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 박인영, 제2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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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유재하가 나타났다!
가수 '박인영'의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다. 흐릿한 내 기억의 조각들을 더듬어 보면, 여러 매체 등에서도 비슷한 평을 이야기한 것 같으니, 비단 나 혼자만 느꼈던 첫인상은 아니었던 듯싶다.
아직까지 그 멋진 명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꿈의 무대, 유재하 음악 가요제의 시작은 '조규찬'이라는 걸출한 뮤지션이 '무지개'라는 명곡으로 그 문을 열었다.
항상 모든 콘텐츠가 그렇듯이 전편의 흥행을 이어나갈 속편이 굉장히 중요한데, 두 번째 경연대회에 대상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는 '고찬용'의 '거리 풍경'이 차지했었다.
난 사실 이런 류의 경연대회의 수준이나 존속은 두 번째 대회의 참가자나 곡들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의 경우는 '고찬용'의 '거리 풍경' 하나로 모든 게 끝났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센세이션 했다.
어쨌든 고찬용의 노래는 나중에 다시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 소개할 '박인영'의 '새로운 세상이'라는 곡은 제2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곡인데, 언제나 내 맘속에서 '거리 풍경'과 함께 대상을 겨루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 플레이리스트에 언제나 'Must Have'로 담겨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상이'는 그 시절 내게 신선한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우선 박인영이 가진 꾸밈없고 깨끗한 목소리는, 마치 사춘기 소녀의 청아한 음색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비슷한 음색을 가진 다른 가수와 비교해 특별한 이유는 지금 생각을 되짚어 봐도 이와 같은 여자 가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도 매력 있는 비음이 함께 어우러져, 순수하지만 깊은 성숙미를 느끼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난 박인영이라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좀 더 폭넓고 다양한 노래를 발표하길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후 박인영의 솔로 앨범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간히 우리 노래 전시회나 하나 옴니버스, 클래식, 토이 음반에 참여하여 노래하기도 했지만, 나에겐 부족했다. 어느덧 그냥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아쉬움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영화 제작자였던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참고로 선배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 대표이자,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너무나도 깊은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음악이나 영화, 특히 재즈와 관련된 부분은 커다란 선생님이자 조언자이기도 했다.
어쨌든, 선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 박인영 알지? 오늘 박인영을 만났어... 알고 보니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감독을 하셨네~! 내가 네 이야기도 했어! 박인영 골수팬이 한 명 더 있다고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국내 최고의 음악 작곡가 및 편곡가가 되어 있었다. 특히 현악 편곡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작업 결과물들을 발표하고 있는...
참고로 그녀는 윤상, 유희열, 윤종신, 김동률, 박정현, 보아, 소녀시대, 성시경, 윤미래 등 국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했고, 피에타, 표적, 특별시민, 형, 창궐과 같은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근래에는 해외의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바쁜 활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가인 '애국가'를 재편곡하는 큰 영광까지도 누리게 된다.
물론 그녀의 프로듀서, 편곡가로서의 활동이나 작품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가 가진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묻혀지는 것 같아 너무나도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꼭 그녀의 목소리를 새로운 그녀의 곡으로 듣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새로운 세상이'는 젊은 '박인영'의 고뇌와 고민이 고스란히 가사 속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 돌이켜 보면 아마 그때의 내 삶도 그녀와 같았었던 것 같다.
힘들고 고된 현실의 어두운 밤을 작은 별빛과 달빛에 의지해 지샜었던... 내가 이 노래를 이토록 잊지 못하는 것은, 그때의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줬기 때문은 아닐까?
그때를 지나 이젠 무뎌짐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삶은 늘 쉽지 않다.
그저 말없이 날 보듬어줘 왔던 오랜 가족처럼, 그때 그 시절 가끔 알 수 없는 현실의 무게에 밤새 잠 못 이루던 나에게
잘 해왔다고,
이 만큼이나 성장할테니 걱정말라고
내 지친 어깨를 두드리며, 이 노래를 다시끔 들려주고 싶다.
작사 : 박인영
작곡 : 박인영
편곡 : 조동익
노래 : 박인영
내방 한 구석엔 시든 꽃잎만 흩어지고
나의 작은 창문 사이론 하얀 달빛 가늘게
얼굴을 내미네
나의 마음에는 왠지 모르게 눈물 나고
지나쳐온 날들이 생각나 음
밤의 창가에 기대 보네
가득한 저 하늘 별빛은
변함없이 나의 작은 창을 비추고
조금 지나면 새벽은 또 오네
텅 빈 내 마음속으로
저 푸르른 나의 날들이
점점 나의 곁을 떠나가고 있어도
나 이제는 슬프지 않아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있기에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L-02N399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