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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l 14.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아흔아홉

김창기(feat. 하오몽상), 이 순간처럼 : 1집 - 200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사랑은 아무나 하나?


지난 2024 밸런타인데이 즈음, 모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35.4%, 30대의 21.9%, 40대의 16%, 50대 15.5%가 연애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지고 들면 끝도 없는 '딴지'들이 그득하겠지만, '연애=사랑'이라고 하고, 조사하지 않은 60대 이후부터는 그 %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 가정한다면, 10명 중 한두 명은 평생 연인과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며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큰 수치에 놀랄 수밖에 없다.


20~50대 연애 횟수 조사(피엠아이, 인터넷 발췌)


다만 이 조사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인, 조사집단이 '미혼'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또 부득이 연애를 하기에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참작한다면 그 수치는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어쨌든 연인과의 따뜻하고도 가슴 저린 그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경험'이 있는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 소개할 숨은 K-Pop 명곡 아흔아홉 번째 노래는 숨 막히도록 행복했던 사랑의 순간을 묵묵히 전달해 주는  2000년 김창기 솔로 1집 '하강의 미학'에 수록된 김창기 작사/작곡, 박인영 편곡, 하오몽상이 함께한 '이 순간처럼'이란 노래이다.


김창기 = 동물원

 

김창기는 1987년 전 국민의 히트곡이자 가수 임지훈을 K-Pop에 널리 알리게 된 '사랑의 썰물'을 포함하여 '영아의 이야기', '내 사랑' 등 총 3곡의 작사/작곡가로 데뷔하게 된다.


지난 아흔두 번째 숨은 명곡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이후 임지훈은 김창완에게 김창기와 동물원 멤버들을 소개하게 되고, 김창완의 도움으로 그들은 1988년 첫 번째 앨범을 내며 가수로서의 첫 발자국을 디디게 된다.


https://brunch.co.kr/@bynue/151


동물원 데뷔 일화에서부터,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거리에서',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널 사랑하겠어' 등의 수많은 히트곡까지, 사실 김창기는 곧 동물원 그 자체였다.


그가 만들어 낸 소소하지만 묵직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 모두가 학창 시절 옹기종기 골방에 모여 앉아 목이 터져라 불렀을 법한 따뜻한 노래들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냈고, 그것이 곧 그의 가장 큰 음악적 역량이자 원동력으로 이어져 왔다.


김창기의 작사/작곡가로의 데뷔 앨범인 임지훈 1집 표지


동물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가끔씩 솔로와 프로젝트 그룹의 음악적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는데, 본 숨은 명곡시리즈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던 명반인 우리 노래전시회 4집에서는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라는 노래를, 하나옴니버스 2집에서는 '아직도'라는 노래를 불렀고, 1997년에는 '꿈의 대화'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가수 이범용과 창고라는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도 했다.


참고로 이들은 연세대학교 선후배이자, 신경정신과 의사들로 각각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었다.


김창기가 솔로 혹은 프로젝트 그룹 활동으로 참여한 앨범 표지들


1997년 동물원 7집 발매 이후 그는 의사로서의 삶에 보다 충실하기 위하여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동물원을 탈퇴하게 되고, 3년 후 그는 자신의 솔로 앨범이자, K-Pop에 남을 명반인 '하강의 미학'이라는 솔로 앨범을 들고 다시 K-Pop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었었던 탓인지, 그는 솔로 1집 이후 무려 13년 동안 아무런 음악활동을 하지 않다가, 2013년 2집 '내 머릿속의 가시'를 들고 다시 홀연히 나타나게 되는데, 다양한 싱글 앨범들을 발매하며 꾸준히 우리 곁에서 아름다운 그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다만 그의 마지막 음악적 행보가 2018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를 좋아하는 한 명의 Big Fan인 나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기만 하다.


2000년 1집 이후 김창기 솔로 앨범 표지들


오늘 소개할 아흔아홉 번째 숨은 명곡은 2000년 김창기 솔로 1집 '하강에 미학'에 실린 김창기 작사/작곡, 박인영 편곡, 하오몽상 노래의 '이 순간처럼'이라는 노래다.


