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로, 여행스케치 : 5집 남준봉 - 199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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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몇 명인가요?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혈연관계의 가족 및 친척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 중에, 사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밀한 지인의 수는 평균적으로 6.3명이라고 한다.
친한 지인이 1-4명 정도 있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고 5-9명(27%), 10명 이상(20%) 등의 순인데, 안타깝게도 친한 지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람 또한 전체의 7%로 생각보다 꽤 큰 숫자를 채우고 있다.
남성의 평균 친밀한 지인 수는 7.1명으로 여성(5.5명) 대비 1.6명 더 많다. 18-29세의 지인 수는 7.2명으로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60세 이상이 6.8명으로 많다고 한다.
지인의 관계라는 것은 피로 섞인 혈연이 아니기에 부모 자식 간의 관계처럼 일방향적인 헌신과 사랑이 그 기저에 깔려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 6.3명이라는 숫자는 '내가 생각하기에'라는 변동성이 높은 변수들로 가득 차 있다. 6.3명이 나를 대하는 진심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내 지인이 6명 정도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인간관계에 실패했다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어중이떠중이가 우르르 몰려있는 실속 없는 양보다는 진또베기 진짜 친구 1명이 훨씬 더 소중하고 또 성공한 인간관계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친구 1명,
그거면 돼!
오늘 소개할 백열 네 번째 숨은 명곡은 이미 우리에게는 수많은 히트곡들로 유명한 포크 그룹 '여행스케치' 5집 '남준봉'에 수록된 남준봉 작사, 고찬용 작곡, 조동익 편곡의 '푸른 나무로'라는 노래이다.
K-Pop을 대표하는
포크 그룹,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의 탄생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지난 숨은 K-Pop 명곡 쉰아홉 번째, 박선주의 노래를 소개하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당시 명지대학교에서 열린 백마가요제에 출전했던 명지대, 수원대, 서울예대의 참가팀들이 모여 '여행스케치'라는 포크그룹을 기획하게 되고, 이들이 바로 발매한 1989년 여행스케치의 1집이 대학 캠퍼스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큰 팬층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풋풋하고도 건전한 아마추어리즘의 대표주자로 1980~90년대의 대한민국 포크의 전설적 그룹이 된다.
참고로 서울예대에 재학 중이던 박선주는 백마가요제 대상을 받았고, 여행스케치의 멤버로 1, 2집에 '여행스케치', '그 녀석들과의 여행'이라는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하였다.
https://brunch.co.kr/@bynue/116
여행 스케치의 1집이 백마가요제 출전 멤버들의 기념앨범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여행스케치 2집부터는 팀의 리더였던 조병석이 대다수의 노래들을 작사/작곡하기 시작했으며, 조동익, 박성식, 장기호, 정원영, 한경훈 등 훌륭한 편곡자들이 합세해 노래와 앨범의 수준이 한층 올라가기 시작했다.
3집과 4집에 이르러서는 조병석이 앨범의 모든 노래를 작사/작곡하기 시작하였고, '옛 친구에게'가 수록되어 있는 3집 앨범은 전설의 프로듀서 송홍섭이 편곡을,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운명', '시종일관' 등 보다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4집은 정원영, 조동익, 조병석이 함께 편곡을 맡아 진행했다.
그리고 문제의 5집..
여행스케치가
해체했다고?
어느 날 친구가 던진 이 한마디에 알 수 없는 아쉬움이 가슴으로부터 올라와 작은 탄식만 계속 내뿜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준봉'이라는 여행스케치의 대표 보컬리스트의 이름이 앨범 타이틀로 나온 5집을 보고 남준봉이 솔로 앨범을 발매한 것처럼 생각한 친구의 작은 오해였다.
