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헬싱키 생활을 위한 팁
핀란드에서 한 달 남짓 지내다 보니 현지에서 오래 살고 있는 현지인이 된듯한 착각이 든다.
새로운 집에 정착하며 매일 소소한 변화들을 맞이하면서도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고 있다.
사실 여행을 온 관광객이 아니라 아이가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현지인으로 춥고 어두운 겨울을 살아보고자 함이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기에, 우리가 잘 적응하고 있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어떤 경험이 펼쳐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때 필요했던 생활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12월 31일 헬싱키 주택가의 골목은 전야제를 맞이한 불꽃축제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저녁 7시부터 한동안 창문 밖으로 요란하게 폭죽이 터지고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새벽이 되자 잠잠해졌다.
2024년 1월 1일 아침이 밝아오고 바깥은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핀란드에서 맞이하는 새해 아침은 꽤나 쌀쌀한 기운이 돈다. 한국처럼 바닥이 뜨근한 온돌식이 아니니, 공기가 제법 차갑다. 코끝이 시린 느낌도 들어서 지퍼가 달린 플리스 하나 더 입고 수면양말까지 챙겨 신었다.
다행히 꽁꽁 싸매고 있어서 아이도 감기 기운이 없어 보인다.
새해 아침 식사는 뭘로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여행 트렁크에 잘 챙겨 온 한국 특식, 육개장 라면이 떠올랐다.
3일째 반복되는 아이의 크로와상 아침도 물릴 수도 있고, 한국 음식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육개장 라면, 면이 얇다고 최애라고 늘 이야기했으니 설날 아침식사로 당첨!
수프는 반만 써서 짜지 않게 하고, 국물은 살짝만 남겨서 꼬들꼬들하게 만들어 주니, 아주 맛있게 먹는다.
헬싱키 와서 먹는 음식들이 낯설었을 텐데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아이에게 감사했다.
맛있다! 를 연발하며 먹는 아이를 보며,
아이들과 해외로 여행을 며칠 온다면, 아이가 평소에 잘 먹는 한국 라면 정도는 챙겨두는 것이 이렇게 유용하다는 것은 몸소 실감했다.
헬싱키 집 안에 제법 큰 냉장고가 있어서 필요한 음식을 사서 넣어두기 좋았다.
집에서 3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K 체인의 마켓이 있다. 이곳은 특별한 연휴기간에도 오전 10시-저녁 8시는 문을 열어서 특별한 걱정 없이 가서 야채, 빵, 치즈들을 구입하기 좋았다.
K-market에서는 꽤나 맛있는 Rye bread를 살 수 있다. 핀란드에 오면 꼭 먹어봤으면 하는 매력적인 음식 중의 하나가 100% 호밀빵, 라이브레드인데, 브랜드 별로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꼭 빵집에 가지 않고도 동네에 있는 K-market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아래 vaasan 브랜드는 가성비 대비 빵의 품질이나 맛이 훌륭해서 자주 사 먹었다.
마켓에 가면 꼭 사두는 과일은 블루베리, 서양배, 사과, 바나나 등이다.
아이를 위한 블루베리, 바나나 그리고 나의 아침 식사를 위한 서양배!
핀란드나 유럽에 나오면 특히 좋아하는 과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양배 (Pear)이다.
사과만큼 저렴하기도 하고, 적당히 달달하고 단단한 식감을 좋아해서 나의 최애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배 한 개와 생 블루베리 한 박스를 사도 한국 돈으로 4,000원 정도이다.
2023년 한국에서 사과 한 개가 3,000원이 다 되는데, 매일 저렴하게 과일을 살 수 있는 것이 일상의 기쁨이었다.
바깥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면 일 인당 한 끼에 2만 원이 훌쩍 넘는데, 아침 메뉴 재료를 살 수 있는 슈퍼의 물가는 참 편안하다!
핀란드의 영하 20도는 극한의 추위를 느끼게 했다. 헬싱키 시내로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바짝 긴장을 했는지 어깨가 아플 때도 있을 정도로 경직되기도 했다.
차가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조금씩 탈이 날 때가 있었는데, 나의 경우는 장이 불편해졌다.
말 그대로 변비..
한국에서는 야채나 과일, 두부 같은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인데,
여기 와서 매일매일 돼지고기, 닭고기, 크림, 온갖 치즈, 고기, 우유, 빵 위주로 먹게 되는 상황 덕분(?)에 위와 장이 놀란 것 같았다.
꾸르륵,
화장실 문제가 생겼다!!
물론 입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만, 소화시키는데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2주일이 지날 때쯤부터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약을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동네 약국처럼 바로 잘 맞는 약을 찾기는 어려울 테니, 효과가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핀란드는 유일하고 대표적인 약국 체인이 있는데, 규모가 큰 지점으로 찾아가 보았다.
