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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서른여섯

나의 옛사랑, 임기훈 : 1집 - 1991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Déjà Vu(데자뷔)를
느껴 본 적이 있나요?


Déjà Vu(데자뷔)란 프랑스어로 "이미 봤다"라는 뜻으로 프랑스 학자 에밀 부아라크가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 처음 경험하는 어떤 일이 마치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데자뷔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들이 존재하는데, 뇌의 보조 회로가 주회로와 경험 교차/검증하는데서 오는 현상, 신경세포의 불규칙한 전기 자극이 가해져서 발생하는 경우, 기억과 감각의 혼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의 혼합되어 발생한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십 년 일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와 혼재되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현실적인 원인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마치 영화에서처럼 펼쳐지는 미지의 판타지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공존하기도 한다.


아네트 베닝!
내 20대의 히로인!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할리우드 영화 속 특정 장면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배우'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셀수도 없는 수많은 영화 속 장면들과 배우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부터 등장할 테지만, 그중에 높은 순위에는 아마도 1994년 개봉한 'Love Affair'의 '아네트 베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994년 개봉한 러브어페어의 한 장면


당대 최고의 미녀라고 불리는 배우들에 비해 너무나도 특출라거나 글래머스한 외모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단발의 구불구불한 머리, 품격 있고 세련된 얼굴, 그리고 영화 속 등장하는 하얀 드레스는 이 영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대사인 '위를 쳐다봤거든요~!'과 함께 뭇남성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예기치 않게 남자 주인공의 숙모의 집을 방문하여 피아노 연주에 멋진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주옥같은 음악과 함께 뇌리 속에 남아 아직까지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전해 준다.


이 영화가 떠오르는 K-Pop 노래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러브 어페어'를 떠올릴 때, 영화만큼 충분한 감동을 선사한 최고의 OST가 생각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마치 데자뷔와 같이 자꾸만 이 영화가 떠오르는 오래된 K-Pop이 있어 오늘은 백서른여섯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ynue/14

https://brunch.co.kr/@bynue/165


숨은 K-Pop 명곡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미 점찍어 놓았던 노래,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 숨은 명곡으로 임기훈의 '어두운 거리에 머무른 사랑'을 소개한 것이 2022년 가을이었으니, 벌써 2년 하고도 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 듯하다.


이 첫 번째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혹시 누군가 내게 딱하나의 숨은 명반을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1991년에 발매된 임기훈 1집을 꼽을 것 같은데, 그만큼 이 앨범과 노래들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한 아티스트로서 임기훈이 가지는 멋진 매력을 혼자 알고만 있기엔 너무나도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1991년도에 발매한 임기훈 1집 앨범 표지


그래서, 앨범 전체의 모든 곡을 소개해도 아깝지 않은, 오늘의 백서른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임기훈 작사/작곡, 조동익 편곡의 '나의 옛사랑'이라는 노래이다.


만약 이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를 얼핏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1999년 발매된 코요테 2집에 수록된 '옛사랑'이라는 노래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데, 예상하는 것과 같이 임기훈의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웰메이드 팝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전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장난기 서린 조금은 갑작스러운 변조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조동익표 편곡과 그의 1집 '오랜만에' 등에서 선보인 김현철스러운 Synth 연주, 존재감이 철철 넘쳐 듣자마자 독특한 음색에 귀 기울여지는 장필순의 코러스 그리고 너무나도 감미롭기 그지없는 임기훈의 멜로디와 음색이 어우러져 30여 년 전 어떻게 이런 세련됨이 가득한 곡이 만들어졌는지 의아해 지기까지 한다.


미디엄 템포로 진행되는 이 노래는 그리 빠르지도, 그리 느리지도 않아서 적당히 어깨를 천천히 흔들 수 있는 Groove를 선사해 주고,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오렌지빛 태양아래 해변을 걷고 있는 그녀, 아네트 베닝이 내 두 눈가를 천천히 메워 주기 시작한다.


이 노래는 '러브 어페어' 개봉 보다 3년이 빠른 1991년도에 발매되었기 때문에 작사/작곡자가 영화 속 장면으로부터 노래의 영감이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녀의 장면 하나하나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넘나드는 마법과도 같아 너무나 생생하기만 하다.


마치 데자뷔처럼...


그리고 그 언젠가 해운대 해변에서 스쳐 지나간, 옛사랑이 함께 떠오르게 된다.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아.. 아.. 나의 옛사랑들 이여~!



나의 옛사랑

임기훈, 1집 - 1991


작사 : 임기훈

작곡 : 임기훈

편곡 : 조동익

노래 : 임기훈


오렌지빛 태양과 은빛 모래알 해변가

저 멀리 하늘과 바다 끝이 닿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네 그대 생각


아 문득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하얀 드레스의 여인 (나의 옛사랑)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나의 옛사랑)

가던 길 멈추고 한번 뒤돌아 보았을 뿐

그렇게 천천히 멀어져 갔네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나의 옛사랑)

가던 길 멈추고 한번 뒤돌아 보았을 뿐


아 문득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하얀 드레스의 여인 (나의 옛사랑)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DxfUkQFTv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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