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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Nov 16. 2022

혼자만 알고 싶은 숨은 여행지,
충남 안흥항

[충청남도 02] 충남 태안 솔로 여행 : DAY 1, 둘


이 여행기는 2022년 10월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충청남도 태안을 중심으로 실제 1박 2일 동안 지인과 함께 했으나, 식사/숙소만 같이하고 각자 여행했던 솔로와 다를 바 없는 여행이었고, 이를 일부 편집하여 당일치기 솔로 여행 일정에 맞도록 별도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04 |  우럭과 주꾸미의 성지, 안흥항


태안읍 시내에서 맛난 맑은 게국지와 함께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약 30여분 정도 서해안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오늘의 두 번째 여행지인 안흥항에 도착하게 된다.



안흥항은 1978년 1월 20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에 있는 국내를 대표하는 어항 중 하나인데, 앞바다는 물이 맑고 수심이 깊어 우럭의 서식지로 알맞은 곳이어서 예전부터 낚시꾼들에게는 '낚시의 성지'로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나무 위키 참조)


물론 낚시꾼들에게야 이만한 여행지가 없을 테지만, 낚시에 취미가 전혀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여행지를 선택할 때 큰 감흥이나 관심을 주는 요소는 아닐뿐더러,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낚시 말고 뭘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흥항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태안 초입에 있는 항구이기에 당일치기 여행에 알맞은 이동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있었는데, 실제로 외부 관광지로 잘 알려진 안면도보다 약 30~40여분 짧은 거리에 있었다.


대부분 서해안의 해안도로들은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들이 많고, 게다가 30km 이하 제한속도의 도로도 많아, 실제 거리보다 이동시간은 훨씬 더 많이 소요될 수 있으니, 여행지를 선택하거나 이동시에는 꼭 내비게이션 등으로 실제 시간을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태안군청에서 안면도 장삼포 해수욕장까지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니, 당일치기 여행에서는 항상 거리와 시간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 두자.


사실, 거리도 거리이었지만, 더더욱 중요했던 것은 여행지 선택에 가장 중요한 의지를 부여하는, 그리고 언제나 실패할 확률이 0%에 가까운, 현지인의 강력한 추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힐링하기 좋은 곳이야! 

언제나 그렇듯, 현지인 추천은 배신하지 않는다.


안흥항의 풍경, 여행했던 10월은 쭈꾸미 낚시철로 사람들이 배를 빌려 낚시를 준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안흥항에 도착하게 되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넓은 공간의 주차장을 모두 빼곡히 채운 차들에 우선 놀라게 되는데, 모든 차들이 낚시를 하러 온 것은 아닐지라도, 새삼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낚시 인구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하지만, 현지인 추천이 의심될 정도로, 뭔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도 전형적인 어항의 모습과 즐비하게 영업하고 있는 낚시 관련 가게들만의 모습만 들어와 조금씩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05 |  깜짝 놀랄 반전, 안흥 나래교와 태안 해양전시관


아마 많은 기대를 가지고 안흥항에 도착한 평범한 여행객이라면 어쩌면 나와 같은 적잖은 실망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세상일들이 그렇듯, 너무 이른 결론과 판단은 잠시 보류해 두자.


주차를 위해 안흥항 입구로부터 안쪽으로 서서히 움직이다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코너를 돌게 되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찰나 순식간에 나타나는 멋진 풍경에 아마 조금은 맘을 놓으며,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 그럼 그렇지!

코너를 돌면 나타나는 안흥 나래교, 그리고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서해 바다


참고로 안흥항은 육지와 신진도 사이에 위치한 항구로 차로는 위쪽의 신진대교로 연결되어 있고, 아래쪽에는 아치형의 인도교인 안흥 나래교가 있어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신진도와의 거리가 짧은 이유로 마치 작은 운하 사이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안흥항은 신진도와 육지 사이에 있는 항구로 위아래가 뚫려있는 마치 운하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차를 주차하고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안흥 나래교를 향해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 지역 특산물이나 다를 바 없는 말린 우럭이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가득할 것만 같은 오래된 학원이 정겨운 시골 어촌의 풍경으로 다가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천천히 안흥나래교를 향해 걷다보면, 정겨운 시골 어촌의 풍경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안흥 나래교를 천천히 돌고 돌아 정상에 올라서면, 이젠 제법 쌀쌀해졌지만 그 상쾌함이 싫지 않은 가을바람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부터 겨드랑이까지 내 온몸을 간지럽히고, 눈앞으로 펼쳐진 끝도 없는 망망대해에 잠시 넋을 잃게 된다. 