헬싱키에 시내 스톡만 Stockmann 백화점이 있는 거리에 있는 Yliopiston Apteekki는 매우 유용했다.
이곳은 핀란드의 대표적인 약국 중 하나로,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 보조제들을 구할 수 있다.
처방전 없어도 소화제나 감기약, 변비약, 두통약 등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했다.
약사님은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셨고, 덕분에 변비와 관련된 약(아래)을 구입하고, 증상이 나아짐을 느꼈다.
물에 타서 먹는 과립형 형태의 약이었는데, 자극적이지 않아 먹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며칠 먹고 나니 장의 불편함이 많이 덜어져서 다행이었다.
필요한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는 핀란드 약국을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해외에 나와서 병원을 가게 되는 상황은 정말 피해야 한다. 무리하지 말고, 아프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겠다.
남은 2주도 조심해야지..
https://maps.app.goo.gl/mXdz7XRJLNsU7U8VA
핀란드에 와서 아이가 잘 지낼지 가장 염려가 되었는데, 아이는 재미나는 일을 찾아가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좋아하는 일본 애니 캐릭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그리기에 푹 빠졌다.
이 집의 주인인 교수님 책상에서 모니터를 빌려서 그럴듯한 작업 공간을 만들어 주니,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의자를 돌려가며 꼼냥꼼냥 캐릭터 찾고 그리고 취미를 즐기는 모습이 귀엽다.
혼자서 찾아보고 즐길 줄 아는 아이,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캐릭터를 그릴 때 얇은 펜이 필요하다고 한다. 종이도 사고, 색색깔 펜이 사고 싶다 해서,
검색해 보니 헬싱키 시내 가까운 곳에 규모가 큰 미술용품 전문 상점 Tempera가 있어 걸어갔다.
https://maps.app.goo.gl/8rEBevyZvDEjJew18
정보
- Tempera는 미술과 디자인 관련 용품에 특화된 가게로, 직원들이 친절하게 상담해 주고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 주어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음
- 다양한 종류의 페인트, 붓, 캔버스, 스케치북, 아크릴, 수채화, 유화 등 미술 재료 구입 가능
- 학생들을 위한 노트, 필기구, 드로잉 용품 등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아이가 필요한 학용품 찾기 좋음
1월의 헬싱키, 저녁 5시가 넘어가면 바깥은 컴컴해졌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 거리는 잠잠해진다.
보통 춥고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는 바로 헬싱키 숙소로 직행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선물 쇼핑을 하러 룰루랄라매장을 향해 트램에 올라탔다. 약 15분 정도 트램 6번을 타고 에 있는 Arabiankatu 정거장의 이딸라, 아라비아 직판 매장으로 향했다. 지인들을 위한 선물 쇼핑을 하려고 하니 푸근한 마음으로 따뜻해졌다.
Arabia & Iittala 숍에서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 아라비아(Arabia), 이딸라(Iittala)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그 외 침구 브랜드 제품도 둘러볼 수 있으니 구경거리가 많다.
매장 정보
https://maps.app.goo.gl/8CQY6cVE1znJvfUN8
핀란드에는 이딸라 (Iittala-유리컵, 도기그릇), 피스카 (Fiska-가위, 칼), 아라비아(Arabia-식기, 컵) 등 생활용품, limited 아트 작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있다.
특히 이딸라, 아라비아는 고급스럽고도 질이 좋은 생활용 도자기 제품들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공예장인, 탑 디자이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멋진 유리, 도기 작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살 수 있는 제품의 종류에 제한이 있고, 가격도 비싼 편인데, 핀란드에 오면 훨씬 다양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내가 16년 전 처음 핀란드에 왔을 때부터 종종 컵, 접시, 장식품들을 사서 한국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했었는데, 다들 너무나 좋아하시고 지금까지도 오래오래 잘 쓰시고 계신다. :D
- Arabia 아라비아: 디자인이 유려하고 실용성이 높은 고품질의 도자기 식기와 주방용품 브랜드
- Iittala 이딸라: 다양한 유리 제품과 주방용품, 핀란드 대표적인 디자이너의 근사한 컬렉션이 있음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지인의 선물을 준비한다면, 공항보다 이곳을 추천한다.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들이 카트에 가득 채워가는 풍경이 자주 보인다.
지난가을에 실수로 깨뜨린 컵을 대체할 만한 이딸라 유리컵 세트를 찾아내서 신이 났다.
매일 새로운 관광을 계획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쇼핑으로 하루를 잘 물들였다.
나도 아이도 소소한 새로움들에 자극받고 모험을 즐기고 있다.
이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서 쉬자.
다음에는 아이가 방문했던 핀란드-스웨덴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만남,
핀란드친구들이 말해준 핫한 K-팝, 음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