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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열여섯

별조차 잠든 하늘엔, 따로 또 같이 : 2집 - 1984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하늘 가득 채운,
수많은 별을 언제 보셨나요?


아이폰 12로 촬영한 안동의 밤하늘, 그리고 별


최신 모바일 게임의 구동과 같이 빠릿빠릿한 고사양의 핸드폰 스펙이 필요하지 않은 나는, 아직도 아이폰 12 pro max를 큰 불편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요즘 최신 번쩍번쩍하게 업그레이드된 아이폰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폰 사용에 굉장히 짜증 나는 것 중에 하나는 카메라 기능인데, 모두 다 알다시피 애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소프트웨어 후보정 기능은 워낙 훌륭하여 평소에 찍는 일반사진들은 전혀 불만이 없지만, 도데체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저사양의 하드웨어, 타사대비 낮은 광학 Zoom 기능, 어두운 밤에 찍는 사진 품질의 조악함들은 참 막막할 정도로 아쉽기만 하다.


특히, 밤하늘에 펼쳐진 슈퍼문과 같은 감성터지는 달의 모습, 쏟아지는 수많은 별 등과 같은 사진들은 그냥 일찌감치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눈으로만 감상하면서 그 감동을 마음과 기억 속에 담아 둬야 할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한다.


지난 숨은 명곡 백열다섯째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10월 말부터 약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안동의 어느 오지, 폐교를 리모델링한 넓은 공간에서 건물과 마당을 청소하고 또 정비하며 나름대로의 시골생활을 충분히 만끽했고 급작스런 '계엄'의 공포와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


https://brunch.co.kr/@bynue/177


평생 처음 가보게 된 안동 시골 생활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눈에 모두 담기에도 벅찬 수많은 별들을 매일 밤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심장이 뭉클해지는 낭만과 위로, 그리고 내 자신에게 훌륭한 마음의 치유를 전달해 주었다.


안동 밤하늘 별들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 열악하고도 조악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에서도 깜짝 놀랄 수준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 두 눈으로 바라보는 감동은 어떨지 조금은 상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 하늘에 별이 없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는 그저그런 중도층으로 선거 때마다 '차악'을 뽑아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적극적인 나의 정치적 성향이나 의견을 사회에 피력하거나 활동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이유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언제나 '마음은 있지만',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국민 변명'으로 정신승리하며 살아오고 있는 지지리도 못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이루어진 '계엄'의 공포는 이야기가 달랐다. 말 그대로 공포였다.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고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된 지금, 안동에서 보았던 그 수많은 아름다운 별들이 생각났다.


마치 까만 하늘에 빛나던 수많은 별빛들이 우리를 지켜준 그날의 국회를 막아섰던 시민들의 모습처럼 느껴졌고, 안동 밤하늘을 보며 들었던 40년 전의 노래를 오늘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말이 필요 없는
K-Pop 레전드 그룹, '따로 또 같이'


지금의 주류를 이루는 음악적 장르는 사실 그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로 수많은 요소들이 함께 결합되어 나타나는 '퓨전'의 느낌이 강해서 어떤 한가지 장르라고 100%라고 단정 짓기 힘들 수 있지만, 40~50년 전 K-Pop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때에는 그시절 문화, 사회, 정치 등과 함께 융합되고 또 반영되어 유행했던 주류적 장르가 존재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음악적 장르는 새로움을 빠르게 받아들였던 젊은 청년세대로부터 시작되어 대중으로 퍼져나갔는데 흔히 우리는 K-Pop 70년대를 '포크의 시대'라 하고, 80년을 K-Pop '락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K-Pop 장르의 대변화 속에서 1970년대 말 나타나 K-Pop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레전드 작품들을 발표하고 이후 음악 제작 방식의 수준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단계를 높힌 포크-락 그룹이 바로 '따로 또 같이'이다.


양희은의 불멸의 히트곡인 '내 님의 사랑은', '네 꿈을 펼쳐라', '한 사람', '들길 따라서' 등을 작사/작곡했던 이주원은 나동민, 강인원, 전인권 등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최고의 음악 멤버들과 함께 '따로 또 같이'를 결성하고 1979년 데뷔음반을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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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1집 앨범 표지, 왼쪽부터 전인권, 나동민, 강인원, 이주원의 기라성 같은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주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따로 또 같이'는 그룹과 솔로활동을 병행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따로일 수밖에 없지만 인생은 같이 살아야 한다'라는 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의미로 양극화와 집단 이기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세상에 '불변의 정답'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다.


