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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차여행- 친구 만나러 가요.

아이와 핀란드 헬싱키 한 달 살기

by By N

오늘은 날씨 화창한 일요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중국인 친구와 그의 가족을 만나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일을 하거나 살고 있는 주민이 아니기에 평일과 주말의 구분은 없지만,

여기 사는 핀란드 친구들은 주중에는 9-6시 일하는 삶이라 그들의 여가 시간에 만나려면 주말로 맞춰야 했다.


아침 10시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꽤 빠듯했다.

우선 우리는 아침 식사부터 챙기기로!

아이가 워낙 호텔 조식을 좋아해서, 기차나 아침 일정이 있는 날에는 역 근처 호텔의 조식 뷔페를 들렸는데,

이번 여행에서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표정은 푸짐하게 조식 뷔페를 즐기는 순간이었다.


딸아이가 가장 신나게 기다리는 스칸딕 허브 호텔의 아침 뷔페

변함없이 접시를 가득 채운 크루아상과 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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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호텔-조식뷔페-헬싱키호텔-핀란드음식-헬싱키맛집-스칸딕허브-아이와여행
버터를 덩어리 채로 몇 개째인지..
아이 여드름을 걱정하는 잔소리를 하려다
꾸욱. 참았다.


핀란드 땀뻬레라는 지역에 사는 중국인 친구 가족이 살고 있다. 중국친구 (알고 보면 3살 위 언니)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지금은 19살이 된 딸,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된 가족이다.


한국 집에서 그 친구를 설명할 때면 "땀뻬레 중국 언니"라고 소개하곤 했다. 그녀의 이름은 찡(Qing)

헬싱키에 혼자 살던 나를 종종 주말에 땀뻬레로 초대해서 식사도 같이 하고, 재워주기도 하고, 늘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외롭고 힘든 마음의 켜켜한 상처들을 어루만져준 내 인생에 아주 고마운 사람이다.


찡과 그녀의 가족을 만나러 아침 10시 반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북쪽 땀뻬레 지역에 가볼 예정이다.

임신했을 때 마지막으로 본 것이니 11살이 된 아이와 되어 함께 나타나면 무척이나 놀라고 신기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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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뻬레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데, 아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미리 구입할 수 있다.

중앙역에서 출발해서 핀란드의 다양한 도시에 갈 수 있는 기차 티켓도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코레일 같은 시스템인데, 웹사이트나 앱의 글자들이 시원시원하게 되어있어서 사용이 꽤 편리했다.


기차표 사는 방법. VR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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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반, 기차를 타러 역으로 10분 정도 걸어갔다.

스칸딕 허브 호텔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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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에서 2시간 정도 급행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Tampere (땀뻬레)라는 중소도시가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전정도의 규모인데, 뭔가 조용하고 점잖은 것이 분위기가 비슷하다.

제법 규모가 큰 IT 회사도 꽤 많고, 좋은 학교들도 많다.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보다 더욱 자연공간이 여유롭고 주거지역도 주택가가 많아서 핀란드 출신 친구들 중에 가족을 이루는 사람들은 땀뻬레에 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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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나고 이제야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핀란드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니 그 사이 10년이 이렇게 빨리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어찌 지내고 있을지, 건강은 어떨지, 가족들은 다들 잘 지내는지

궁금도 하고 설레고 떨리고 감정이 마구 섞여서 떠오른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땀뻬레로 가는 중#핀란드여행#기차여행#아이와여행#창의교육#북유럽여행#여름휴가#감성여행#핀란드디자인#핀란드기차여행

그리운 친구를 만나는 길, 나이가 꽤 들어진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구나!

그녀의 머리는 여전히 길었고, 이제는 흰머리가 꽤 보였다.

인상이 따뜻한 남편분은 지난 세월이 묻어나는 여유로운 중년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수줍음이 많지만 푸근한 미소로 우리 모녀를 맞이해 주셨다.

SE-9400ebf9-0f37-4adb-a1c4-000ed4eb218b.jpg?type=w386 나와 중국인친구, 그녀의 남편-핀란드여행

8살짜리 귀염귀염하던 8살 여자 아이는 어엿한 경제학과 대학생 1학년이 되어있었다.

키는 엄마보다 더 커있었지만, 어릴 때 뽀얗고 선한 얼굴, 천진난만한 미소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우리는 고기들을 종류 별로 다 먹을 수 있는 중국, 일본식 아시안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아침을 거하게 먹었던 상태였지만,

고기를 종류별로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에 가니 딸아이는 신나게 담아 오고 있었다. 나는 사실 좀 과식을 하는 느낌이었지만, 이것도 경험이리라 싶어서 친구와 지난 이야기를 열심히 하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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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찡(Qing)의 집으로 가서 과일과 커피를 마셨다. 아이는 천천히 집을 걸어 다니는 고양이에 푹 빠져서 장난치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나는 찡과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면 좋을까 조언도 구해보았다.

앞으로 핀란드에서 딸아이를 키워보고 싶은 솔직한 속내를 꺼내놓으니,

가능한 일자리나 환경 등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따뜻하게 의논해 주는 진심이 참 고마웠다.


오후가 되고 해가 지고 우리는 곧 기차를 타고 헬싱키로 돌아갈 시간이다.

친구 가족들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련한 마음이 올라왔다.


친구이자 동생같이 대해주는 그녀가 나를 안아주는 순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고인다.

마음에 있던 여기저기 상처들에 연고를 바르는 시간이었고,

오랜만에 찐 사람향기, '정'을 느끼는 그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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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내가 나오는 사진은 웬만하면 안 찍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자꾸 카메라를 들이댄다.

찡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이 시간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사진으로라도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나 보다.

나의 어리고 젊은 시절을 함께 한 친구를 만나서 그 추억을 공유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이제 그 추억은 나의 딸아이에게 새로운 인연으로 연결되었다.

내 친구들을 아이에게 소개하는 마음은.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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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로 다시 가는 기차 안, 가슴 한편부터 뜨끈하게 올라왔다.

다시 또 언제 보나 싶은 아련한 슬픔이었나보다. 앞으로 다가올 그리움이었나보다.


아이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핀란드에서의 나의 모습,
그리고 땀뻬레에 있는 찡 아줌마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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