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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Nov 09. 2022

충남 태안, 가을 솔로 여행

[충청남도 01] 충남 태안 솔로 여행 : DAY 1, 하나


이 여행기는 2022년 10월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충청남도 태안을 중심으로 실제 1박 2일동안 지인과 함께 했으나, 식사/숙소만 같이하고 각자 여행했던 솔로와 다를 바 없는 여행이었고, 이를 일부 편집하여 당일치기 솔로 여행 일정에 맞도록 별도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01 |  여행이 그리워지는 남자의 계절


남자의 계절, 가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아마 수십 년, 아니 어쩌면 수백 년간 무슨 공식과 같이 통용되어온 '남자=가을'.

거부할 수 없는 이 공식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그냥 낙엽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이맘때쯤이 되면 뭔가 좀 쓸쓸해지는 듯도 하고, 뭔가 좀 그리워지는 것도 같아 이유 없이 외롭고 센치해 지는건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왜 남자들만 유독 가을을 이리 타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인데, 남성의 경우 일조량이 부족해지는 가을이면 비타민D 합성이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또한 줄고, 우울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한다.(ScienceTimes 기사 참조)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런 가을이 오면 특별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또다시 심장 언저리 어디에서부터 인가 꼬물꼬물대는 '여행'에 대한 동경과 갈망, 그리고 그리움이 생겨나기도 한다.


쓸쓸해 지는 가을이면, 떠나고 싶은 욕망이 배가 된다.


지난 전라남도 여행을 마치고 1여 년 만에 다시 회사로 복귀한 나는 또다시 전쟁터와 같은 회사의 경제적 이익창출을 위해 잠시 옆을 바라볼 틈도 없이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왔고 어느 날 잠시 숨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bynue/40


그래, 이럴 땐 여행만큼 좋은 휴식이 없지!


가끔은 내가 썼던 여행기를 '휘리릭' 살펴볼 때도 꽤 많은데, 뒤늦게 발견한 오타나 부자연스러운 표현 때문에 얼굴을 붉히고 이불킥을 수도없이 해가며 살포시 수정 버튼을 클릭하는 경우도 있고, 뭐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추억'에 잠겨 혼자 흐뭇한 미소를 한참이나 머금다가, 또다시 여행이 가고 싶은 맘에 멍 때리는 경우도 요 근래 꽤나 많아졌었다.


그래, 이유는 너무나도 충분하다.

어찌 보면 우린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다만 실제 여행을 주저하는 이유는 한걸음 살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의 등짝을 밀어줄 작은 '동기'가 필요한데, 오늘은 그것조차도 완벽하다. 


가을이니까!



02 |  당일치기 여행지, 충남 태안


여행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계획과 일정은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여행지만큼은 아마도 대부분 사전에 정해 놓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발걸음에 따라 정해지는,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있고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묘미도 있을 테지만, 매번 이런 여행만을 즐길 수만은 없잖은가?


어쨌든, 일정이 꽤나 길어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여행도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단시간의 짧고 굵은 여행도 있을 터인데,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잠깐의 머리 비움의 휴식을 선사하는 당일치기 여행이 어쩌면 보다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우선 지도를 펼쳐 놓아 보자.


출발지는 서울, 그리고 이동수단은 승용차라고 생각하다면, 아무래도 충청/강원권 일부까지 약 150여 km, 편도 2시간 30분(왕복 5시간) 정도의 수준이 가장 무난한 당일치기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대략 서울에서부터 차로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 당일치기 예비 여행 후보지역들

물론 여기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겠지만, 서울에 사는 위치에 따라 속초나 강릉 등 강원도의 멋진 도시까지를 당일치기 여행지로 바라볼 수도 있고, 아래로는 전라북도의 군산이나 전주까지를 가능한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내 기준은 그렇다. 그래도 길바닥에서 5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건, 하루를 온전히 알차게 써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자에겐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일출'과 같이 특별한 경험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무 이른 아침에 새벽같이 떠나 여행을 즐기기 전부터 지치기 시작하는 일정도 피하고 싶다. 평일인 경우 혼잡한 아침 출근시간을 피해 아침시간의 게으름을 적당히 피워가며 여행지에 도착하게 되고, 근처의 맛집에서 맛난 점심을 한 끼 먹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

자 그럼 어디로?


