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Bynue May 02. 2022

[전라남도 01] 누구에게나 미뤄왔던 여행지가 있다.

전라남도 솔로여행 : DAY1, 하나


여행지는 목포, 진도를 중심으로 해남, 신안, 광주, 나주 등 전라남도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기는 2021년 4월 말~5월 초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01 | 누구에게나 미뤄왔던 여행지가 있다.


방청소할 때 하면 절대로 안 되는 '금기사항'이 몇 개 있다. '오래된 사진앨범 보기'가 그중에 하나인데, 도저히 멈출 수 없이 추억의 마법 속으로 빠져버리게 하는 사진 속 기억들과 뒹굴다 보면 어느새 반나절은 쉽게 지나간다. 결국 방청소는 대충대충 마무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 스마트함의 끝판왕인 사진 어플은 내가 언제 어디를 갔는지 알아서 지도에 보기 좋게 표시해 주기도 하고, 찾고 싶은 기억의 조각만 있다면 언제든지 검색해서 추억을 소환해 주기도 한다.


2021년 강릉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내 어릴 적 꿈이었던 음악과 다시 조우하게 된 나는 한 달 동안 음악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노래의 윤곽이 완성되어갈 즈음, 뒤도 안 보고 달려온 내 머리도 좀 식힐 겸, 쏟아부었던 가슴속 감성도 다시 꾹꾹 충전할 겸,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맘먹었다.


https://brunch.co.kr/@bynue/12

https://brunch.co.kr/@bynue/16


그리고는 문득 얼마 전 본 사진 어플 속 지도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의 지도 속 한 지역이 내가 방문하지 않았다고 휑하니 비워져 있는데, 그곳은 바로 전라남도의 끝자락이었다. 


목포, 해남, 신안, 진도 등 전라남도 왼쪽 끝에 위치한 이 아름다운 도시들은 나에겐 항상 뒤로 밀려있었던 여행지였다.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광주, 나주, 함평 등지와 인연이 깊어 이곳을 꽤 들락날락했었다. 그런데 이 밑으로는 항상 말만 '다음번에 가야지~!'라고 했지, 직접 가본 적이 거의 없다. 부산에서 남쪽 바다 해안을 통해 오는 경우도 거제, 통영, 남해, 여수 정도에서 멈추기 일쑤였다. 목포가 꽤 매력적인 도시인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항상 후순위로 밀려져서 미뤄왔던 여행지였다. 그리고 목포 밑으로는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미루지 말자!
안 그럼 평생 가지 못할 거야!

전라남도로의 여행을 결정하니 특별한 계획이나 떠나야 할 시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당장 내일 떠나자! 내게 주는 생일 선물로도 훌륭하잖아?'


내일은 내 생일날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누굴 만나는것도 만나자고 하는것도 왠지 부담스러웠다. 솔직히 생일 파티와 같은 이벤트가 그리워질 나이는 이미 한참 지나고도 지났다. 하지만 전라남도에서 맛보게 될 '상상을 초월한 맛난 남도의 음식'들을 생각하니 절로 즐거움이 입안에 가득해졌다. 


꽤나 일찍 일어난 다음날 아침, 주섬주섬 대충의 옷가지와 물품들을 챙겼다.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뭔가 모르게 수월하고 전문가스러워진 듯도 하다. 한 번을 안 입던 옷들은 '혹시나'를 지워버리고 과감히 다 가방 속에서 퇴출시켰고, 돌아다니기 편한 옷들로만 채워 넣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와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몇 달 동안 친구의 새로운 사업계획을 도와주고 있던 차였는데, 여행을 가 있는 동안 있을 투자미팅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일찍 친구와의 미팅 후, 네비게이션에 '목포'를 입력했다.


자 떠나자! 인생 뭐 별거 있나?
우선 목포로!


목포를 첫 번째 여행지로 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워낙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한국 근대사의 조각들이 그대로 숨 쉬고 있는 멋스러운 도시! 지리적 위치로도 이번 여행의 중심에 가까워 이동에 편리함이 있을 것 같았다. 


목포까지는 약 4시간 30분 남짓이 걸린 듯한데 중간에 휴게소를 한두 번 거쳤으니, 아마도 실제 걸렸던 시간은 4시간 정도 소요되지 않았을까 싶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목포 시내로 들어서면 미식으로 유명한 고장답게 '맛의 도시 목포'라는 큰 옥외 광고가 눈에 띈다.  


