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 정미조 : 37 Years - 201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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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 그중에서도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택배조차도 오길 꺼려해 이를 찾으려면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읍내 주유소까지 가야 하는 그런 시골 오지 어느 곳에서 한 달이 넘도록 생활하다 얼마 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누구나 한 번쯤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잠시 나 자신을 단절하고, 오로지 자연 속에서 나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꼈고 시골생활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이끌림에 가장 중요했던 것 중 하나는,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수준의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수십 년 만에 첫사랑을 만날 때 울릴법한 심장을 마구 흔들어 대는 베이스 사운드와 심봉사의 눈조차 번쩍 뜨게 해 줄 시원한 고음의 청명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오디오 시스템과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12월 3일,
그 일이 일어났다.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국민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대한 현직 사이코패스 대통령의 심각한 도전과 훼손이 있었던 그날, 전쟁이 나도 아무도 모를법한 시골 속 방한구석에서 유튜브를 보며 가슴 졸이던 그때, 지금까지 이곳에서 한없이 누렸던 자유와 행복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런 고민없이 하루 이틀정도 이곳 생활을 정리한 뒤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되었고, 하루하루가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또 한없이 마음이 쓰라리고 아파와 세상 모든 게 참 헛헛하고 힘들기만 한 요즘의 며칠, 부디 우리 모두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이 엄청난 혼란과 공포의 상황들이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간절하다.
마음이 쓰라리고 아플 때,
어떻게 치유하시나요?
하지만, 난 굳게 믿는다.
현명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잠시 흐려졌던 눈을 가진 주변의 이웃들을 다독이고 또 설득하여 지금껏 우리가 쌓아온 진정한 자유의 가치와 사회의 질서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상처 난 우리들 마음을 보듬고, 다가올 '희망의 유토피아'를 노래하는, 2016년 37년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여왕 '정미조'가 부른 '7번 국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미조가 누구인가요?
경기도 김포 출생인 정미조는 이화여대 서양화과 재학 시, 모교 축제에서 노래를 불렀다가 당시 초대가수였던 패티김의 눈에 들어 그녀의 유명쇼였던 '패티김쇼'에 게스트로 출연할 뻔했지만, 당시 이화여대는 재학 중 결혼 금지, 미스코리아 참가 금지 등 외부 활동을 엄히 금했던 학칙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졸업 후인 1972년 4월 TBC TV ‘쇼쇼쇼’로 방송 데뷔를, 그리고 그해 7월 정식 앨범을 내고 K-Pop에 데뷔했다.
170cm의 큰 키, 지금 봐도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 성악을 곁들인 듯한 발성 그리고 이화여대 졸업생이라는 지적 이미지까지 겹쳐진 그녀는 이후 7년 동안 신인가수상, 10대 가수상, 동경국제가요제 최우수 가창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최고의 여자 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특히 그녀의 데뷔앨범에 실린 '개여울'은 이희목이 작곡하고 1922년 김소월이 처음 발표한 시를 가사로 사용했는데, 1967년 발표된 김정희의 원곡이 깨끗하고 순수했다면, 그녀의 노래는 뛰어난 가창력과 세련된 호소력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김수희, 심수봉, 윤세원, 최성수, 신계행, 최유나, 적우, 말로 등 수많은 K-Pop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면서 시대를 초월한 K-Pop 명곡이자 그녀의 대표곡으로 알려져 있다.
혜성같이 나타나 K-Pop의 여왕이 된 정미조는 불현듯 1979년 TBC에서 1시간짜리 은퇴방송을 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게 되는데, 한 간에는 그녀가 불렀던 이장희 작사/작곡의 '휘파람을 부세요'와 송창식 작사/작곡의 '불꽃' 등이 금지곡이 된 것이 이유라는 설도 있었지만 본인은 원래 자신의 전공이었던 미술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가장 화려했을 때, 은퇴.
그리고 화가로서의 성공
그리고 그녀는 홀연히 미술공부를 위해 파리로 떠난다.
파리 7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화가로서 그리고 1993년부터는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 교수로서 활동하며 교직에도 머물러 수많은 미술 후배 양성에 힘썼고 2014년 정년을 맞이하여 퇴임하게 된다.
미술에 대한 그녀의 꿈이 드디어 마무리 지어졌다고 생각되었는지 그녀는 육십 대의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인 2016년, 37년이란 긴 시간의 공백을 깨고 '37년'이라는 앨범을 들고 K-Pop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노래였던 '개여울'의 리메이크 노래를 들었을 때이지만, 사실 그녀에게 보다 큰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이 앨범과 더불어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 어지러운 시기에 그녀의 앨범과 이 노래를 숨은 명곡으로 앞당겨 선정하고 또 소개하는 이유는 그녀의 앨범 표지가 마치 국민의 눈을 가리고자 했던 이번 사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더 이상 이런 아픔을 보기 싫다는 우리들 마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또한 백열 다섯 번째 숨은 명곡인 '7번 국도'는 우리의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행복의 나라'로 가는 '희망의 길'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하여 원래는 대한민국을 종으로 가로지르는 4개의 커다란 국도(1, 3, 5, 7번 국도) 중 하나이며 많은 대중에게는 등뼈 국도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국도는 동해를 따라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동해 바다의 풍경과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도로로 많은 여행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길로 추억과 낭만이 가득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잔잔한 라틴 보사노바의 리듬에 맞춰 은은하게 퍼져가는 어쿠스틱 기타와 퍼커션의 연주를 듣다 보면 먼 여행을 떠날 잠깐의 기분 좋은 긴장감에 가슴이 이내 두근두근 떨려오는 것만 같다.
그녀의 나이가 감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순간도 잠시, 베이스, 드럼, 피아노가 함께 우리는 어느덧 눈부신 햇살이 푸르른 동해바다의 파도에 부서지는 '7번 국도'에 들어서게 된다.
이 길의 어디쯤 낙원의 문이 있어
그대와 나란히 그곳에 다다르면
시원한 술잔 가득 부딪혀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 모두는 상처 난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다시 굳건히 일어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7번 국도 그 어디쯤에 있는 낙원의 문을 지나
시원한 술잔을 부딪힐 수 있는
아름다운 그곳으로의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작사 : 이주엽
작곡 : 손성제
편곡 : 손성제
노래 : 정미조
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볼까
저 파도를 따라 끝없이 떠나볼까
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이 길로
모든 것 잊고서 외로움도 다 잊고서
두 팔을 벌리면 날개가 돋아날 걸
가슴을 연다면 쪽빛이 가득할 걸
오늘을 잊은 채 내일도 접어둔 채
지금은 우리가 행복해야 할 그 시간
이 길의 어디쯤 낙원의 문이 있어
시간은 반짝이고 싱그런 노래가 들려올 때
그대와 나란히 그곳에 다다르면
시원한 술잔 가득 부딪혀 랄라라라
가는 곳 몰라도 지도는 접어둔 채
내일은 저 멀리 근심은 접어둔 채
발길이 닿는 곳 바람이 부는 대로
지금은 우리 달려가야 할 그 시간
지금은 우리 달려가야 할 그 시간
지금은 우리 행복해야 할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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