서해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그렇게 바다가 주는 설렘과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누그러지기 전에 평소에 짓눌려왔던 감정을 토해내듯 세상 가장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질러보자. 마치 내 안에 있던 찌든 감정의 때가 모두 사라질 수 있도록!



안흥 나래교를 지나 신진도로 건너오게 되면 2018년에 개관한 국립 태안 해양유물전시관이 우리를 맞이해 주는데, 이유를 불문하고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태안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운반하던 일명 '태안선'이 발견되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이곳을 오가던 난파선들이 무더기로 발굴되면서 이곳의 유물을 보존 전시할 전시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12년 기획되어 2018년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소속으로 완공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해양유물전시관은 총 2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목포에 위치해 있다.


2012년 기획하여 2018년에 완공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건물 안 입구로 들어서면 안흥항이 한눈에 보이는 넓은 통창을 바라보며 각종 서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개방형 도서관이 우리를 맞이해 주는데, 잠시 이곳에 앉아 사뭇 달라 보이는 안흥항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전시실은 1,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입구는 2층이어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구조인데, 기대 이상으로 잘 짜여진 전시/기획물들에 눈이 즐거워진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2층에 위치한 2개의 전시실 커다란 화면에 마치 실제 바다속을 향해하듯 역동적으로 영상을 구현한 것이 흥미롭다.


2층과 1층은 천장이 뚫린 형태의 공간으로 큰 스크린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영상이 흥미롭다.


제1전시실 <서해, 수중발굴>은 우리나라 수중발굴의 역사와 주요 수중 발굴지를 소개한 공간으로 다양한 유물과 함께 발굴 현장에서 직접 찍은 당시의 영상과 사진을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제2전시실 <서해, 해양교류>은 서해 중부해역에서 발굴된 주요 수중문화재를 소개한 공간으로 대표 유물인 청자연 꽃줄기 무늬 매병과 청자 두꺼비 모양 벼루 등 보물 2점을 비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중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홈페이지 참조)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보면 나파선을 재현한 커다란 배와 체험공간 그리고 영상실들을 볼수 있다.


2층 관람을 마치고 원형의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면 실제 난파선을 구현한 듯한 큰 배가 우릴 반겨주는 제3전시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배는 태안 해양유물전시관의 랜드마크인 마도 1호선 재현선으로 우리 전통배의 규모와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1층은 아이들이 해저 유물 탐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눈에 띄는데, 특히 마치 해저 속에서 유물을 함께 찾아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꾸며놓은 영상관의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마치 해저 속에서 유물을 함께 탐사하는 듯 꾸며놓은 영상관의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06 |  안흥항을 다시 오게 할 이유, 안흥항 커피


규모가 엄청 크지는 않았지만, 알찬 구성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던 국립 태안 해양유물전시관을 나와 천천히 안흥 나래교를 건너 안흥항 부두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안흥항에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커피와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유일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지인이 적극적으로 추천했었던 '안흥항 커피'이다.



예전에 아마도 주거용 이층 집으로 쓰였을듯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이곳은, 서두에 잠깐 이야기한 안흥항의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그 외관에서부터 풍기는 포스가 심상치 않다.


이곳을 추천한 지인은 내게, 


안흥항을 다시 온다면,
이곳 때문일 수도 있을 거야


라며, 엄청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었다.


카페는 1층,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내부 인테리어에서 주인장의 독특하고도 재미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여 커피를 만드는 곳으로, 꽤 수준급의 맛있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주는데, 1층, 2층으로 나뉘어 있는 카페는, 무심하게 툭툭 던져놓은 듯해도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쓴 독특한 인테리어가 이곳 주인장의 감성을 느끼게 해 준다.


난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을 주문하고 2층 긴 통창 넓은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안흥항 너머로 보이는 바다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는 지인이 건네준 안흥항 커피의 매력이 계속 생각나, 작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지 말자.
힐링이 바로 이런 거지 뭐...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68

(다음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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