이 앨범은 프로듀서 조동익, 뮤직 디렉터 조동익, 박용준 이외에도 함춘호, 조동익, 박용준, 박인영, 김영석 등 당시 하나기획의 초절정 세션 연주인들이 모두 참여했다. 또한 이 노래의 편곡자인 박인영은 이미 숨은 명곡에서도 자주 회자된 유재하 음악가요제 출신의 레전드 프로듀서이고, 김창기와는 동물원 시절부터 편곡자로 호흡을 맞춰왔다.


2000년에 발매한 김창기의 첫번째 솔로앨범 '하강의 미학'의 표지, 참고로 그의 귀여운 아들 사진이 앨범 표지를 장식했다.


https://brunch.co.kr/@bynue/57


노래를 부른 하오몽상(박상욱, 서정훈)은 굉장히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박상욱은 연세대 재학시절 동물원의 멤버였던 유준열과의 인연으로 우리 동네사람들에 합류하여 객원멤버로 활동하게 되었고, 서정훈은 전설의 그룹 '이야기'의 멤버로 1992년 데뷔하여 '놀이터에서', '거리에 서면' 등을 작사/작곡했고, 1994년 2집이자 그들의 마지막 앨범에서는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요' 등의 자작곡을 발표하며 활동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bynue/146


2000년이 되던 이 무렵 이 두 사람은 '하오몽상'이라는 팀으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결국 발매되지는 못하게 되는데, 어쩌면 하오몽상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부른 유일한 앨범이 아닐까 싶다.


소프라노 색소폰의 은은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는 뭐 하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악기의 배열과 간결한 멜로디로 어쩌면 80~90년대의 전 세계 Pop을 이끌던 데이비드 포스터의 감성이 물씬 풍겨지기도 하는데, 마치 편곡자인 박인영이 제시하는 K-발라드의 교과서를 보는 듯도 하다.


그리고 언제 시작되었는지 무심코 슬쩍 끼어든 것만 같이 시작되는 박상욱의 노래는 가녀리지만 목소리 자체에 옅은 탁성이 묻어나 '깨끗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좋지만 또 슬픈' 참 오묘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참 좋은데 슬프네!


모든 김창기의 곡들이 그러하겠지만, 이 노래는 '사랑' 그 지겹고도 진부한 노래의 소재를 그만이 전달해 줄 수 있는 '공감'의 아름다운 가사로 간결히 표현하고 있다는 것인데, 마치 사랑의 아픈 상처가 두려운 요즘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오랜 친구의 따끔한 한마디와도 같이 느껴진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절벽의 끝으로 쓰러져 숨 쉴 수도 없는 아픈 상처를 준 나의 사랑들이지만, 그때의 그 찬란했던 사랑의 감정에 여전히 내 가슴이 뛰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김창기가 말하는 것처럼 '사랑이 아픔만이 아님였음을'


늘 끝없는 갈증에 우린 목말라했고, 그렇게 서로를 더 갈망하고 채근했다. 나도 모르게 우리를 망가뜨려간 그 상처조차 사랑이라 믿었고 그게 전부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소소했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감정들을 점점 잃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말이 참 부끄럽게만 느껴지는 요즘,

눈부신 아침 햇살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릴 때를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꼭 안아주며 말하고 싶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야



이 순간처럼

김창기(feat. 하오몽상), 1집 - 2000


작사 : 김창기

작곡 : 김창기

편곡 : 박인영

노래 : 하오몽상(박상욱, 서정훈)


아침이 밝아와 네 여린 어깨에 내려앉을 때

내가 너의 곁에 숨 쉬고 있는 걸 난 믿을 수 없어


늘 끝없는 갈증이었지

사랑이라 믿었던 그런 지난날


나에게 사랑이 아픔만이 아님을

알려준 널 사랑해 기쁜 마음으로


또 다른 아침이 밝아오지 않는 그날까지 널 사랑해

내 품에 안긴 이 순간처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z5kGCMbLd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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