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한 달 살기의 평일 이벤트
헬싱키에서 아이와 평일을 즐길 수 있는 일은 미술관 가기이다.
핀란드의 겨울은 해가 무척 짧은 느낌이라 오전 10시- 오후 4시 바깥이 밝을 때 움직이는 것이 안전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인 감정일 수 있지만, 해가 지고 나면 왠지 집으로 얼른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낮에도 눈에 참~~ 많이 와서, 여기저기 걸어 다니기 불편해질 때에는, 헬싱키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지하철을 타면 편리하게 가고 싶은 장소로 움직일 수 있다.
버스, 트램, 지하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Day ticket을 사용하면 별도로 요금을 계산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헬싱키 시내의 지하철은 한 가지 노선으로 실제 역의 개수가 30개가 안 돼서 처음 타는 분들도 헤매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헬싱키는 인구가 적다 보니 미술관에 가도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공간을 널찍하게 누비면서 핀란드 회화, 조각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여름처럼 성수기에 관광객이 많아질 때도 한가로운 느낌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내가 가끔 찾는 갤러리, 미술관은 헬싱키 시내의 중앙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아테니움 미술관이다.
아테니움 미술관 Ateneum museum (Finnish national gallery)은 핀란드의 미술, 예술에 대한 역사를 통과하는 작품들을 흐름에 맞게 볼 수 있는 곳이다.
2023 겨울 무렵 진행 중인 전시는 COLOUR & LIGHT – THE LEGACY OF IMPRESSIONISM였다.
주로 색과 빛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상주의에 대한 작품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점점을 찍어서 표현하는 깊은 색감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조용한 미술관의 분위기 속에서 그림들과 조각들에 집중할 수 있어 힐링이 되었다.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천천히 작품을 구경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물론 미술관은 내 취향에 가깝다. 어쩌면 나는 아이가 이안에서 수많은 작품 중에 1-2개라도 마음에 와닿은 그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핀란드의 미술 작품들은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일상을 담아 색채도 파스텔 톤이라 보는 눈과 마음이 편안했다.
겨울이 긴 날씨 탓인지 그림의 풍경에서도 우울한 색채가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뭔가 겸손한 느낌을 준다.
말이 많지 않고 유독 조용한 핀란드 사람들의 정서가 회화 작품에 녹아있었다.
2024년 다른 기간에 전시되는 그림들도 공유해 보면, 핀란드 특유의 침묵과 신중함을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차분하고 무거운 기운은 핀란드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상과 비슷하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핀란드 화가들의 목소리와 감정, 표현들을 다양한 그림과 조각들을 통해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비록 아이들에게 잔잔한 회화 작품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는 힘들 수도 있지만,
"미술관을 경험해 본다"는 의미로 보면 8-12세 초등 아이들이라면 함께 방문하길 추천하고 싶다.
핀란드, 헬싱키의 현대 예술 작품들의 흐름들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은 엠마 (EMMA:Espoo Museum of Modern Art)이다. 헬싱키에서 버스를 타고 Espoo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약간의) 수고는 있지만,
꼭 시간을 내서 들려볼 만한 아트 스폿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뉴욕 MOMA, 샌프란시스코 SFMOMA와 비슷하게 핀란드의 현대 미술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다양한 국적의 현대 작가들 작품들이 핀란드의 멋이 있는 건축물 공간 사이로 잘 배치되어 있다.
인상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동선에 따라 작품을 관람하기에 즐거운 곳이었다.
아이가 아테니움보다
더 신나게 구경한다!
핀란드는 현대적인 디자인이 실용성이 높은 제품에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이곳의 의자, 도자기, 조명, 패브릭 제품들의 매력에 푹 빠져 10여 년 전에 공부를 하겠다고 온 적이 있었다.
10년 전 학생 시절, 알토 학교 수업 시간 외에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자 자주 찾았던 곳이 디자인 박물관 Design museo이다.
디자인 박물관은 헬싱키 시내의 아름다운 에스플라나디 공원,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모인 에로따얀 거리(Erottajankatu), 블루바르디(Bluevardi) 근처에 있어 헬싱키 명소를 관광하는 동선 안에서 방문하기 좋다.(*katu는 핀란드 말로 거리를 뜻함)
평일 해가 반짝한 점심즘, 핀란드 디자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으로 가볍게 걸어가 보기로 했다.
아이와
핀란드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추천!
https://www.designmuseum.fi/en/exhibitions/
핀란드는 건축과 함께 의자와 가구, 유리공예, 도자기에 역사가 깊고 매우 좋은 제품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예: 이딸라-핀란드 유리/도자기 브랜드)
미술관 1층에는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인데, 핀란드 디자인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연대 별로 잘 전시되어 있다.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아름다움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핀란드 디자인의 철학을 제대로 알게 될 수 있어
디자인을 공부하는 기분으로 관람하게 된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핀란드 패션 디자인에 대한 전시가 한창 중이었다. 아이는 놀이터에 온 듯 이것저것 둘러보고 만져보고 앉아보고 즐기고 있다.
데리고 오길 잘했네!
나에게 토닥토닥 :)
미술관 아트 투어하고 돌아온 하루의 마지막은 푸짐하고 맛난 저녁 식사로 선택했다.
눈도 호강했고, 열심히 걸어 다니며 구경했으니, 맛있는 음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해야지!
우리 열심히 봤으니
이제~ 먹으러 갑시다!
우리가 오늘 저녁 가기로 한 식당은 핀란드에 오기 전,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던 레스토랑 Natura.
이곳은 미셸린 그린 스타 받은 곳으로, 핀란드 자연의 식재료 본연의 맛과 매력을
잘 살리려는 요리 철학이 있었다. 미셸린 스타 정보
https://www.restaurantnatura.com
나도 아이도 기대가 뿜뿜.
트램 타고 출~ 발~
주로 와인과 페어링 하기 좋은 메뉴가 나오지만, 코스별로 나오는 메뉴들은 11살 아이랑 같이 먹기에도 충분히 맛있는 요리들이 많았다, 나는 보글보글 샴페인 한잔, 아이에게는 센스발휘해서 무알콜 칵테일로 주문했다.
딸아이는 같이 유리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기분에 어깨가 으쓱으쓱 신났다.
요리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각 요리를 만드신 셰프님들이 돌아가며 설명해 주시는 감동!
처음에는 낯설다가 좀 지나니 우리도 웃으면서 "핀란드 말 Kiitos - 감사합니다"로 회답했다.
적당히 구워진 부들부들 채끝 스테이크, 라즈베리와 치즈가 어우러진 디저트 등
재료의 신선한 조합과 신기한 식감이 주는 요리들이 만족스러웠다.
아이와 길게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갈 미술관, 식당, 먹을 요리들 모두모두 참 고민도 많이 하고 신중하게 결정했었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같이 다녀보니. 아이랑 나랑 서로 취향을 알게 되고 맞는 것을 발견하니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도 취향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시간!
우리 딸,
어느새 여행 친구가 돼서 좋다! :)
2시간 가까운 길고 긴 기분 째지는 저녁 식사를 하고
아트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다음 편에는 핀란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정으로 안내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