목포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 광고판을 보며, 새삼 남도 음식에 대한 기대와 입맛을 다신다고 하는데,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뭔지 모르는 설렘이 가슴 한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목포 초입에 세워진 광고판, 목포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목포 시내로 들어와 조금만 더 달리다 보면 또 다른 시그니처인 목포대교를 만날 수 있다. 2012년에 개통된 이 다리는 죽교동과 유달동의 고하도, 허사도 등을 연결하는 총 3Km가 넘는 긴 교각인데, 바람이 매섭기로도 유명하다.(위키백과 참조)


하늘 끝까지 솟은 듯한 거대한 교각을 지나 대교의 정상을 지나면 차가 약간 밀리는 걸 느낄 정도로 꽤나 거센 바람이 우리를 반겨준다. 


창문을 활짝 열자!
남도의 청량한 바람이 나를 반겨줄 테니! 


바람이 꽤나 매서운 목포대교에 이르면, 창문을 활짝 열고 다리를 받치는 거대한 구조물과 함께 남도의 시원한 바람을 느껴봐도 좋다. 

목포대교를 지나 십여분 정도 해안가를 따라 달리게 되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숙소인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아름다운 다도해와 영암호를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객실에서 보는 그림 같은 섬과 바다의 풍경은 여기가 바로 '서해와 남해가 공존하는 바다'라는 걸 실감하게 해 준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객실은 앞으로 며칠 동안 혼자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었고, 바로 옆 현대 삼호 중공업에서 건설되는 엄청난 크기의 배들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독특한 재미가 있다. 



목포 유일의 4성급 특급호텔인 '호텔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보는 다도해와 영암호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만, 목포 시내와는 꽤 거리가 있어 차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단시간의 여행을 원하는 분들은 목포시내에 있는 숙소를 잡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을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 얻는 게 있으면 또 잃는 게 있는 법이니...  



02 | 가끔은 누려도 좋은 즐거운 사치, 장터식당


목포엔 수도 없이 많은 맛집이 즐비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음식은 전라도!' 중에서도 특히 이곳 목포가 맛의 도시로 유명한 이유는 아마 지리적인 영향도 꽤 클 것 같다. 목포는 영산강과 서해/남해 바다가 만나는 항구도시이며, 주변엔 예로부터 곡창지대로 유명했던 나주평야가 펼쳐져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바다, 물, 땅, 사람들... 이 모든 게 다 갖춰진 곳이다.


이런 목포에서 첫 번째 음식과 식당을 고른다는 건 일종의 '고문'과도 같다. 길지 않은 여행 시간 내에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지 누가 알려주지도 않는다. 늘 그렇듯 아무리 유명한 맛집과 음식이라고 해도 나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이 또한 난감하다. 


난 고민 끝에 꽃게살이 유명한 '장터'식당을 첫 번째 식당으로 정했다. 워낙 '게장' 형식의 음식을 좋아하는 내 기호도 반영되었다. 어차피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니 결과에 대해선 후회하지 말자!


장시간 운전에 피곤했던지 노곤해진 몸을 호텔 침대에 잠시 맡긴 나는 조금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장터 식당으로 향했다. 이곳도 워낙 잘 알려진 맛집이라 혹시나 있을 대기줄이 두려운 이유도 있었는데, 도착한 장터식당의 셔터는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당황할 새도 없이 난 인터넷에 있는 식당 전화번호로 발을 동동 굴리며 전화를 걸었다. 이곳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꽤 길었는데, 모르고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도 있어서 아예 셔터까지 닫는 것이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종업원의 휴식을 방해받지 않도록 셔터까지 닫는... 뭔가 자신감이 꽉꽉 차 있는 듯한 식당의 모습에 음식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몇 배로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 이곳을 선택하길 잘한 거 같아!'


꽤나 일찍 이곳으로 이동을 서두르는 바람에 저녁시간 오픈까지는 1시간 남짓한 여유시간이 남아있었고, 난 주변 거리를 둘러나 볼 생각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이정표.. 그건 '목포진 역사공원'이었다. 난 나를 향해 손짓하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정에 없던 뜻밖의 상황들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대부분 이러한 일들은 계획했던 여정보다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여기 목포진 역사공원도 예정에 없던, 장터식당의 브레이크 타임 때문에 우연히 올라오게 된 곳이지만 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목포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라 감히 말하고 싶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교회, 낡은 건물과 담장들 사이로 작은 골목골목을 돌아 천천히 오르게 되면, 작은 정상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이 예전 한반도 서남해의 방어를 담당했던 목포진이다. 1439년 (세종 21년) 처음 설치가 되었으며, 성의 모습이 갖추어진 것은 1502 (연산군 8년), 1895년 (고종 32년) 폐진 되었다고 한다. 이후 2014년 120여 년 만에 역사공원으로 복원돼 역사 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목포시 홈페이지 참고)


정상에 올라오게 되면, 여기가 왜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동서남북으로 모두 시원하게 뻥 뚫린 시야를 통해 들어오는 유달산, 목포항과 영산강 그리고 목포시내까지 목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친구 삼아 아름다운 남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목포진 역사공원에 꼭 들려 보기를 추천한다.

