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정서용 : 1집 - 1990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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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을입니다.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지긋지긋한 여름의 열기도 이젠 시들고, 스믈스믈 겨드랑이 속으로 찾아드는 조금은 낯선 선선한 바람이 싫지 않은 요즘,
'네! 가을입니다!'
예전 여행 포스트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유독 남자가 가을을 타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 이는
일조량이 부족해지는 가을이면 비타민D 합성이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또한 줄고, 우울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럴 땐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치유의 방법이고 멋진 음악은 언제나 여행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어 혹시 모를 외로움에 위로와 위안을 전달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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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그런 노래가 있나요?
가을이라 보다 센치해지는 마음에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에 인생의 그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계절이 주는 먹먹함과 스산해지는 분위기에 더더욱 아프고 쓰라리게 되는 기분을 느낄 것만 같아 생각만 해도 마음 한쪽이 살살 시려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 보다.
내 생애 그 첫 번째의 실패와 좌절이 정확히 언제였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전에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그 거대하고도 단단한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깨알같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던 기억만큼은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이 남아 있다.
'그래, 세상엔 도저히 안 되는 게 있구나.'
돌이켜 보면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그냥 이대로 쓰러져만 있고 싶을 그때, 조금씩이나마 나를 다시 일으켜 줄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그 무언가가 존재했던 것도 같은데, 참 미미하고 희미하지만 내겐 음악이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 백여덟번째 숨은 명곡으로 내게 항상 힘을 주었던 노래, 1990년 발매된 정서용 1집에 수록된 정서용 작사/작곡/노래, 조동익 편곡의 '혼자서도'라는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K-Pop Blues의
DIVA
정서용은 지난 숨은 명곡 쉰네번째에서 다룬 K-Pop Blues의 레전드 신촌블루스의 멤버로 1986년 이규형 감독의 영화 '청, 블루스케치' OST 중 '그대를 사랑할 수 없고', '애정의 묘연'이라는 노래를 불러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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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정서용의 목소리와 창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의 소울 풀하고 파워풀한 느낌이 아니라 예쁘고 고운 소녀와도 같아서 다소 이질적이라고까지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또한 색다른 그녀 내면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기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쯤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는 한국 블루스의 아지트 '레드 제플린'에서 탄생한 신촌블루스의 멤버로 1집과 2집에 참여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는데, 특히 1집에서 엄인호와 함께 부른 '아쉬움'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사실 이때만 해도 그녀의 목소리는 과도기적 형태로 서서히 그녀의 느낌을 찾아가는 듯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솔직히 또 다른 여성 보컬이었던 한영애보다 그 존재감이나 무게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했던 그녀의 내적 잠재성이 폭발하기 시작했던 것이 신촌블루스 2집이라 생각되는데, 그녀가 부른 '환상', '빗속에 서있는 여자'등을 통해 그녀만의 블루스 보이스를 하나둘씩 완성시켜 나가게 되었고, 진정 그녀만의 목소리를 내게 된 때가 오늘 소개할 '혼자서도'가 수록된 그녀의 첫 솔로 앨범이지 않나 싶다.
한국 블루스계 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의 시작
그녀는 신촌 블루스 2집을 끝으로 그룹에서 탈퇴하고 기획사 대표였던 '김영'사장의 권유로 자신만의 솔로 앨범을 준비하게 된다. 그녀는 엄인호, 이정선 등의 음악적 선배이자 대가들이 포진해 그 영향이 늘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룹 '신촌 블루스' 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그 때의 창법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이때부터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을 하나둘씩 발휘하게 되는데 앨범 수록곡 총 8곡 중 3곡의 작사, '비의 춤', '혼자서도' 등 2곡은 작곡까지 겸하게 되며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 앨범은 신인가수로서는 '동아기획'의 첫 번째 앨범으로 당시 기획사 내부에서도 큰 기대가 있었던 작품이었기에, 조동익, 이정선, 김희현, 함춘호, 손진태, 한송연, 장기호, 김현철, 윤영로, 이건태 등 핵심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돕기도 했는데 이는 그를 아꼈던 '김영'사장의 배려가 아니었다 싶다.
특히 앨범에 수록된 '비의 춤'은 블루스, 락, 포크 등이 멋들어지게 녹아들어 가 있는 명곡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게 되어 당시 노래 좀 한다는 여성 보컬리스트 사이에서는 꼭 한번 거쳐가야만 하는 에센셜로 유행하기도 했다.
다만, 그녀의 음악적 행보가 1994년 솔로 2집을 끝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녀를 응원하는 팬으로 굉장히 아쉽고 또 안타깝기만 한데, 그나마 홍대 근처의 블루스 라이브바 'Sally Guitar'를 20여 년 이상 운영하고 있어 그녀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참 다행이라 느껴진다.
비는 오는데,
투득 투득
베이스와 기타, 그리고 이어지는 하몬드오르간의 끈적끈적한 연주는 어느 음침하고도 축축한 비 오는 뒷골목 안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 술해 취해 쓰러져 있는 그때의 나로 돌아가게 하는 것만 같다.
이윽고 블루스와 락이 묘하게 겹쳐있는 듯한 뾰족뾰족한 정서용의 보이스는 수백 톤이 넘는 거대한 망치로 머리를 내려 맞은 듯 정수리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타고 내려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내게 말한다. 그만 일어나라고...
이젠 가야지
터덕터덕 빗길을 걸어갈꺼야
노래는 거스를 수 없는 미친듯한 기타와 드럼의 연주로 서서히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는데 이 노래의 클라이막스에서 울려 퍼지는 정서용의 절규와 같은 외침을 듣고 있노라면 언제나 나는 알 수 없는 숨겨왔던 내면의 힘을 얻게 되는 것만 같다.
혹시 좌절과 실패에 더 이상 움직일 수 조차 없는 그런 순간이 오늘 찾아왔다면 평소라면 감히 시도도 못할 수준의 볼륨을 크게 키우고 정서용이 주는 마법의 노래를 함께 해보면 어떨까.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못할 테지만,
그래도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질 수 있을 테니!
혼자서도 아프지 않게 살아야 해
혼자서도 외롭게 않게 살아야 해
작사 : 정서용
작곡 : 정서용
편곡 : 조동익
노래 : 정서용
비는 오는데 투득 투-득 이 밤 이 밤에
소리 없이 파고드는 지난날
흔적 없이 씻겨버린 얘기들 어디선가 다시 들릴꺼야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들
이젠 가야지 터덕터덕 빗길을 걸어갈꺼야
이젠 사랑해 포근한 사랑 사랑으로 맞이할꺼야
혼자서도 아프지 않게 살아야 해
혼자서도 외롭게 않게 살아야 해
이젠 가야지 터덕터덕 빗길을 걸어갈꺼야
이젠 사랑해 포근한 사랑 사랑으로 맞이할꺼야
혼자서도 아프지 않게 살아야 해
혼자서도 외롭게 않게 살아야 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