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Love is...(Jazz) : Kid's Pop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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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현철 뭐 해?
2004년 어느 날,
영화(Film & Video) 기술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내가 영화 제작 비즈니스에 기웃기웃거리고 있을 무렵, 지금은 전 국민이 모두 알만한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 대표이자, 내겐 고등학교 선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음악적 멘토이자 선생님이었던 친한 형에게 물었다.
1989년 '오랜만에', '동네'가 실린 1집 앨범을 세상에 소개하며 K-Pop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김현철은, 매년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꾸준히 앨범을 개인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의 진또배기 빅팬이었던 나는 뭔가 그의 새로운 앨범발표의 간격이 살짝 벌어진 것을 미묘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는 물론이고 Jazz, K-Pop 등 한국 예술계의 폭넓은 인맥과 조예가 깊었던 형에게, 그 당시의 김현철의 안부에 대해서 물었었다.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형과 나 그리고 김현철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나의 경우는 같은 중학교까지 나온 나름 대단한 학연의 중/고등학교 동문 선배님이긴 했지만, 나이차가 조금은 벌어진 까닭에 김현철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고 이렇다 할 그와 연결될 끈 또한 없었기에 그를 사석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다만, 나의 대학시절 때, 압구정동에 자주 가던 지하 카페, 아니 술집이라 해야 더 어울릴 만한 곳이 있었는데, 카페 주인장이었던 누님 또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시고 그 취향 또한 나와 비슷비슷했어서, 꽤 많은 CD들이 즐비하게 있었고 그곳에 어느 날 단골이었던 김현철과 정원영이 함께 온 적이 있어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 첨이자 마지막인 것 같다.
혹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어설펐던 나를 기억은 하실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엔 어찌나 떨렸던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Kids Pop
다시 2004년 그때로 돌아가 희미한 파편들을 보듬어 보자면, 영화 제작자 선배는 '요즘 김현철은 Kids Pop을 만들고 있어'라고 하면서,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이긴 하지만 가요가 대중화되면서 꼭 필요한,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찌 보면 고작 2살 터울의 고만고만한 나이의 우리들이었지만, 그 선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에게 큰 영감을 주는 거대한 나무와도 같이 언제나 웅장하고 멋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2000년대에 들어선 K-Pop은 그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중흥기였던 80~90년대를 지나 그 다양함과 성숙함이 보다 무르익기 시작했고, 급속한 통신환경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디지털화에 따라 음악산업 또한 많은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세대, 나이와 같은 물리적 경계는 급속도로 전파되는 미디어의 파급효과에 더 이상 그 의미가 없어지게 되어 부정적인 견해로만 보면 성인에게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적 가사와 멜로디'가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다소 걱정스러운 일이 예전보다 빈번하게 발생되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넓어지는 문화나 예술의 접근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고 나 또한 이런 류의 강제적 제한을 극혐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최소한 인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우리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에게만큼은 그들이 자기 순화를 거쳐 진정한 자가 선택권을 가지게 될 때까지만이라도 최대한 노출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수위의 콘텐츠가 얼마나 해로우며, 그것이 언제까지이고, 또 어떻게 기준을 세울 것인지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고, 때론 '이게 해결 가능한 문제가 맞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부를 노래가 없다.
어쨌든 K-Pop은 세대를 아울러 어린 세대에게도 그 영향력을 넓히게 되면서, 영어 섞인 가사와 다양한 음악적 장르가 복합된 노래에 익숙해진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학교나 집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수십 년째 비슷한 멜로디와 노랫말, 편곡과 장르를 이어온 '동요'가 유일했다.
그리고 김현철은 2004년 국내에선 아주 생소했던 장르 'Kid's Pop'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김현철은 자신의 앨범 발표와 더불어 이를 '키즈팝 운동'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는데 아마 2002년 결혼해서 2003년 아빠가 된 그가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부를 수 있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K-pop 노래가 필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면서부터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그의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백두번째 K-Pop 숨은 명곡은 2004년 발매된 김현철의 Kid's Pop 앨범에 실린 Love is...의 재즈버전이다. 이 곡은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오케스트라 버전, 팝버전, 재즈 버전 등 크게 3가지의 버전이 있고 김현철과 안정아 양이 함께 부른 팝버전에, 각각 솔로로 부른 버전까지 총 5곡이 실려있다.
이 곡의 재즈 버전은 Brass의 편곡이 두드러지는 빠른 템포의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인데, 약 2분여의 아주 짧은 노래이긴 하지만 마치 어른들을 위한 배려와도 같이 성숙함이 곳곳에서 느껴지기까지 한다. 미묘하게 달라진 가사는 카라, 레인보우, 에릭남, 나인뮤지스, 인피니트 등의 히트곡을 작사한 배우를 꿈꿨던 미모의 작사가 송수윤이 참여했고 편곡은 국내 Top 정상급의 재즈/오케스트라 편곡가이자 작곡가인 김건이 함께했다.
재즈버전은 어른들을 위한
김현철의 작은 배려
다소 부산스럽고 현란하게 느껴질 정도로 뽐을 내는 색소폰의 솔로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어느새부터인지 베이스, 기타, 피아노, 브라스와 함께 어우러져 한순간 고개가 슬쩍슬쩍 좌우로 흔들어지는 경쾌한 리듬을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풍요롭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잠시 풍성하고도 조화로운 악기들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보면, 조금은 무뚝뚝한 특유의 김현철의 노래가 시작되는데 마치 보컬도 하나의 악기와 같이 각자의 멜로디가 서로를 밀고 또 당기고 하는 가벼운 Jam Session의 한 소절을 듣고 있는 듯도 하다.
Love is
천사의 인사
이 노래는 어른의 눈으로 보는 천사와도 같은 아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넘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은 담백하고도 예쁜 가사에 우리의 아이들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멈출 수 없고, 노래 마지막 '예압~~~'라고 외치는 김현철 목소리엔 그저 피식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이성에 대한 두근거림을 처음 느낀 첫사랑을 경험했던 나는, 그때 이후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사랑이 주는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사랑하는 이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나이가 하나둘씩 쌓여 중년이 된 어느 날 문득,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서 이젠 볼 수 없는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받은 첫사랑은
아버지였었다는 걸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너무나 익숙해서 그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노래...
그렇다고 너무 센치해지지는 말자!
"예압~~"
작사 : 송수윤, 김현철
작곡 : 김현철
편곡 : 김건
노래 : 김현철
LOVE IS 천사의 인사
LOVE IS 또 만나자는 아이의 입맞춤
나 눈을 맞추고 또 조심스럽게
나누어가는 작은 교감
LOVE IS 마법의 주문
LOVE IS 잊지 말라는 아이의 눈인사
나 눈을 감으면 아련히 보이는
저 기억 너머 작은 손짓
LOVE IS 변하지 않죠 늘 언제나 어디에서나
우리 믿음을 소망하는 것 LOVE IS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