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이상은 : 꽃을 든 남자 OST -1997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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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이성에게
꽃을 선물한 때가 언제인가요?
아마 대부분의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이 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오로지 자의적 결정과 구매를 통해 이성에게 꽃을 선물한 때가 아마도 고등학교 무렵 그 언젠가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함께 축하해 주는 입학/졸업/발표/생일 등과 같은 날은 제외하고, 남녀 단둘이 만나는 자리에서의 '꽃 선물'이란, 어쩌면 남자에겐 굉장히 큰 모험이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지금이야 스스로의 감정이나 호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 옛날보다는 수십 배 직설적이고 자유로워진, 요즘의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런 전전긍긍함을 앓았던 우리들의 고리타분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테지만, 당시엔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한다는 것은 '고백'과도 같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자 모험이었고 꽃을 들고 다니는 것조차 '나 오늘 고백하러 간다~!'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것 같아 일부러 큰 가방이나 쇼핑백에 넣어 숨겨 다니기도 했다.
나의 첫 꽃선물도 아마 기억 속 어렴풋한 그녀와의 첫 데이트였지 않았나 싶다. 모든 게 서툴고 엉성했던...
여자가 꽃을 좋아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다른 건 몰라도 대체적으로 여자가 남자 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꽃선물을 특별한 호감의 감정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중에 하나는 남자 보다 여자가 꽃을 더 좋아한다는 데에는 굉장히 탄탄하고도 근사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꽃과 펜을 각각 선물로 주고 그 즉시 변화한 남녀 얼굴 표정을 분석했더니, 여성이 꽃 선물에 훨씬 크게 반응했다는 결과가 있는데 이는 여성은 남성보다 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색은 상이 맺히는 망막 속 3종류의 원추세포가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원추세포가 더 많다고 한다. 남성은 전체 인구의 10%가 원추세포가 2종류뿐인 색약, 색맹 등을 앓지만, 이 질환을 앓는 여성은 1%도 안되며 일부 여성은 무려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건 일반인 보다 훨씬 더 많은 색을 인지할 수 있는 슈퍼 시력을 가능케 하는 ‘제4의 원추세포’는 여성이 가질 확률이 높으며, 이는 해당 유전자 변이가 X유전자에게서 왔기 때문이며, X유전자를 2개 가진 여성이 하나만 가진 남성에 비해 돌연변이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제4의 원추세포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 유명 여성 화가 '콘센타 안티코'는 약 9900만 개의 색을 구별해 낼 줄 안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통 일반인이 100만 개 정도의 색을 볼 줄 아는 것에 비하면 무려 100배에 가까운 시각적 수용체를 가진 셈이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백 열두 번째 K-Pop 숨은 명곡은 1997년 개봉한 영화 '꽃을 든 남자'의 OST에 실린 이훈석 작사/작곡, 김광민 편곡, 이상은이 부른 '당신 때문에'라는 노래이다.
영화 '꽃을 든 남자'는 '궁', '돌아온 일지매', '장난스런 키스' 등을 연출했던 MBC의 스타 PD였던 황인뢰 감독의 첫 장편영화의 데뷔작이기도 했고, 당시 TV 방송사의 영화계 진출이라는 큰 이슈가 있기도 했다.
김승우, 심혜진, 허준호 등 당시의 인기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쫓기는 시나리오 작가(김승우)와 나이트클럽 웨이트리스(심혜진)가 우연한 기회에 만나 함께 살게 되면서 싹트는 사랑의 이야기를 황인뢰식 감각 있는 영상으로 담아냈는데, 아쉽게도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두며 마무리된다.
영화의 흥행은 실패했지만, 영화와 동시에 동제목의 화장품을 출시했던 소망화장품은 이후 국내 남자 화장품을 대표하는 롱런 브랜드가 되어 이후 김승우, 안정환, 김재원, 현빈, 윤상현, 싸이 등의 모델과 기억에 남는 멋진 광고 CF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화 OST가
자우림의 데뷔앨범!
