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tone Beach, 코나 : 5집 - 200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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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떠나고 싶은 곳이 있나요?
우리 모두 한번쯤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던, 그저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그 시절에 겪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이젠 몇 초 지나지 않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던 그런 아픈 이별의 기억들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수 십 년이 지나 인생의 쓴 맛을 너무 진득히 알게 된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그때의 나는, 그저 철없고 이기적인 못난 어린아이일 뿐이기만 한데, 그땐 왜 그리 처절하게도 나 자신을 상처 내며 살았는지 한없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이유가 어쨌건 간에 '사랑'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 감정에 충실했기에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솔직했고, 더 거침없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녀로부터 받았던 사랑에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커다란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별로 겪게 된 슬픔에는 상상도 못할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의 아픔으로 더욱 힘들어 했던 것만 같다.
그리고 난, 이런 상처 난 내 마음의 치유를 위해 무작정 동해 바다로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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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빛 바다가
날 치유하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반나절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구불구불 강원도의 험한 태백산맥을 넘어 종착역인 강릉에 도착하게 되는데, 더 이상 뛰지 않는 심장과 생기가 사라진 내 마음을 이미 알아본 것인지, 나를 마주했던 동해의 바다는 그 푸르른 에머랄드 빛을 모두 잃어버린 Monotone의 그것과 같았다.
난 흑백영화 속 긴 트렌치 코드를 입은 비련의 주인공처럼 천천히 그렇게 해변가를 걸었고, 강릉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올 무렵 즈음이면 어느새 바다와 나는 그 색깔을 회복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함께 날 치유했던 노래를 오늘 백아홉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룹 코나를 아시나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가수 이소라의 멋진 인트로가 매력적이었던, 혹자들은 아예 이소라의 노래로 오해하고 있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부른 원히트원더의 그룹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조금 더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녀! 여행을 떠나다'라는 노래 또한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이니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언더그라운드의 상징 '동아기획' 출신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 것 같은데, 그들 1집 발매에서부터 해체하게 되는 5집까지 약 7년 동안 그들의 앨범은 모두 동아기획에서 발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처음엔 이소라와 코나의 연관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문점이 들었다가도 동아기획이라는 설명에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수긍을 하는 일들도 종종 있었다.
그룹 코나는 1993년 그룹의 리더인 배영준, 보컬 김태영, 키보드 박태수 3인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출발했는데 대학 1학년때부터 무수히 동아기획의 문을 두드린 배영준의 노력의 결실로 그가 졸업하고 난 후 발매되었다.
코나라는 그들의 그룹명도 그렇고 유독 그들의 음악적 정서가 '여름'을 표방하고 있는 이유는 여자친구와의 이별 후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시원한 바람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장르는 조금씩 변했더라도 이러한 계절적 방향성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빛과 소금의 감성이 느껴지는
코나의 초창기 앨범
그들은 빛과 소금의 멤버인 레전드 '박성식', '장기호'의 프로듀싱으로 1993년 1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숨은 명반이라 생각한다. 앨범 중 '비가 와'와 같은 노래는 아직까지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멋진 감성적인 곡으로 꼭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1집 타이틀 곡인 '그녀의 아침'이라는 노래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그들은 이듬해 군입대로 보컬 김태영이 빠지고 박종호가 합류한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리더인 배영준의 말을 빌리자면 '쫄딱 망했다'라고 할 정도로 음악도 그리고 흥행도 저조했던 앨범이고 이를 계기로 멤버 모두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렇게 지내던 중 동아기획 김영 사장의 제안으로 새로운 보컬 정태석을 영입 신곡 2곡이 수록된 2.5집을 급하게 제작/발매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나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가 수록되어 있다.
2.5집의 성공으로 조금은 좋아진 음악환경과 군대에서 돌아온 보컬 김태영의 재합류로 만들어진 3집은 '마녀! 여행을 떠나다'가 수록되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앨범 내에 있는 '비단 구두'라는 노래는 코나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OP3 안에 드는 감성적인 발라드로 굉장히 매력 있으니 이 또한 꼭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코나의 마지막 앨범
코나는 1998년 4집 상업적인 실패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 2000년 그들이 절치부심하여 만든 5집 앨범을 선보이게 된다. 이 앨범은 새로운 멤버이자 훗날 리더 배영준과의 음악적 동반자가 되는 한재원과 김상훈이 합류하게 되는 중요한 앨범이지만 안타깝게도 코나의 정규 마지막 앨범이 되는, 마치 시작과 끝이을 함께 하는 서글픈 앨범이기도 한다.
이후 리더인 배영준은 그룹 W의 활동과 더불어 최근 E.O.S까지 왕성한 음악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고 2017년에는 17년 만에 코나의 새로운 싱글을 발매하여 그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백아홉번째 숨은 명곡은 2000년 코나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된 배영준과 한재원이 공동으로 작사/작곡/편곡한 Monotone Beach라는 노래이다.
다소 음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되는 노래는 옅은 보사노바의 라틴 리듬에 묵직하지만 잔잔한 플룻의 연주로 어느새 우리들을 회색빛 바다의 참혹하고도 서글픈 풍경 속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조각조각 찢겨진 내 마음과 그저 멋쩍은 웃음만 남기고 떠나간 그녀를 노래하듯 광활하게 펼쳐지는 코러스와 보컬, 그리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슬쩍 들어온 기타와 건반, 순간순간 희미하게 들리는 스트링 소리에 내 마음은 천천히 치유가 되는 것만 같다.
이 노래는 허밍과도 같은 멜로디와 아주 심플하고도 직접적인 한 소절의 가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노래를 듣다 보면 더 이상의 무슨 가사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기만 한다.
눈 감으면,
먼 그대 웃음소리.
간주에 접어들면 당시 코나가 추구했던 장르가 느껴지는 일렉트로닉 퍼커션이 등장하고 과하지 않은 청명한 피아노의 곁들임이 조화롭게 함께하는데, 복잡한 내 마음의 한 구석을 몰래 들킨 것만 같아 조금은 쑥스러워 지기까지 한다.
노래는 그렇게 서서히 막을 내려가는데, 말미에 느껴지는 베이스와 기타의 연주가 그 존재감을 조금씩 내세우고 그것이 마치 숨겨져 있었던 다른 나의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 흥미롭기만 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랬듯,
그렇게 치유된다.
작사 : 배영준, 한재원
작곡 : 배영준, 한재원
편곡 : 배영준, 한재원
노래 : 코나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 따따~
눈감으면 먼 그대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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