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 그리고 휴식, 모자이크 : 1집 - 199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세상엔 재평가받아야 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발표할 당시엔 그 가치나 능력이 대중에게 크게 인식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아티스트나 프로듀서, 그리고 그들이 많들어낸 수많은 노래와 연주들이 있다.
추측하건데 발표 당시 다소 부족했던 마케팅 역량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졌던 경우가 제일 많을 듯하고, 본인들의 의도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아예 다른 방향이나 콘셉트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버린 경우도 제법 존재할 듯하며, 당시 익숙하지 않았던 높은 실험성이나 음악적 완성도를 이해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에게 휘둘려 폄하받은 경우도 있을 듯하다.
어쩌면 비단 음악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술이라는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왔던 이러한 '재평가'의 역사는 그 전후좌우를 조금 더 뒤적거리다 보면, 이 또한 극소수의 사람이나 작품만이 선택되어 새로운 기회를 잡았던 것을 알 수 있는데, 재평가 또한 두 번째의 흥행(?)이 되지 않으면 잠시 불타올랐다 사라지는 비참한 신기루와도 같을지 모른다.
K-Pop에 있어서는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장르적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풍만해져 언더그라운드가 상업적 미디어의 힘을 받는 온그라운드 못지않는 높은 인기를 얻게 되기 시작했던 80~90년대에 등장했고 또 사라져 간 아티스트들이 가장 많이 해당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여든 번째 숨은 명곡의 주인공, 모자이크는 1993년에 데뷔하여 1997년 4집까지 발표하며 활동한 그룹인데 특히 이들의 데뷔앨범인 모자이크 1집은 대중에 인식된 그들의 모습과는 좀 다른, 높은 완성도와 실험성을 가진 음악들이 수록된 훌륭한 명반이라 생각한다.
모자이크?
테크노 그룹? 댄스그룹?
혹시 모자이크라는 그룹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아마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밴드'의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여 유행처럼 퍼졌었던, 전자음악을 조금이라도 사용한 모든 아티스트에게 무분별하게 사용한 '테크노 그룹'이란 꼬리표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혹은 어떤 이들은 '댄스 그룹'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모자이크는 모든 멤버가 작사/작곡/편곡/연주의 실력을 겸비한 높은 수준의 음악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싱어송라이터로 구성된 모던팝 밴드로, 김준범(건반, 신시사이저), 박문수(기타), 백경수(베이스)가 원년 멤버이다.
모자이크의 첫 시작은 굉장히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 멤버 중 박문수라는 아티스트/프로듀서를 꼭 살펴보아야만 한다. 박문수는 1987년 모든 멤버가 '박'씨였던 '친구들'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K-Pop에 데뷔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되었던 노래들은 향후 조정현 1집에 재수록되기도 한다.
이후 박문수는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이라고도 불렸던 '동아기획'에서 솔로 1집과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또한 앨범의 완성도에 비해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정확히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당시 박문수는 동아기획의 황금기와도 같은 시기에 가장 앨범이 팔리지 않았던 아티스트였다고도 한다.
박문수는 아티스트로의 활동에 한계를 느꼈던지, 1990년 2집을 끝으로 솔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프로듀서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 만난 아티스트가 바로 백경수이며, 이들은 1992년 백경수 1집을 함께 작업하게 된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로 만나 함께 앨범 작업을 마친 박문수와 백경수는 백경수의 서클 선배이자 작곡/편곡 능력이 출중했던 김준범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모자이크의 시작이다. 이러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함께한 조합은 당시에나 K-Pop 역사에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모자이크는 1993년 데뷔 후, 타이틀 곡인 '너의 사고방식'이 가요프로그램 20위권에 랭크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되며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1994년에 발표한 2집 타이틀 곡인 '자유시대'는 로키 버네트의 'Tired of toein' the line'의 멜로디를 차용한 모자이크의 최대 히트곡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댄대기 대기디 대기대기 대기야아~'의 가사와 멜로디가 많이 남아있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독성 강한 이 노래의 멜로디 때문에 어쩌면 모자이크를 '자유시대'의 원히트원더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들의 앨범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걸작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995년에 들어서 발표한 3집부터는 항상 그들의 아킬레스건으로 따라다녔던 가창력을 보완하고자 객원 보컬 제도를 운영하였고, 그중 하나였던 이상엽과 함께 부른 '왕자와 병사'가 웨딩송으로 인기를 끌며 알려지게 된다.
