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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서른다섯

두보조개, 김수철 : 1집, 작은거인 김수철 - 1983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아.. 이거,
수술한 거예요.


십여 년 전 어느 날이었을까, 신규로 입사한 회사 직원과 회식 도중, 그녀가 가진 정말 예쁘기 그지없었던 보조개에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술한 거라고 밝혔고, 이에 화들짝 놀라는 나를 보면서 난 그때 내가 참 많이 늙어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내 생김생김에 이젠 한숨짓는 것도 익숙해져, 그냥 물려주신 외모와 건강에 감사하면서 살자는 수천만 번의 다짐을 하며 사는 나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끔씩 '쌍꺼풀'이나 '보조개'가 있었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잠시 해보긴 했었다.


편견으로 가득 찬 부족한 나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쌍꺼풀이야 이젠 성형수술로도 치지 않는 일이래도, 수술로 보조개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된 당시의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거였다.


정확하게 집계된 통계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천적 보조개를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20~30%에 달한다고 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조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게 되는 것 같다. 의학적으로는 얼굴의 일부 근육이 뺨의 붙는, '이상유착'에 해당한다고 하며 유전적인 영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돌이켜 보면, 몇 안 되는 지난 세월의 연인들 중에 지금도 아련하게 생각하는 한 여인이 '예쁜 보조개'를 가지고 있었으니 어쩌면 20~30%의 숫자가 그리 허황된 결과는 아닌 듯도 하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기억 속에 그 보조개가 생각나는 걸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수술로 보조개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오늘 소개할 백서른다섯번째 숨은 명곡은 '보조개'하면 떠오르는 40여 년 전 1983년에 발표된 노래, 김수철 작사/작곡/편곡의 '두보조개'라는 노래다.


가장 한국적인 음악,
레전드 아티스트, 김수철


고등학교 시절부터 '파이어폭스'라는 Rock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고, 특히 고등학교 3학년에 들어서는 명동성당 최초로 Rock 음악을 연주하며 성당을 뒤집어 놓은 그는 일찍부터 천재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아티스트였다.


김수철은 대학 재학 시절이었던 1977년 여름 KBS 라디오 '젊음의 찬가'에 '퀘스천'이라는 밴드의 멤버로 '내일'이라는 자신의 노래를 부른 것이 그의 첫 방송 활동이었고, 이듬해 1978년 김근성(고려대), 정운모(국민대), 최수일(동국대) 등과 함께 그룹 '작은거인'을 결성하게 된다.


데뷔 앨범을 준비하던 그들은 1979년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전국대학가요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일곱색깔무지개'라는 노래로 금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김수철의 독특한 무대매너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1979년 6월 16일 개최된 전국대학가요경연대회 기념앨범 표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국대학가요경연대회의 기념앨범이 나오기 전에 작은거인 1집이 발매되다 보니, 실제 작은거인의 K-Pop 데뷔 앨범은 약 1개월 차이로 그들의 1집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인데, 실제 1집 내에도 수상곡인 '일곱색깔무지개'가 실려있어, 경연대회 이전에 이미 노래의 준비가 완성되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은거인은 1981년 2인조로 바꾸어 본격적인 Hard Rock의 음악들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1집의 조악했던 레코딩을 일본 엔지니어로 대체하여 더욱 풍만하고 탄탄한 사운드 선보였다. 앨범 직후 멤버였던 최수일이 탈퇴하고 혼자 남은 김수철은 신윤식, 허중 등과 새로운 멤버를 꾸리기도 했지만, 결국 작은 거인은 해체하고 만다.


1979년 발매된 작은거인 1집, 1981년 발매된 작은거인 2집 앨범 표지.