또한 함께 발매된 영화 OST는 국내 뉴에이지 피아노 앨범의 효시격인 '푸른 자전거'를 만든 신동일과 버클리 1세대 베이시스트였던 김병찬이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당시만 해도 홍대 인디밴드 1세대로 활동하던 신생 남녀 혼성밴드가 부른 K-Pop 데뷔곡 'Hey Hey Hey'가 대히트를 하게 되면서 그들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 밴드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자우림'이다.
오늘 소개할 '당신 때문에'는 앨범 중 7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믹싱과 레코딩 엔지니어로 유명한 이훈석이 작사/작곡을 맡았고,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편곡을, 그리고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실험적인 아티스트로 평가하는, 그리고 데뷔 후 36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그 열정이 식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은'이 보컬에 참여했다.
이상은은 18세가 되는 1988년에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하게 되는데, 그의 발랄하고 중성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며 국민 여동생으로 거듭나게 된다.
참고로 1988년 강변가요제는 대상은 이상은의 '담다디', 금상은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이고, 박성신, 박광현 등이 탄생한 전설적인 해로 대상 선정을 두고 끝까지 심사위원끼리 설전을 벌였다는 뒷이야기들이 있다.
https://brunch.co.kr/@bynue/75
한순간에 큰 인기를 얻게 된 그녀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일본과 미국으로 떠나 미술 공부를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서서히 찾게 된 그녀가 발표한 첫 번째 앨범이 바로 3집 '더딘 하루'이고 이후 4집 'begin' 5집 '언젠가는' 6집 '공무도하가' 7집 '외롭고 웃긴 가게'를 발표한 후, 일본에서 음악활동을 수년간 한 후 영국에서 다시 미술 공부를 하러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꽃을 든 남자' OST가 발매한 1997년 즈음이 바로 그녀 인생의 최고 명반이라 불리는 6집 '공무도하가'의 발표와 7집 '외롭고 웃긴 가게'를 준비를 하던 시기로 어쩌면 가장 왕성한 예술혼이 타오르던 때라고도 볼 수 있다.
유학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주로 인디 음악권에서 활동하면서 최근까지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은이 부르는
진한 재즈의 감성
잔잔하게 들리는 String 위로 드럼, 베이스, 피아노로 구성된 전형적인 재즈 트리오의 전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전체를 해치지 않는 은근한 퍼커션의 시작과 함께 성숙해진 이상은의 보컬이 함께 하는데, 어쩌면 단 3 문단 정도의 짧은 가사라 할 수 있지만 사랑에 푹 빠져 밤새 잠 못 이루는 우리들 모습을 투명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노래들 듣다 보면 손님이 모두 떠난 낡은 재즈바에서 연주자들이 오늘 하루를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부르는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큰 기교 없이 담담하게 부르는 이상은의 목소리가 어쩌면 더욱 몽환적이게 들리기도, 또 애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첫 번째 소절이 끝나고 나면, 멀리서부터 서서히 들려오는 코러스가 점점 더 웅장해지고, 이내 그리움으로 가득 찬 나의 가슴을 울리게 되는데, 그 절정의 순간 마음을 휘집어 놓는 하모니카의 솔로가 지난 시간 겨우 꼭꼭 숨겨놓았던 추억의 그 얼굴을 머릿속 후미진 곳으로부터 끄집어 내고야 만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부드럽고 조화롭지만 소리의 단단함으로 똘똘 뭉쳐진 코러스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역시나 낯선 사람들의 멤버인 고찬용, 신진, 허은영 등이 이 아름다운 화음들을 만들어 냈다.
기나긴 밤 지새며
당신 생각에
첫 데이트, 꽃을 들고 거리에 서있던 나.
오가는 사람들과 혹시라도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괜한 바닥의 애꿎은 돌멩이들만 발로 굴리던 모든 게 서툴고 어설펐던 그때의 나.
그리고 저기 멀리,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녀가 보인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사 : 이훈석
작곡 : 이훈석
편곡 : 김광민
노래 : 이상은
우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루고 긴긴밤들을
우 그대를 못 잊어 애타는 이 마음 당신 생각에
기나긴 밤 지새며 당신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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