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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겨울여행-바다와 암벽 교회

아이와 핀란드 한 달 살기의 추억 

by By N Nov 04. 2024

예배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으니, 혹시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공연 일정을 확인해서 직접 체험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핀란드 암벽교회의 추억 (the Rock Church)


2024년 새해 1월 첫 토요일, 새벽 5시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도 눈이 하루종일 많이 온다고 하니 외출이 꺼려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이는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의 일정을 물어본다. 표에 기록해 놓은 오늘의 갈 곳은 암벽교회였는데, 자꾸 주춤 해지는 건 나만의 게으름이다.

아마 혼자 있었다면 움직이기 힘들었을 텐데, 묘하게 아이랑 함께 있으니 자꾸 돌아다니면서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나의 주춤함을 뒤덮어 버린다.

다행인 거겠지...


나는 10년 전 혼자 핀란드에서 공부하고 일하느라 몇 년 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결혼 전이고 당연히 자유의 몸이라 시간도 내 맘대로 쓸 수 있었다. 

쉬는 주말, 공휴일에 핀란드와 헬싱키의 알려진 관광지를 충분히 다녀볼 여유가 있었을 텐데도 참 돌아다니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서울에 살면 한강 유람선 안 타고, 남산에도 잘 안 가는 태도라고 할까?

외지에서 여행 오시는 분들이 꼭 가본다는 white church (하얀 성당), 수오말리나 섬, 핀란드 식 사우나 등 모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름을 느낀다. 엄마로서 가이드가 되어 아이에게 의미 있는 곳들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올라오니 몇 가지 장소들은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계획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눈이 아무리 오는 날씨라도 오늘의 장소 선택은 암벽교회였다. 

암석교회-핀란드여행-아이와함께-헬싱키가볼곳-겨울여행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는 걷는 것으로 모든 운동을 대신한다.

생각보다 종아리까지 쌓인 눈을 푹푹 누르면서 걷다 보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인지 다리가 꽤 뻐근하다.

나도 이렇게 다리가 아픈데, 아이도 꽤나 힘들었겠구나 


"힘들어.. 얼마나 더 가야 돼?"


하면서도 꾸역꾸역 뒤쫓아오던 아이를 더 칭찬해 줄걸. 아쉬움이 올라온다.

웬만하면 트램도 안 타고, 운동삼아 주변 보면서 걸어가자고 고집하는 엄마를 따라 20분, 30분 하염없이 따라 걷는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돌이켜보니 미안해진다.

사실 구글 맵 따라 걷다가 가는 길을 헤매고 10분씩 더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해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바이엔-일러스트-그림책작가-이모티콘

암벽 교회(Temppeliaukio Church)  

암벽 교회 정보 


특별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가면 성당, 교회 건물에는 가능한 가보는 편이다. 

정신이 Holy (성스러워진다고)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안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독특한 공기의 무게와 특유의 향이 마법처럼 울퉁불퉁한 감정을 가만히 다독여 주는 것 같다. 더불어 역사가 느껴지는 건축 디자인 자체가 주는 감동은 말로 설명이 안될 만큼 매력적일 때가 있다.


건축 배경

암벽교회는 1969년에 완공되었으며, 핀란드의 유명한 형제 건축가인 티모(Timo Suomalainen)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Tuomo Suomalainen)이 설계했다. 이 교회의 건축은 자연의 암석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헬싱키 도심에 위치한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렸다. 이로 인해 교회는 자연과 인류의 조화로운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다. 


건축 원리

암벽교회의 독특한 설계 원리는 자연 암석을 이용한 건축 방식이다. 건축가들은 기존의 암석을 잘라서 교회의 벽면으로 활용했으며, 이로 인해 내부에 들어서면 동굴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적인 요소가 교회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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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부는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특수한 형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천장에는 구리 재질의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설계는 음향 효과에도 기여하여, 성가대의 소리가 더욱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고 한다.

멋진 음향 효과 덕분에 이곳에서의 음악 공연이나 예배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혹시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공연 일정을 확인해서 직접 체험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벤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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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바다를 걸었다. 


암벽교회 체험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눈이 그치고 하늘은 푸릇푸릇 파랗다.

핀란드의 겨울에는 넓게 펼쳐진 호수가 얼어붙어 마치 거대한 얼음 세상으로 변신한다. 한 여름 멀리멀리 펼쳐진 물길은 모두 눈밭이 되어있다. 참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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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얼었지만 정말 바다 위인데, 괜찮을까? 

어딘가 얼음이 녹았거나 깨진 것은 아닐까?  내심 후들후들 걱정도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는 오히려 신이 나서 먼저 앞서 걷기 시작한다.


핀란드 친구가 한 말이 기억해 본다.

정말 괜찮으니,
다만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로만 걸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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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어있는 바다를 향해 걸어보고 싶어졌다.

막상 바다를 걷는 것은 후들후들했다.

안전하게 사람들이 많이 걸었던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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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햇볕에 하얀 눈이 반짝이고, 발아래서 사각거리는 얼음 소리와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이렇게 둘이 얼음 위를 걸으니 참 신기하고 설레었다. 

마법에 취한 듯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우리 오늘 핀란드 헬싱키의 바다를 걸었다!
일러스트-이모티콘-그림책작가

 

아이는 기억할까? 바다를 걸었던 이 시간을..

나와 같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 참 좋겠다.

우리가 같은 기억과 추억과 온도를 기억하게 될 것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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