집안의 반대와 더불어 대학원 진학 등 인생의 기로에 선 김수철은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1983년 마지막으로 자신의 음악생활을 기념하고자 솔로 앨범을 내놓게 되는데, 아쉽게도 당시에는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4년 배창호 감독 최인호 작가, 안성기, 이미숙 주연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작이자 서울에서만 40만이 넘는 흥행을 거둔 '고래사냥'에 캐스팅되면서 배우뿐만 아니라 '나도야 간다', '젊은 그대' 등 김수철을 대표하는 노래가 수록된 영화음악을 맡은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뒤늦게 그가 발매한 1집도 함께 조명을 받게 되는 후광효과를 누리게 되는데, 이 앨범에 실린 발라드 곡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음악 프로그램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골든컵을 수상하는 등 대히트를 치게 되면서 그의 음악인생은 새로운 전환을 맡게 되고 그해 KBS 가수왕, 내외신기자상, MBC 10대 가수상을 비롯해 무려 16개의 가요 관련 상을 휩쓸었다.


김수철이 발매한 1~12집까지의 정규 앨범 표지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
국악 현대화의 산증인


김수철을 떠올리면서 그의 음악적 가시밭길이었던 '국악'을 빼놓을 수 없는데, 많은 국내의 뮤지션이나 프로듀서들이 일부 콜라보 형태의 음반이나 음악들을 시도했던 반면, 김수철은 정식으로 국악을 공부하며 이를 현대화하는 어려운 길, 하지만 누군가는 걸어야만 했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이러한 노력들은 1981년 작은거인 2집에 수록된 국악가요인 '별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전야제의 음악감독, 그 이후 그가 만든 국악의 노래들로 채운 명반 '황천길' 앨범을 1989년 발매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황천길'은 국악에 대한 새롭고도 진취적인 열정을 담았음에도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어필하기엔 아직까지 너무나도 그 벽이 높았던 지라, 그는 큰 빚을 지게 되기도 하는데, 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같은 해 'One Man Band'라는 K-Pop 최초의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편곡/연주/노래까지 하는 기념비적 앨범을 발표하고 수록곡 '정신 차려'의 대중적인 히트로 그 빚을 갚을 수 있었다는 웃픈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백서른다섯번째 숨은 명곡은 1981년에 발매된 그의 솔로 앨범 1집인 김수철 작은거인에 수록된 '두보조개'라는 노래로 김수철이 작사/작곡/편곡 모두를 소화했다.


1981년 발매된 김수철 솔로 1집의 앨범 표지


노래를 설명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높은 예술가적 기질과 안목인데, 김수철이 발매한 개인 앨범들의 앨범 표지들을 보면, 대부분이 영화 포스터와도 같은 짙은 흑백톤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눈으로 봐도 그 세련됨과 예술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의 아르페지오 연주와 마치 효과음처럼 쓰이는 몽환적인 일렉피아노로 시작되는 전주는, 수십 년 전 내 기억 속 어디에선가 숨어 있던 어여쁜 소녀 앞으로 나를 데려가게 하고, 은은히 가슴을 울리는 김수철의 노래는 다시는 울리지 못할 것 같던 내 심장을 파고들어 조금씩 두근거리게 만든다.


들을수록, 세월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노래


참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보다 들을수록, 또 세월이 지날수록, 이 노래에 대한 내 감정이 훨씬 더 좋아지고 있는 건, 어쩌면 수많은 K-Pop 아티스트 중에 가장 한국적 감성을 많이 품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의 멜로디와 음색을 이젠 이해하고 또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별히 클라이막스라고 불릴 구간이 없는 편안하고 부드럽기만 한 노래는 그의 마지막 허밍과 함께 마무리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 노래 중에 가장 백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노래가 끝나고 나면,

기억 속 뿌옇기만 했던 그녀의 모습이 마치 오랜 마법이 사라지 듯, 점점 더 선명해 지고,

환한 얼굴로 웃으며 내게 묻는다.


내 얼굴 중에
어디가 젤 좋아?




두보조개

김수철, 1집 작은거인 김수철 - 1983


작사 : 김수철

작곡 : 김수철

편곡 : 김수철

노래 : 김수철


포근히 웃는 얼굴에 활짝 핀 두 보조개

당신의 행복한 마음인가요


턱을 괴고서 무엇을 그리도 생각하는지

당신의 모습을 노래하고파요


말이 없어도 난 좋아요 두 보조개 보면

방긋이 웃는 당신 모습은 너무나 고와요


당신의 두 눈 속에 아른거리는 촛불

눈웃음 지으며 나를 보아줘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XCsBT9UOs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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