대부분은 우린 이 지점에서 알 수 없는 우유부단함과 결정장애에 직면해, 여행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되는데, 오늘만은 그럴 수 없다.


사실 뭔가 거창하고도 멋들어지게 표현은 했지만 이미 난 오래전부터 가깝지만 왠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이곳, 그리고 가을에 꼭 경험해보고 먹어야만 하는 먹거리가 있는 이곳, 충남 태안으로의 여행을 결정했었다. 


서울 중심지에서 충남 태안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충청남도 태안은 가장 유명한 안면도 등 119개의 섬이 있는 곳으로 군청 소재지는 태안읍이다. 530.8km의 길고 복잡한 해안은 수심이 얕고 조차가 커서 간석지가 넓게 발달하였고, 태안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유려한 풍경을 자랑한다고 한다.(위키백과 참조)


가장 힘겹고도 어려운 허들 중 하나인 여행지가 정해졌다면, 여행 계획의 90%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앞으로의 일은 하나둘씩 겪는 추억의 조각조각 들일 테니!



03 |  태안의 토속음식 '게국지', 원조 뚝배기 식당


당일치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여행지 도착과 일치되는 시간인 점심에 '무엇을 먹느냐?'인데, 먹는 것에 진심인 나와 같은 사람에겐 어쩌면 일정의 반은 점심식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충남 태안에는 이곳 서해에서 잡히는 튼실한 꽃게들이 식재료로 굉장히 유명한데, 이곳을 방문했다면 그중에서도 충남의 대표 토속음식 중 하나인, '게국지'를 꼭 먹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었다.


게국지는 게를 손질하여 묵은지 김치와 함께 끓여 내는 음식인데, 원래는 겨울 내내 먹고 남은 게장의 간장과 봄철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 김치 대용으로 먹던 봄동과 얼갈이배추가 쉬게돼면 같이 끓여낸 것이 음식이 시작이다.(위키 백과 참조) 


충남이 고향인 지인 왈,
"죽기 전에 게국지는 꼭 먹어봐야 해!"라고 했다.


하지만 근래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꽃게가 들어간 '게국지'는 전통적인 게국지를 보다 상업적으로 개량한 것으로 어쩌면 칼칼한 고춧가루와 묵은지가 함께 맛을 내는 '꽃게탕'의 범주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다. 


오늘 방문한 원조 뚝배기 식당은 게국지를 맑은탕 형식으로 끓여내는 유명한 곳으로 태안읍 시내에 위치해 있는데,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된 맛집이기도 하다. 또한 여러 지인으로부터도 추천을 함께 받은 식당이기에 오랜만에 쿵쾅거리는 심장의 흥분을 내심 가라앉히며 입구로 들어섰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된 원조 뚝배기 식당과 게국지 맛있게 먹는법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식당 안에 들어서면 주방 옆 커다랗게 걸려있는 '게국지 맛있게 먹는 법'이 눈에 띄는데, 간단히 요약해 보면 꽃게의 단맛이 우려 나올 때까지 푹 끓여 먹으라는 내용인 듯 싶었고, 최소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한 게국지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이곳 식당의 깔끔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한상에 차려지고, 직접 갓 지은 돌솥밥을 정성스레 담아내어 주신다. 특히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갈치 속젓과 간장게장을 보다 보면, 더 이상은 수저를 가만두지 못하게 된다.


하나하나가 정성스레 준비되어 계속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던 밑반찬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게국지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젓갈과 간장게장으로 간을 해 독특한 감칠맛이 배어있으면서도, 아끼지 않고 푸짐히 들어간 각종 신선한 해산물과 정신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칼칼한 배추 국물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 삼삼하면서도 깨끗한 맛으로 굉장히 색다른 별미를 전달해 준다.


난 이곳 식당이 왜 맑은 게국지로 유명해졌는지 바로 이해가 될 듯했는데, 아마도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혹은 묵은지 스타일의 게국지였다면 흔히 상상되는 꽃게탕이나 해물탕의 맛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게국지를 왜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단언컨대, 한 숟가락 국물을 입에 가져다 넣으면 '아재' 소리가 무색할 만큼,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깊은 탄식과 진실의 미간 찌푸림이 뒤섞일 것이다.


아마도 '이건 술안주'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건 해장에 딱이야'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끝까지 차오른 나의 배 때문에 '더이상은 무리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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