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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l 07.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아흔여덟

정재형, 아름다운 시절 : 1집 - 1999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당신의 첫고백은
언제였나요?


첫사랑과 첫고백은 다르다.


무슨 시덥잖은 언어유희적 말장난이냐 호도하는 분도 있겠고, 은근슬쩍 'T'가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은 구독자도 계시겠지만, 굳이 높은 수준의 경계선을 긋지 않아도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첫사랑의 정의부터가 사람들 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결혼 정보회사인 듀오가 첫사랑의 정의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처음 좋아한 사람'이 약 절반정도로(남 43.6%, 여 44.8%)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으로는 '가장 많이 좋아한 사람'(남 10.8%, 여 26.8%), '처음 사귄 사람'(남 18.8%, 여 12.8%), '가장 잊지 못하는 사람'(남 14.8%, 여 9.2%), '성인 이후 처음 사귄 사람'(남 4.0%, 여 2.4%), '처음 썸 탄 사람'(남 4.0%, 여 1.6%), '첫 스킨십을 한 사람'(남 2.8%, 여 0.4%) 등 굉장히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첫사랑을 포함한 사랑은 언제나 '나의 고백'과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가지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짝사랑으로 첫사랑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이 경우엔 전혀 해당하는 바가 있을 수 없을 테고, 어쩌면 개인적인 성향이든 취향이든 성격이든 간에 평생 고백하지 못하거나 혹은 안 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첫 고백과 첫사랑은 높은 확률로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그때 그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 소리를 잊을 수 없다.


첫고백은 어제의 일과도 같이
선명하기만 하다!


시간의 흐름을 뒤적여 찾은 그때 그 기억 속에서, 스쳐 지나가 버린 주변의 많은 일들은 그저 희미하기만 한데, 유독 그 아이의 얼굴, 마주 선 나의 모습, 그리고 또 다른 두 명의 남자아이는 마치 어제의 일과도 같이 또렷하고 선명하기만 하다.


https://brunch.co.kr/@bynue/18


오늘 소개할 아흔여덟 번째 숨은 명곡은 1999년 발표한 정재형 1집에 수록된 심현보 작사, 정재형 작곡/편곡의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노래이다.


정재형은 1995년 쌍둥이 자매였던 김아연, 김연빈과 함께 베이시스라는 그룹으로 K-Pop에 데뷔하게 되는데, 가수 데뷔를 꿈꾸며 각각 이화여대, 한양대에서 관현악을 전공했던 김아연, 김연빈 자매는 한양대 작곡과에 다니던 정재형에게 군복무 이후 함께 그룹활동을 제안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아마 K-Pop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일 법한, 바이올린을 든 쌍둥이 자매가 청일점인 정재형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당시 대중에게도 꽤나 큰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그들의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와 프로듀싱의 능력이 없었다면 아마 한순간 잠시 지나갈 '그저 그런' 그룹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김아연, 김연빈, 정재형으로 구성된 그룹 베이시스의 활동 모습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데뷔한 1995년 무렵의 K-Pop은 온/언더 그라운드를 불문하고 다양한 장르와 가수들이 폭발하던 시절로 일명 '콘셉트'와도 같았던 '남과 다른 비주얼'이 큰 성공의 진입 요소가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공식은 아직도 인지도를 높이는데 검증된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다.


베이시스 1집의 '내가 날 버린 이유'가 대중의 좋은 반응을 서서히 얻게 되면서 가요프로그램의 상위권에 랭크가 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1996년 나온 베이시스 2집에서는 베이시스의 대표곡 '작별 의식',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좌측으로부터 베이시스 1~3집 앨범 표지


김아연, 김연빈의 유학 결정으로 그룹에 홀로 남은 채 준비한 베이시스의 3집은 평소 음악적 친분을 나누던 이소라, 이기찬, 김진추 등과 함께한 피처링이 수록된 앨범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정재형 자신이 모든 곡을 편곡하고 프로듀싱한, 그에게는 힘든 시절이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참고로 베이시스 1집은 그의 대학 선배이자 K-Pop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김형석이 편곡을, 2집은 김형석, 강린, Sam Lee 등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베이시스는 1997년 해체하게 된다.