멤버가 일부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녀 혼성 포크 공동체로 활동하던 그들에게 특정 멤버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내세우고 모든 노래를 그 멤버가 마치 솔로 앨범처럼 모두 부른다는 건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때부터 여행스케치는 이런 류의 앨범을 시리즈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아마 여행스케치의 공동체 그룹의 형식은 갖추면서도 멤버들 개개인의 창의력이나 고유의 예술성을 부각하는, 어쩌면 두 마리의 토끼 모두를 잡고자 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앨범은 다소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1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행스케치 앨범 속 노래를 작사/작곡했던 조병석의 노래 외에 이규호, 조규만, 고찬용, 김윤식 등 외부 작사/작곡가들이 적극 참여한 앨범으로 다양성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여행스케치 해체설(?)'은 내겐 작은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긴 하지만, 5집 앨범 '남준봉'은 보컬리스트 남준봉,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음악적 열정과 잠재력을 '여행스케치'라는 틀 안에서 멋지게 보여준 명반이지 않을까 싶다.
이후 여행스케치는 베스트 음반의 성격이 강했던 1997년 6집 '처음 타본 타임머신'을 발표했고, 이어서 서정적인 동요와도 같았던 노래 ‘향수’, 다소 파격적인 노래였던 ‘내겐 소중한 너’, 듀엣곡 ‘아름다운 이름 그대’ 등이 수록된 7집을 1999년 발매했으며, 2000년 8집, 2002년 9집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
그들의 정규앨범은 2002년에 머물러 있고 조병석과 남준봉 2인체제의 형식으로 그룹의 형태가 조금은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속 한구석의 추억들을 함께 실타래처럼 엮고 살아가고 있는 '여치'는 2023년 OST '나는 괜찮다'까지 꾸준히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며 음악적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조병석(LUKA)과 남준봉,
평생에 남을 친구 1명.
오늘 소개할 '푸른 나무로'가 수록되어 있는 5집 '남준봉' 앨범으로 다시 돌아와 살펴보자면 앨범 곳곳에 '여치'의 시작과 끝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조병석과 남준봉의 브로맨스가 느껴지는 노래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은 수원대학교 3살 차이 선후배로 의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푸른 나무로'가 남준봉이 조병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마치 조병석은 다음 곡 '서로 닮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로 답을 하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평생의 남을 친구이자 아름다운 음악적 동반자로 '여치'를 이끌고 있다.
웅장한 베이스의 슬라이드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는 잘 정돈된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의 음색들이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조합으로 귓가에 다가오고, 이어서 들리는 남준봉의 노래는 마치 이 노래의 작곡가인 고찬용을 빙의한 듯이 약간씩 끊어 부르는 그의 창법이 굉장히 새롭기만 하다.
1절이 끝나고 후렴구로 들어가게 되면 위아래로 끊임없이 흔들리며 멜로디를 받쳐주는 어쩌면 조금은 충격(?)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Moog의 연주가 귀를 사로잡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이질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세련되고 멋진 편곡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조동익'!
그리고 '낯선 사람들'!
노래가 마지막으로 서서히 다가설 때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익숙한 코러스가 서서히 귀속으로 파고 들어오게 되는데, 이는 작곡자인 고찬용과 지금은 그의 아내가 된 낯선 사람들의 멤버 허은영으로 이 노래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에서는 낯선 사람들의 향기가 그득하게 내 머리를 감싸주는 것만 같다.
그저 철부지 어린 학생에서 무겁고 커다란 문을 열고 나간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관용과 배려가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나의 행동 모든 것 하나하나에 내가 무한 책임을 져야 했고, 또 내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내가 마련해 나가야만 했다.
그 누구는 모든 게 핑계라 폄하하겠지만, 우린 먹고사는 게 아니 하루하루 살아내는데 내 모든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나둘 친구들은 하나둘 내 주위에서 사라져 갔다.
"평균 6.3명."
이제 과연 내게 남아 있을까?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6.3명으로 생각될까?
다시 그때의 그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제나 그곳에 서 있을게
내 마음속에 푸른 나무로
작사 : 남준봉
작곡 : 고찬용
편곡 : 조동익
노래 : 여행스케치
언젠가 니가 주었던 편지엔
커다란 나무 하나 있었지
그렇게 되어 달라던 바램들
아직도 내 맘 속에 간직해
힘들 땐 너의 휴식이
되어주고 싶은 내 마음을 넌 알 거야
새들과 푸르름을
내 마음속에 간직할 거란 작은 믿음 알아주렴
가끔은 궂은비 날 괴롭혀도
밤새워 눈부신 아침이면
언제나 그곳에 서 있을게
내 마음속에 푸른 나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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