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맨 넥타이는 풀기가 쉽지 않다, TADOO : 1집 -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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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언제 처음으로 매셨나요?
넥타이의 기원은 크로아티아 군인들이 30년 전쟁 시절, 자신의 목을 보호하기 위한 수건 크라바트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지는데 이를 본 글로벌 패셔니스타 파리 시민들과 루이 14세가 이것을 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넥타이는 정장을 입는 화이트 컬러가 대폭 늘어나면서 맞춤 코디네이션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고, 특히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여러 모임이나 자리에서는 필수로 착용하여야 하는 일종의 '예의'의 아이콘이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해외 무역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어릴 적 해외에서 외국 파트너들이 한국을 많이 방문을 했었고 그때마다 저녁식사와 같은 크고 작은 행사들이 꽤 자주 있었는데, 아버님은 늘 내 목에 작고 귀여운 까만색 나비넥타이를 항상 매 주셨다.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넥타이를 맸으니,
막 뛰어다니고 그럼 안돼!
외국인 친구들도 나비넥타이를 매고 2:8 가르마를 한 동양의 작은 아이가 싫지는 않았는지 꽤나 친절하고 온화하게 맞아 주었고, 나는 마치 멋진 신사가 된 것 마냥 으쓱해하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과 세상 신기한 외국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도 좋았지만, 어린 나에게 넥타이란 철부지 어린아이에서 품격 높은 신사로 변신하게 되는 마법의 도구와도 같았다.
너도 나도 모두가 똑같은,
교복과 넥타이
본격적으로 넥타이가 생활의 일부가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80~90년대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당시에도 드물었던 정장 스타일의 교복을 입게 되었는데, 특히 겨울철 교복엔 붉은색 넥타이를 필수로 매칭하게 되어있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일반적인 넥타이 모양을 '포인핸드타이'라고 하는데, 처음엔 복잡하고 어려워서 매기조차 힘들었던 이 타이는 3년 정도 지날 무렵엔 눈감고도 맬정도로 편해지고 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의 일상으로 '쓰윽' 들어온 그 교복 넥타이는 격식이나 패션 하고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고, 불행히도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징으로만 생각했었다.
사회로의 첫 발디딤,
그리고 우리들 넥타이
지금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지만,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는 20대 후반, 어쩌면 진정한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넥타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넥타이 부대'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넥타이는 한국 샐러리맨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지만 소통이 서로 빠르고 또한 비즈니스를 주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굉장히 선호했고 좋아했던 나의 기호 때문에 내 나이 또래의 수많은 선후배들 보다는 직장에서의 넥타이를 매는 시간이나 경우가 현저하게 적긴 했지만, 중요한 프리젠테이션, 회의, 미팅, 비즈니스 식사나 술자리, 특히 해외 출장 시에는 꼭 넥타이를 챙기기도 했었다.
그만큼 넥타이는 80~90년대의 격동기를 살아온 내 또래의 많은 남자들에겐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처절했던 삶을 대변하는 진또배기 우리들 '가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 소개할 백열세번째 숨은 명곡은 1996년에 발매된 그룹 TADOO 1집에 실린 '한 번 맨 넥타이는 풀기가 쉽지 않다'라는 노래로 김성수, 김기홍이 공동 작사, 김기홍 작곡, TADOO가 편곡했다.
TADOO라는 그룹을 아시나요?
그룹 TADOO는 서범진, 김성수, 박요한 3명으로 구성된 밴드로 1997년 결성하여 1집을 발매하였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못하고 해체하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TADOO라는 그룹의 존재나 노래들을 알리 만무하겠지만, 멤버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여러 음악의 기둥들을 둘러보게 된다면, 아마 열에 한두 명쯤은 아마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듯하다.
게다가 그들이 발표한 앨범의 표지 디자인을 보면 뭐랄까 지금 보면 익살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기괴해 보이기도 하는데, 발매 당시만 생각해 보면 대중적으로 호감이 갈만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앨범 표지는 표지일 뿐, 노래와는 사뭇 다른 경우들이 많이 있으니 현란한 표지에 속지 말아야 할 지어다!!