1997년 모자이크는 김준범이 탈퇴하고 현재 그룹 CAN의 멤버인 이종원, 그리고 보컬 이환진이 참여하여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사라지게 된다.
아니 모자이크의
곡들이 맞는 거야?
오늘 소개할 여든 번째 숨은 명곡인 김준범 작사/작사/편곡, 1993년 1집 앨범에 실린 '여름 바다 그리고 휴식'은 Fusion Jazz 연주곡으로 멤버의 연주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모자이크로의 여행'과 더불어 그동안 가져왔던 모자이크에 대한 선입관을 보기 좋게 부숴버리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노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EVx3-mcdA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모자이크는 멤버 개개인이 가진 출중한 음악적 역량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완성도 높고 세련된 노래에 비해 너무나도 저평가된 그룹으로 가사, 멜로디, 편곡 그리고 연주까지 노래를 듣다 보면 흐뭇하고 편안한 미소를 감추기 어렵기만 하다.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소리, Electronic Percussion의 리듬을 따라 시작되는 노래는 나지막이 마치 속삭이듯 부르는 보컬과 함께 지난 여름밤의 그 어딘가의 해변으로 나를 이끌게 된다.
아마도 이 노래는 연주곡으로 멜로디가 먼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데, 백그라운드에 흐르는 피아노 연주와 동일한 멜로디를 가진 노래의 흐름 때문에 그렇다. 이 노래의 가사는 문자 하나 하나별로 다른 Note로 구성되어 있어, 한 편의 악기의 연주를 입으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멜로디 사이 이어지는 반음의 매력은 이 노래를 구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 어쩌면 지루할 수 있었던 노래에 작은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마치 후렴구와도 같이 노래 중간에 이어지는 세련된 피아노 리듬, Elec Brass 솔로, 자연스레 재즈로 변화하는 편곡 등은 그저 주체할 수 없는 감탄을 내뱉게만 된다.
아 떠나고 싶다!
끝도 없을 것 같았던 추운 겨울이 매서움이 이제 한풀 꺾이듯 바깥의 공기에서 아늑함과 따뜻함이 서서히 느껴지는 요즘, 파도와 라틴의 멜로디가 마치 연애들 하듯 어울리고 셀 수도 없는 밤하늘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여름 바다, 오늘은 모자이크의 노래와 함께 그곳으로 떠나고만 싶다.
작사 : 김준범
작곡 : 김준범
편곡 : 김준범
노래 : 모자이크
우리 사랑은 8월의 태양 아래 꿈꾸듯 푸르른 바다를 건너
라틴 멜로디 은은하게 들리는 하얀 테라스 아름다운 작은 카페
많은 사람들 간편한 옷차림으로 복잡한 도시의 일들은 잊고
모두 행복한 웃음 지으며 서로를 잘 아는 것처럼 즐겁게 얘기해
바닷가 노을이 질 때면 사랑을 얘기하고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면 달콤한 입맞춤을
바다와 휴식과 내 곁에서 어느새 잠들어 꿈꾸는 그대
여름밤은 깊어가고 나 그대의 꿈속으로 찾아가 또 그대를 만나리
라리라라라
바닷가 노을이 질 때면 사랑을 얘기하고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면 달콤한 입맞춤을
바다와 휴식과 내 곁에서 어느새 잠들어 꿈꾸는 그대
여름밤은 깊어가고 나 그대의 꿈속으로 찾아가 또 그대를 만나리
우리 사랑은 험한 파도를 넘어 어느새 이곳까지 왔으니
나는 야자수 그늘이 되어 붉은 태양 아래 그대를 편히 쉬게 하리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