이후, 정재형은 애써 외면하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벗어나고자 노력했었던 그의 전공이자 음악의 중심인 클래식에 대한 작은 장벽을 넘어 진정 자신만의 음악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렇게 2년 동안의 그를 다시 다듬고 또 다독여 1999년 나온 앨범이 바로 오늘 소개할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그의 솔로 1집 '기대'이다.



후반의 이소라의 허밍이 미쳐버릴 듯 아름다운 연주곡 '내 안의 작은 숲'을 비롯해 타이틀 곡인 '기대',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죠', '시련', '강'과 같은 곡들은 그의 클래식컬한 편곡과 음악적 감수성이 잘 조합된 명곡들이라 할 수 있고, 강수지와의 듀엣이 아름다운 '이별의 끝에서'를 포함해 베이시스 때의 감성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곡들, 그리고 정재형이 작곡한 노래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고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까지...


뭐 하나
버릴 게 없네!


1집 발표 이후 그는 프랑스 음악 유학길에 오른 그는, 2002년 유학 중에 발표한 2집, 클래식으로의 전향을 고민하던 때, 당시 잠시 빠져있던 일렉트로닉과의 접목이 이루어졌던 명반 3집을 6년 만에 발표하고 그는 2010년 피아노 연주앨범인 'Le Petit Piano', 2019년 'Avec Piano'를 자신의 4집과 5집으로 발매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솔로앨범을 발매하면서 베이시스 활동 당시 누렸던 만큼의 큰 대중적 인기와 성공을 얻지는 못한다. 다만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출연을 시작으로 각종 예능에 출연하면서 오히려 음악인으로 보다 예능인으로 더 큰 성공과 인지도를 얻게 된다.


1999년에 발표한 그의 첫번째 솔로앨범


오늘 소개할 '아름다운 시절'은 1992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키 작은 나무'란 노래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심현보가 작사로 참여하고, 정재형이 작곡/편곡을 담당한 노래로 기타, 현악기 그리고 정재형이 직접 연주한 멜로디온의 선율로 시작되는 연주는 30여 년 전 따뜻하기만 했던 난로가 놓인 서울의 어느 교실로 나를 이동하게 한다.


기억나니 그 골목길
널 바래다주던 그때


기타 하나에 담담하지만 또 묵직한 정재형의 목소리가 귀에 익숙해질 때 즈음이면, 유독 더 그때의 기억을 아련하게만 만드는 듯, 첼로의 아름다운 연주와 잔잔히 퍼져나가는 드럼, 베이스가 천천히 한순간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도 가사이지만, 정말 잘 짜여진 곡의 흐름과 아름다운 편곡이 마음 한켠에 숨겨놓았던 내 어린 시절의 뜨거웠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주는데, 특히 클라이맥스에 서서히 다다르면서 현란하게 연주되는 피아노와 현악기 그리고 드럼 베이스의 울림, 그리고 높은 고음으로 바꾸어 부르는 정재형의 애절한 목소리에 나는 그저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


마치 그때의 바보 같았던 나의 모습을 알기라도 한 듯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정지된 듯 남은 그 시절


난 여전히 달라진 것 하나 없는 그때의 나인 듯한데, 탐욕스러운 중년의 흉한 내 모습에 언제나 깜짝 놀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그리곤 항상 다짐한다.


그래. 이젠 늘어나는 주름과 흰머리에 더 이상 전전긍긍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다시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지.


나의 아름다운 시절은
바로 지금 이기에!




아름다운 시절

정재형, 1집 - 1999


작사 : 심현보

작곡 : 정재형

편곡 : 정재형

노래 : 정재형


기억나니 그 골목길 널 바래다주던 그때

함께 걷던 것만으로 그토록 행복할 수 있었던


생각하면 참 낯설어 그럴 때가 있었던 게

가끔은 눈이 내렸고 하늘엔 별들도 많았는데


수줍게 너를 고백하던 그날에 하늘, 바람 모든 것을 기억해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 둘 만 느껴지던 그날을


돌아갈 순 없지만 그저 가끔 생각하며 옅은 웃음 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너에겐 고마워 (안녕)


많은 날을 왔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정지된 듯 남은 그 시절

아마도 그때가 그리운 거겠지

(지금도 그곳엔 그때에 네가 있을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2TDUH2jB8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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