1집은 포크의 시대가 끝나가는 K-Pop 역사의 마지막을 알려주는 앨범으로 대중의 큰 관심이나 흥행을 이끌지는 못했다. 게다가 1집을 끝으로 멤버 '전인권'이 탈퇴하게 되는데, 이에 충격을 받은 이주원이 음악을 관두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고 이로서 '따로 또 같이'는 사실상 해체의 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수년간 다른 일을 하고 살던 이주원을 강인원과 나동민 두사람의 진득한 설득으로 그들은 1984년 새로운 K-Pop 포크-락의 기념비적인 음반이 되는 2집을 발표하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도 K-Pop 락의 전설적인 노래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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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발표한 포크락의 명반 2집 앨범 표지


'따로 또 같이'의 2집은 포크-락이라는 음악적 장르를 대표하는 K-Pop 시대적 중요성도 가지고 있지만 전문 뮤지션들의 세션 참여와 편곡, 레코딩 등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제대로 만들어 낸 K-pop 내 최초의 앨범이라고도 평가가 된다.


'따로 또 같이'가
들국화의 전신이라고?


레코딩 엔지니어 최병철, 이영재(기타), 김광민(피아노), 안기승(드럼), 최성원(기타), 허성욱(피아노) 그리고 이장희의 동생 이승희(기타)도 앨범 연주에 참여했었고 발표 이후 라이브 무대에서는 손진태(베이스), 조동익(베이스) 또한 연주를 도왔는데, 1년 뒤 1985년 들국화 1집을 발표한 멤버 중 3명, 2집에 합류하는 손진태까지 '따로 또 같이'를 거쳐간 것을 보면 과장을 좀 더해서 들국화의 전신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2집에 수록곡들을 잠시 살펴보면 숨은 명곡 아흔다섯 번째에서도 소개한 1981년 '이화'의 앨범에 최초로 수록되었던 김현식 작사/작곡의 '첫사랑'이 눈에 띄고, 또한 객원 싱어로 참여한 가수 우순실이 부른 또 다른 명곡 '커튼을 젖히면'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곡으로 감미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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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나동민 듀오체제로 1985년, 1988년 발표한 3집과 4집의 앨범 표지


2집 이후 이전부터 솔로 활동을 피력한 강인원의 그룹 탈퇴로 '따로 또 같이'는 이주원, 나동민 2인 듀오 체제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후 발표한 3집은 그들이 열망했던 음악적 청사진을 보여준 앨범으로 1, 2집을 뛰어넘는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들의 마지막 앨범인 4집에서는 수록곡인 '나는 이 노래하리오'가 KBS 가요톱 10에 등장할 만큼 대중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음반 이후 이주원은 원조 멤버였던 강인원과 전인권과 함께하는 4인체제로 새로운 콘셉트 앨범 '절두산 마리아'를 구상했다고 전해지는데 아쉽게도 음반은 무산됐고 따로 또 같이의 10년간의 역사도 끝나게 된다.


이주원은 지병인 전립선과 우울증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음악활동을 접다시피 한채 경기도 양평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2009년 4월 15일 꿈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게 된다.


멤버 나동민은 1993년 '하늘과 땅', '나는 떠나가야 하리' 등이 실린 솔로 음반을 발표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는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는 현지에서 더 이상의 음악적 활동을 하지 않고 음향 관련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0년 11월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백열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1984년 따로 또 같이 2집에 실린 K-Pop 포크-락의 명곡으로도 알려져 있는 '별조차 잠든 하늘엔'이라는 곡으로 이주원 작사/작곡, 따로 또 같이 가 직접 편곡을 담당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의 연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지금 들어도 굉장히 귀를 사로잡는 코드 조합과 진행으로 가슴 설레게 하고 이어서 들리는 일렉기타의 아르페지오 연주는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어느 입구로 빨려 들어가듯 몽환적인 느낌을 전달해 준다.


그리고 귀를 사로잡는 잔잔한 보컬, 그리고 어디 하나 놓칠 수 없는 요즘의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만 같은 시적인 가사에 어느새 내 마음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노래가 인도하는 어둡고 적막한 그 어딘가로 이끌려 가게 된다.


별조차 잠든 하늘엔,
아무도 없어라


후렴구에 들어서면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던 드럼의 연주가 은근슬쩍 앞에 나서기 시작하고 기가 막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웅장한 코러스, 가슴을 짓누르는 이영재의 멋진 기타 연주까지 아무도 없는 그 깜깜한 밤의 두려움과 외로움에 절규하듯 온몸은 찌릿찌릿 부들부들 떨려오기만 한다.


그랬다. 12월 그날. 모든 게 깜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는 별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볼 때 더 아름답고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전달해 주는 것만 같은데, 그래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이 노래를 함께 들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고 난 굳게 믿는다.


별은 다시 빛난다.
그 누가 아무리 가리려 해도.





별조차 잠든 하늘엔

따로 또 같이, 2집 - 1984


작사 : 이주원

작곡 : 이주원

편곡 : 따로 또 같이

노래 : 따로 또 같이


집 찾아드는 골목길에서

앞지르는 바람이 차르르 차르르 낙엽을 굴리우고


나의 열기를 하나둘 빼앗아

속이 텅 빈 풍선으로 후르르 후르르 떠오르는 눈물방울들


별조차 잠든 하늘엔

별조차 잠든 하늘엔


아무도 없어라 우 우우우우

아무도 없어라 우 우우우우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JbZgT60cb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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