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날 : 새바람이 오는 그늘, 1집 - 199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지금 들어도 너무나도 세련된
안타까운 걸작 앨범
그 이름까지도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완벽했던 그룹, '새바람이 오는 그늘'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몇 가지 단어들의 조합이다.
사실, 현재 내가 쓰는 이 글의 주제가, '숨은 명곡'이 아니라, '숨은 명반'이라면 최소한 개인적인 TOP 10안에는 무조건 리스트 업이 될 것 같은 굉장한 음악 앨범이기도 한데,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나의 취향을 100% 저격하는 이유도 있고, 그 당시 젊은 20대의 뮤지션들이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한국 특유의 감성 멜로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완성도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던 멋진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는 '조규찬'이라는 걸출한 뮤지션이 그룹 내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음반에 대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수록된 다양한 곡들 중 상당수의 작곡, 편곡, 연주를 기타리스트 '이준'과 '김정렬'이라는 훌륭한 베이시스트가 나누어 작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대로 조규찬이 이 앨범과 이 뮤지션으로부터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완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새바람이 오는 그늘'은 이후 발매하는 조규찬의 음악적 색깔과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
어쨌든 이 부분에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은 조규찬 혼자 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대단한 2명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기에 걸작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조규찬 1집이 3년 후인 1993년에 출시하게 되니까, 이런 가설도 못 미더울 것만은 아닐 듯하다. 뭐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게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앨범 구성을 봐도 이러한 뇌피셜은 금세 누구나 인정할 만한 타당성을 가지게 될 듯싶은데, 이 앨범의 제목이자 타이틀 곡, 그룹명이기도 한 ‘새바람이 오는 그늘’이란 곡은 기타리스트 '이준'이 작사, 작곡을 모두한 노래이고, 멤버의 개인 곡, 공동 작업 곡 등 3명의 손때가 골고루 앨범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야말로, 음악성과 대중성 등을 모두 겸비한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발표 당시엔 대중의 인기를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새바람이 오는 그늘'의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베이시스트 김정렬이 해외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룹의 해체가 진행되지 않았나 추측해 보지만, 위에서도 말한 3년 뒤 나온 조규찬 1집에 이준과 김정렬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둘과의 사이에 무슨 균열이 있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
기타리스트 이준은 그 유명한 '헤드윅', '즐거운 인생' 등과 같은 뮤지컬,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방송의 음악감독으로, 김정렬은 프랑스 유학 이후, '더 버드'라는 퓨전 재즈 그룹을 결성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을 뽑으라면, 아마도 오늘 소개할 김정렬 작사/작곡의 '좋은 날'이 아닐까 싶은데, 숨은 명곡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좋을 만큼 이들 앨범의 모든 노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노래 '좋은 날'은 그 제목과는 달리, 옛 여인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가 겪는 굉장히 슬프고 외로운 하루를 아이러니하게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데, 슬픈 가사지만 기타와 피아노로 이어지는 미디움 템포의 재즈 리듬과 멜로디가 마치 이젠 일상처럼 편안해져 버린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만 같다.
마치 상실의 아픔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삶을 살고 있었던 내 20대의 자화상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나를 채워주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에 집착하고 또 괴로워하며 살았었던, 그리고 그 모든 게 무뎌져 일상처럼 아프지 않게 되었었던 그때...
기억을 더듬어 그때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보니,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던 20대 나의 상실에 대해 작은 희망을 꿈꿨던 것도 같다.
안녕이라 하지 마
언젠가 또 '좋은 날'이 올 거잖아...
작사 : 김정렬
작곡 : 김정렬
편곡 : 새바람이 오는 그늘
노래 : 새바람이 오는 그늘
당신을 닮은 인형 하나 사러갔지
그곳에 한동안 서있었네 아무 말없이
내 맘에 숨어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가늘게 눈뜬 하늘보네
당신을 닮은 인형 안고 난 걸었지
어느새 불꺼진 그 창가에 나는 서 있네
그렇게 사랑했던 내 마음이 미워서
허탈한 맘에 웃어보네
당신을 닮은 인형 내겐 소중했지
하지만 버리고 돌아왔네 나의 사랑도
하늘엔 당신모습 왜 이리도 많을까
눈을 감아도 보이네
안녕이라 하지마 좋은 날..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mXda9S4q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