 자신이 단지 헤픈 여자로 보일까 봐, '없던 일로 하자'고하는 여자의 모습이나, 자신이 먼저 키스를 해놓고는 '나 몰라라, 없던 일로 해요~(?)' 이러는 여자 주인공이나... 도저히 보다가 같은 여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 돼서 미련 없이 티브이 전원을 끄고 잠들어 버렸다. 웬만해서는 다시 보기로 볼 테지만, 그닥 끌리지 않는달까... 주인공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애정을 가져야지 드라마도 잘 봐지는데, 여자 주인공들에 대한 그런 호감이 싹 사라져 버렸으니...
한편으로 극 중에서 여자 주인공의 그런 우유부단하고 내숭 떠는(?)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반대로 남자 주인공들의 저돌적인 면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걸까... 더 이상 생각하긴 힘들다.
어저께 어느 글에서, 소개팅에서 여자가 밥값을 먼저 계산해서 당황했다는 글을 보았다. 아니, 여자가 먼저 계산하면 또 어떤가? 그냥 여자들도 사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남자들처럼.
여자가 밥값을 계산한다고 해서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자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경우에는 굳이 얻어먹자는 생각이 별로 없을뿐더러, 상대방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내가 사는 것'이 '그냥 편하다'. 곧, '얻어먹는 것'자체가 불편하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같이 성격이 이런 사람들도 있다.
밥값과 커피값을 번갈아서 내는 문화이므로, 내가 밥을 사면 상대방이 커피/차를 사면 그만이다.
드라마 중, 여자들은 대개 수동적인 구석이 많다. '벽치기'라고 하던가...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라도 고백해오게 만들어버리는 답답한 구석이 많다. 익숙하므로 의문을 품지 않고, 그런 장면들이 나올 때면 한편으로 식상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내가 마냥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 좋아하는 많은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응답하라 1997'의 시원이도 그렇고... '신사의 품격'의 서이수도 그렇고...
일본 드라마에서는 그런 성향이 특히 심한데, 그래도 재밌게 본 드라마인, '호타루의 빛'에서의 호타루도 그렇다. 여자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남자가 먼저 나서 주길 기다리는 경향이 많이 묘사된다.
이제 서른이고 많이는 안 해봤지만 그래도 두세 번의 고백을 하면서 살았던 내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흔히, 남자들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기 때문에 그런 걸까 싶기도 하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랑 사귀면서 자신이 더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의 경우도 한번 그랬었고...
그래서인지, 서양권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나 '투핫'에서의 여자들의 모습이 더 솔직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문화권의 여러 차이들을 배제하고 보면...
꼭 여자들이, 남자들이 이래야만, 저래야만 한다 이런 거는... 이제 좀 완화(?)되었으면 싶지만... 뭐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