서범진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재학당시 그 유명한 연세대학교 응원가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데, 5전 6기로 참가한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수상하고, 그 해 TADOO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KAMA라는 예명으로 뮤직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앨범을 발매하였으며, 브로드웨이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1위 Music Platform 'MelOn'을 기획하고 론칭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세계 1위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의 한국법인 대표이사를 역임하여 성공한 경영인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김성수는 연세대 철학과 재학 시, 서범진과 경쟁자로 참여한 20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TADOO로 데뷔한 뒤, 드라마와 영화음악을 주로 작업하였으며, 예명 '할라맨'으로 꾸준한 그의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박요한은 TADOO 데뷔 이후, 멤버들과의 인연을 끊지 않고 드라마, 영화 등의 여러 분야에서 수준 높은 OST와 노래들을 작곡해 온 베테랑 프로듀서로 '키스 먼저 할까요?', '위대한 유혹자'등의 음악을 맡았다.
'넥타이'하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
지난 숨은 명곡 백열번째 노래로 소개한 그룹 창고의 '여섯 개의 넥타이로 살아남은 자의 노래'와 같이 개인적으로 이 두 개의 노래는 최소한 나에게 있어선 나와 비슷한 세대들이 치열하게 경험해 왔던 90년대를 투영하듯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우리들 이야기들을 툭툭 던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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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창고의 노래에 이어서 TADOO의 노래를 이런 스토리의 연관성을 가지고 소개할 생각이었는데, 요즘 무슨 '마'가 씌워졌는지 그새를 못 참고 까먹고 만 듯하다. 아쉽지만 슬슬 늙어가는 작가의 '깜박깜박'임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잔잔하지만 엄숙함마저 느껴지는 피아노의 연주가 시작되고 드럼과 베이스가 시작될 때면 마치 긴 한숨을 쥐어 내듯 보컬의 음색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미 난 서른의 마지막에 힘겹게 서있지만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지난 창고의 노래도 그러했지만, 이 노래 가사 또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만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우리의 문법으로 들려주고 있어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입이 되어가다가 1절이 끝나고 시작되는 하모니카의 연주엔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기만 한다.
비틀거리며 흔들리다가 전신주 기대서서
담배 한 모금만 후우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절에선 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해 취해 좁디좁은 골목 사이를 헤집고 걸어가다 겨우 기대설 수 있는 전신주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있는 힘껏 내뿜던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담배 연기인지, 아니면 내 짙은 한숨인지...
가슴이 찢어지도록 서글픈 기타 솔로가 담배연기를 따라 천천히 내 몸을 휘감고, 다시 휘청휘청 그렇게 뒤뚱거리던 술 취한 나를 뒤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넥타이를 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지켜야 할 버거운 현실 앞에, 한 때는 목숨보다 소중했다고 믿었던 나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를 쳐다보며 무작정 온 힘을 다해 달려온 지 수십 년, 모든 게 다 잘 못되었다고 다시 되돌리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다가도 내 사랑하는 얼굴들이 떠오르는 순간 모든 후회는 서서히 사라지고 만다.
그래, 후회 없어.
잘 살아왔어!
오늘은 끊었던 담배 한 모금이 참 그리워진다.
작사 : 김성수, 김기홍
작곡 : 김기홍
편곡 : TADOO
노래 : TADOO
술 취한 어둠 이 거리에서
난 또 하루를 토하고 있네
술자리의 무의미한 말은
나의 취기를 재촉하는데
이미 난 서른의 마지막에 힘겹게 서있지만
바꿀 수는 없는 걸까
가슴이 답답해 오네 넥타일 풀어볼까
날 기다릴 나의 사랑하는 이들과
10년 전에 나의 꿈들 날 어지럽히네
비틀거리며 흔들리다가 전신주 기대서서
담배 한 모금만 후우
쓴웃음과 과자 한 봉지 잠든 아이들 머리맡에
익숙해진 아내 잔소리에 넥타이를 풀고 있네
난 넥타이를 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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