난 근처 벤치에 누워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친구 삼아,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필요 없는 너무나도 풍족하고 행복한 순간.. 이게 바로 여행의 진짜 즐거움 아닐까?


한참 동안 목포의 바람과 풍경에 넋이 반쯤 나가 있을 때쯤, 시간은 어느새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바람의 속도로 다시 장터 식당으로 향했다.


장터식당의 메뉴는 꽃게를 재료로 한 것들이 가장 유명했는데, 난 그중에서도 꽃게살을 주문했다. 사실 꽃게무침이나 꽃게탕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지만, 꽃게살 이외에 다른 음식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가끔 누려도 좋잖아?
이런 사치!!


꽃게살은 게살을 특유의 양념과 버무린 음식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렀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게살을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발라서 만드는 정성 어린 음식이라 어찌 보면 여간 사치스러운 음식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남도의 향기가 그득한 밑반찬과 시원한 된장국도 좋았지만 오랜 시간의 내공이 느껴지는 특유의 게살 양념이 입안 가득 게살과 함께 풍미를 터트려 미소 짓게 한다. 보기엔 매우 매워 보이지만, 실상 하나도 맵지가 않다.


물론 이 음식은 꽤 호불호가 갈릴만한 음식이다. 워낙 재료의 신선함과 본래의 맛이 조화롭게 어울리다 보니 어떤 사람에게는 비리거나 약간은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간장/양념게장과 같은 토박이 음식에 환장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최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이 나오면 처음부터 밥을 모두 비비지 말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는 게살을 숟가락으로 사치스럽게 퍼먹어 보면서 게살을 입안 가득히 느껴보자!! 그리고 나서 적당히 비벼진 밥과 콩나물을 김에 싸서 먹다 보면...


금세 그 많던 꽃게살이 순식간에 깨끗이 비워지는 기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03 | 뜯는 순간 사라지는 마법, 씨엘비 베이커리


훌륭한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목포의 중심가인 명륜동으로 향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역이나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빵집들이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는데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순천 화월당과 같은 곳이 바로 이런 베이커리들이다. 그리고 일명 이런 지역의 숨은 고수들이 세상으로 빛을 발하게 되면서 일명 '빵 순례'와 같은 신조어들도 탄생했다.


여기 목포에도 지역을 대표할 만한 빵과 빵집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새우 바게트로 유명한 '코롬방 제과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롬방 제과점의 건물주(주인)와 실제 운영을 맡았던 요리사들 간의 불화가 겹치면서 'CLB베이커리'라는 빵집을 새로 내게 되었고, 원조 경쟁이 시작되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겠지만, 그 원조의 논란은 뒤로하고 나에게는 음식의 맛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 원래 새우 바게트를 만들어 팔았다는 'CLB베이커리'로 발길을 옮겼다.


베이커리 내 모든 빵들이 맛있어 보였지만, 대표 시그니처이자 일일 한정수량만 판매하고 있는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를 1개씩 기분 좋게 구입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원조 경쟁이 붙어 있는 '코롬방 제과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오너 셰프가 이래서 중요한 듯...



오후 느지막이 호텔에 도착하니 붉게 물든 목포의 하늘과 잔잔한 서해바다 저 멀리로 보이는 아름다운 일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과식한 배도 좀 꺼뜨릴 겸 아기자기 꾸며놓은 아담한 호텔의 정원을 천천히 산책했는데, 어느덧 금세 날은 어두워져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영암 방조제 길을 따라 비치는 가로등의 불빛도 그리고 현대 조선소의 눈부시게 환했던 조명도 지는 해를 아쉬워하는 듯 더욱 밝게만 느껴졌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나는, 내일 아침으로 먹기 위해 산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살짝 모양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새우 향에 도저히 뜯지 않을 수가 없었고,

'맛만 보자'라며 한입 베어 먹지 않을 수가 없었고,

배는 미치도록 불러 죽겠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먹은 거야?
살... 살려줘..


그렇게 목포 최고의 베이커리와 함께 남도 여행의 밤은 저물어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릉 13] 기승전 바다 그리고 친구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