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만들기는 힘들어

단무지, 당근, 우엉, 시금치/오이, 오뎅, 햄, 계란...

by 박냥이

어림잡아 10줄이 완성됐고, 오늘 가족들의 삼시 세 끼로 쓰일 예정이다.


어제부터 엄마랑 김밥을 만들자고 계획을 세워놓았었다. 마트에서 단무지랑 오뎅, 햄 등 김밥에 필요한 재료를 샀다.

드디어 김밥 만드는 날. 이불을 걷어차고 세수를 하고 손을 씻고 나오니, '토마토 주스 만들기'세트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엄마가 씻어놓은 토마토와 오렌지 더미에서 토마토를 꺼내어 강판에 갈아낸다.

큰 컵, 중간 컵, 작은 컵. 각각 남동생, 나, 엄마 거다. (아버지는 시골에 가심)

이번에 꿀을 좀 많이 넣었더니 엄마가 좀 달다고 하신다. 내일은 '넣은 듯 만 듯' 넣어달라고 하신다.

겉으로는 툴툴대긴 했지만 그렇게 해드리려고 한다.

김밥 재료만 준비하는데, 벌써 밥 먹는 시간인 인간극장이 할 시간이다.

지단을 개판으로 했더니 엄마한테 한소리를 들었다.

모녀는 오늘도 티격태격.

프라이팬을 뒤집어서(?) 완벽하게 지단을 해내는 모습은 티브이에서 종종 보았다. 겁이 나서 프라이팬을 들썩거리지는 못하고 결국 지단은 원래의 모양을 잃는다. 기름까지 엄마 눈에는 많이 부었으니 한소리를 더 듣는다. 내가 토마토를 가는 시간에 엄마는 우엉을 김밥에 넣기 좋게 썰어 조리고 계셨다.

지단을 부치는 옆에 우엉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지단도 제대로 못하면서 우엉까지 숟가락으로 저어준다고 나름 애쓴다. 그사이에 어머니는 또 다른 재료, 당근 오이 햄 오뎅을 썰고 계신다. 언제부턴가 단무지가 체에 받쳐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김밥의 재료들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고, 그동안 쌓인 설거지 거리를 틈새 시간 동안 해치운다.

엄마의 칭찬 +1. 인간극장과 아침마당을 보면서 하자, 해서 원래라면 부엌에서 김밥을 만들건데, 티브이가 있는 거실로 장소를 옮긴다. 신문지를 깔아 놓고 김밥의 재료를 두 손 가득 몇 차례 옮긴다. 다 가져온 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비닐장갑도 빼먹고, 김밥을 놓을 접시까지 빠뜨려서 엄마손을 한차례 더 빌린다.

다른 찬거리를 준비하시는 엄마보다 먼저 앉아 천냥마트에서 산 김밥 마는 기구를 이용해서 김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움푹 파인 용기 속에 밥을 먼저 깔고, 단무지->당근->우엉->오이 또는 시금치->오뎅->햄->계란 순으로 재료를 채워 넣고(어머니께서 시금치랑 오이는 둘 중 하나만 넣으라고 하심), 다시 밥으로 마무리. 마찬가지로 움푹 파여있는 용기의 뚜껑을 닫고 누르면, 김을 제외한 김밥의 몸체 부분이 완성되어 나온다. 김에 살짝 놓아준다. 허술한 몸체가 튼튼하지 않아서 제멋대로 엎어져버릴 때도 있다. 용기 입구에 손을 살짝 받쳐주니 그나마 덜 으스러진다. 얼마 전 마트에서 산, 실리콘 소재의 김밥말이채에 김을 깔고, 용기로 만든 몸체를 놓고 채를 말아준다. 끝부분의 김 안쪽에 밥알을 살짝 묻혀 접착제(?)의 용도로 쓴다. 다 말린 김밥의 김 테두리 부분에 참기름을 살짝 바른다.

어느 새부터 맞은편에 엄마도 앉아서 열심히 만들고 계신다. 용기가 하나뿐이다 보니 엄마는 직접 손으로 만드시는데, 첫 작품은 '뚱뚱이'가 돼버려서, 김밥용 김이 아닌 구이용 직사각형 김을 다른 방향으로 해서 싸셨는데, 두 번째 작품은 '홀쭉이'가 되어버렸다.

'뚱뚱이와 홀쭉이'라면서 한참 놀리다가, 한편으로는 '뚱뚱이'가 좀 더 낫다고 모녀가 의견을 모은다. 열심히 만들다 보니 접시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가득 찬다.

다른 접시에 두 덩이를 놓으니 그제야 끝이 났다.

14줄? 정도 되려나. 아침으로 먹어치운 몇 줄 때문에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다.

누구 갖다주고 싶어도, 집안에 조금 아픈 사람이 생겨서 오히려 받는 이에게 부담일 듯하다. 농담으로 '저기 사거리에 갖다 팔러 갈까'해본다. 엄마 말씀으로는, 오래 두면 맛없어지므로 오늘 안에 다 먹자고 하신다.

나의 먹성으로는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만 와계시면 미션 수행 능력 100프로일 텐데...

'김밥에는 라면이지~'하면서 평소에 라면을 먹을 때 눈치를 보아야 하니 능청을 떨어보지만, 엄마도 지지 않는다. '그건 점심때 김밥이 식으면 그렇게 먹던지 하고, 아침에는 쑥국이랑 먹자'

네네~ 쑥국 대령하겠습니다. 갓 만든 김밥이 참 맛나게 넘어간다. 그리 꼼꼼하진 못하지만 설거지도 두어 차례 했지, 못 만드는 지단도 고작 두 판 해낸다고 애썼지... 정신없이 먹는 모습에 엄마가 웃음을 터뜨린다.

마침 날도 잘 맞춰서, 아침마당 수요일 노래 코너에 가수들이 나와 신나게 노래를 불러준다.

김밥 만드는 것은 힘들었지만, 둘이 하니 혼자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아침의 한바탕 일로 오늘의 삼시 세 끼가 해결되었으니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다른 가족들이 '김밥 질린다'해도 어쩔 수 없다. 만드는 사람 명을 받들어야지! 음식은 갓 만들어 따실 때 바로 먹어야지, 맛있다.

히히~ 점심때는 라면이랑 먹어야징~


P.S. 김밥을 만드는 중&만든 직후에는 좀 힘들어서 사진을 못 찍고, 다 먹고 좀 쉴 때 살짝 찍어서 올립니다.(바람 들어갈까 봐 비닐로 씌워놓은 거 살짝 들어서 찍는다고 예쁘게는 못 찍었다..)

오늘 이내로 다 먹어치우는 것이 목표.(냉장고 들어갔다 나오면 맛없어지니~

ㅎㅎ 김밥용김이 아니라그런지 밥알이 튀어나왔군..


작가의 이전글답답한 여자 주인공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