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기 전에, 김혜진 : 2001 강변가요제 - 2001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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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알어?
강변가요제가 없어졌데!
20여 년 전, 지금은 하늘나라로 무심히 떠나버린 그리운 친구와 함께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며 함께 밤낮없이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그 시절, 아마 그날도 밤늦게까지 국내 영화의 디지털 변환을 위해 밤샘 근무를 하다 친구는 슬슬 졸리기 시작하는 두 눈을 비비며 말을 꺼냈다.
'아 그래? 언제 없어졌는데?'
'몰라.. 몇 년 되었다구 그러더라'
MBC 강변가요제는 같은 방송사의 대학가요제와 더불어 80~9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경연대회로 1979년 제1회 Mbc Fm 강변축제를 시작으로 1981년부터는 강변가요제로 이름을 변경해 2001년까지 수많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을 탄생시켰다.
이상은, 박선주, 박광현, 신해철, 권진원, 황호욱, 일기예보 등 숨은 명곡 시리즈의 많은 주인공들이 이미 강변가요제 출신으로 K-pop에 데뷔했고 그 외에도 이선희, 이상우, 박미경, 박영미, 유미리, 한석규, 도시의 그림자, 바다새, 티삼스, 박성신, 어우러기, 육각수, 이영현 등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K-Pop 레전드들이 모두 강변 가요제 출신이다.
유명 작곡가의 노래도
강변가요제 참가가 가능하다고?
사실, 기존의 국내 음악경연대회를 양분하다 시피했었던 MBC 강변가요제(여름), MBC 대학가요제(겨울)는 1989년부터 등장해 싱어송라이터의 마니아층이 생겨버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등장과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육성을 위한 자체 연습생 운영체계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대중적으로 그 인기가 시들기 시작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를 지향하는,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연주/노래 모두를 소화해야만 했던 높은 수준의 참가자격을 지닌 뮤지션들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로 보다 '온그라운드'의 대중성을 원했던 참가자들은 개별 음악 기획사의 오디션이나 연습생 지원으로 관심이 이동하게 된다.
게다가 어느새부터인가, 강변가요제는 점점 더 그 인기가 대학가요제에게도 서서히 밀리기 시작해 점차 대중으로부터의 관심 또한 멀어지게 되어 1999년 참가자격의 제한을 풀어 재흥행을 노려보기도 하지만, 끝내 기사회생하지 못하고 2001년 22회 강변가요제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20여 년이 지난 2022년 강변가요제의 부활을 알리며 새로운 시즌이 기획되며 개최되기도 하였지만, 2023년 2회를 마지막으로 재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라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다.
김현철, 이적, 정원영, 정재일, 설운도가
강변가요제에 참가했다고?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참가자격 제한을 푼 1999년부터는 기성 작사/작곡가들의 새로운 노래로도 강변가요제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나 마지막 대회였던 2001년에는 김현철, 이적, 정원영, 정재일, 설운도 등 내놓으라 하는 K-Pop 레전드들의 곡이 출품되어 경연을 펼치는 나름의 깜짝 놀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아쉽게도(?)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레전드들의 곡들은 모두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들의 명성이 오히려 심사에서는 역차별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정말 우연치 않게 본선 참가곡 중 하나를 접하게 된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웰메이드 발라드 곡이 도대체 왜 입상하지 못했는지 굉장히 의아해했고, 이후 작곡가를 찾아본 결과, 그게 본 숨은 명곡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김현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윤사라, 이적, 정원영, 정재일, 설운도와 같은 프로듀서/아티스트 들 또한 이 경연대회의 곡을 프로듀싱했다는 사실 또한 접하게 된다.
유명 작사/작곡가들이 왜 강변가요제에 참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진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와도 같은 보석을 발견해 내 듯, 이곡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발끝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알 수 없는 희열과 뿌듯함이 가득 느껴졌고 오늘 그중 하나의 노래를 백서른네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백서른네번째 숨은 명곡은 윤사라 작사, 김현철 작곡/편곡, 김혜진이 노래한 '눈이 멀기 전에'라는 노래로 당시 한참 높은 주가를 올리던 여행스케치 출신의 윤사라와 김현철이 참여했다.
참고로 윤사라는 여행스케치 3집부터 6집까지 멤버로 참여했고, 2001년 개인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 가수이자,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 'AS One의 'Day by Day', J의 '어제처럼' 등을 작사한 유명 작사가로 당시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이미 김현철과는 7집 '하물며'란 노래에서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묵직하고 청명한 고음의 매력을 가진, 주인공 김혜진은 강변가요제 본선 진출 이후, 맞닥뜨린 가혹한 현실에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도 음악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 가이드 보컬, 피처링 등의 활동을 하다 결혼과 육아로 그 꿈을 잠시 접게 된다.
10여 년이 지난 2021년, 가수의 꿈을 향한 열정과 도전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예인아'라는 예명으로 트로트 가수로 전격 데뷔하게 되고, KBS아침마당 <도전꿈의 무대>, TBS 최일구의 허리케인라디오 <힘든싱어>, 아이넷 <음색>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짝사랑을
계절에 표현한 월메이드 발라드
Elec Piano의 전주에 기타가 곁들여지는 어쩌면 K-Pop 발라드의 공식 중 하나와 같이 시작되는 노래는 조금은 익숙한 김현철표 감성적 멜로디를 따라 두꺼운 바이브레이션의 매력이 애절하게 느껴지는 김혜진의 보컬을 만나게 된다.
이 노래는 사랑을 마주하게 되어 그의 모습에 눈이 멀기 시작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지러운 봄날의 꽃가루, 터질 듯한 여름의 열기, 부끄럽게 붉게 물든 가을 단풍 등으로 계절에 흐름에 따라 노래하고 있는 윤사라의 가사가 참 멋스럽게 느껴지는 곡이다.
후렴의 클라이 막스로 다가갈수록 묵직하지만 청명한 두성을 내는 김혜진의 음색은 애절한 노래 가사이지만, 마치 사랑에 굶주려 있던 한 여인의 외침을 쏟아내 듯, 막혀있던 우리의 귀와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만 같아 그녀의 이야기 속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나의 맘을 열고서
내게 들어와요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될 때면, 우리 앞에 놓여질 수없이 많은 상상과 기대,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의 걱정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곤 한다.
"나의 사랑이 그를 부담스레 하지 않을까?"
"그저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는 게 나을까?"
그리고,
"그 사람도 진정 나를 좋아하고 또 사랑하게 될까?"
언제나 부질없이 끝나는 짝사랑을 반복해 언제나 절망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는 우리라 할지라도,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또다시 바라본다.
"두려움 없이, 그를 향한 마음이 닿기 전에 그가 먼저 내 안에 들어오기를...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오기를..."
작사 : 윤사라
작곡 : 김현철
편곡 : 김현철
노래 : 김혜진
향기로운 어지러움 봄날의 꽃가루처럼
어지러워 나 가만히 눈 감아요
터질 듯한 이 뜨거움 여름날의 열기처럼
터질 듯해 나 조용히 숨 죽이죠.
나의 눈을 멀게 한 나의 숨을 멎게 한
나의 맘을 열고서 내게 들어와요
번져가는 부끄러움 가을의 단풍잎처럼
부끄러워 나를 붉게 물들이죠
나의 눈을 멀게 한 나의 숨을 멎게 한
나의 맘을 열고서 내게 들어와요
이렇게 그댈 바라보다 다시 지나간 사랑보다
슬픈 꿈이 될까 봐 너무 두려워
나의 눈을 멀게 한 나의 숨을 멎게 한
그대 입을 열고서 나를 불러
나의 손을 잡고서 함께 걸어
나의 맘을 열고서 내게 들어와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