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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마흔셋

고양이, 시인과 촌장 : 2집 - 1986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4명 중 한 명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조사기관마다 굉장히 큰 편차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비교적 최근인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약 28.6%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가끔 산책을 나가는 집 근처 호수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와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익숙해진 지 오래 긴 하지만, 그래도 거의 3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니 평생 이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내게는 그 숫자가 참 새롭기도 또 신기하기도 하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반려견이 75% 내외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반려묘의 경우에도 약 25% 내외로 그 뒤를 이었는데, 특히 고양이의 경우는 2019년 대비 42%로 증가되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견은 사교적이고 활동적이며, 주인과의 스킨십을 즐기고 훈련이 비교적 쉬운 반면, 반려묘는 독립적이고 조용하며, 훈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과의 교감이 뛰어난 반려묘를 흔히 '개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로 지내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를 보았던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는 첫 번째 반려묘를 경험했던 것인데,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집안에서 함께 지내며 키웠던 게 아니라서 집고양이와 들고양이의 반반 느낌이기는 했었다.



개와 고양이와 같이 인간과 유대감이 높은 동물들은 K-Pop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기도 하였는데, 오늘 소개할 백마흔세번째 숨은 명곡은 당시에도 흔치 않았던 고양이를 소재로 한 1986년 시인과 촌장 2집에 실려있는 하덕규 작사/작곡/편곡의 '고양이'라는 노래이다.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는
전설의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


시인과 촌장 - 함춘호(좌), 하덕규(우)


이 포스트를 준비하면서 고양이를 처음 다룬 K-Pop이 궁금해졌는데, 검증된 자료가 많지 않아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1962년 발매된 손석우 앨범에 실렸고 김성옥이 노래한 '바람난 고양이들'이 최초의 현대 대중가요가 아닌가 싶다. 이 앨범에는 그 유명한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와 '목동의 노래' 등이 실려있기도 하다.



시인과 촌장은 K-Pop 그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했던 포크 듀오로 늦깎이 미술학도였던 하덕규가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하여 오종수, 전홍찬 등과 함께 '바람개비'라는 그룹을 만들어 음악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한국 포크의 산실이었던 명동 '쉘부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는 오종수와 함께 서영은의 소설 '시인과 촌장'이라는 제목을 모티브로 그룹을 만들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시를 쓰는 작가'를 의미하지만, 실제 그룹의 이름은 '도시인'을 뜻한다.


1981년에 발매한 시인과 촌장 1집 앨범 표지


이들은 1981년 유니버설 레코드에서 시인과 촌장 1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짝사랑', '꽃을 주고 간 사랑', '님타령'등이 일부 알려지고 또 호응을 받기는 했지만 크게 히트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아마도 발매 후 멤버였던 오종수가 결혼과 사업을 위해 팀을 탈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못한 때문인데, 몇 번 출연한 방송사에서 무시를 받아 큰 모멸감을 느낀 것 또한 큰 영향으로 전해진다.


그 후 하덕규는 1982년 옴니버스 앨범 '독도는 우리 땅', 1985년 이정선 7집, 양희은 '찔레꽃 피면', '한계령' 등을 작곡하며 프로듀서로 활동하는데, 1984년에는 개인 솔로 앨범인 하덕규 1집을 발매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앨범에 실린 '슬픈 재회'는 이후 남궁옥분의 앨범에서 '재회'로 리메이크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고 이는 하덕규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된다.


대한민국 포크의 수준을 높인
명반 of 명반


1986년 발매된 시인과 촌장 2집 앨범 표지


1984년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만나게 된 그는 다시 시인과 촌장 활동을 결심하고 1985년 동아기획 옴니버스 앨범인 '우리 노래 전시회 1' 음반에 '비둘기에게'를 수록, 이듬해 시인과 촌장의 두 번째 음반을 내놓게 된다.


이 앨범은 특이하게도 고양이, 매, 비둘기 등 동물을 모티브로 삼은 노래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노래했던 당시의 K-Pop에 있어서는 굉장히 독특한 소재이기도 했다. 특히 비둘기의 경우는 '비둘기에게', '떠나가지 마 비둘기', '비둘기 안녕' 등 3곡이나 실려있는게 특이하기도 하다.


그리고 미술학도였던 그가 직접 만든 앨범 표지의 일러스트는 간결하고 동화적인 느낌으로 K-Pop 앨범 표지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참고로 이후 하덕규 자신이 참여한 모든 솔로/듀오 앨범은 그가 직접 제작했다.


시인과 촌장 2집은 발칙하리만큼 뛰어난 상상력이 더해진 곡의 구성과 높은 수준의 편곡/연주로 기존 대한민국의 포크 음악계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켜 준 명반으로 일컫어지는데, 대중적으로는 타이틀 곡인 '사랑일기'가 라디오를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1988년 발매된 시인과 촌장 3집 앨범 표지


1988년 시인과 촌장은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탈퇴하고 1인 밴드의 형태로 세 번째 앨범을 발매하는데, 기타 연주는 2집에도 일렉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레전드 '이병우'가, 프로듀싱과 편곡의 많은 부분은 친구였던 '조동익'이 맡았다.


3집은 하덕규 자신의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성찰이 많이 묻어나는 앨범으로 음악적 방향성은 2집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의 연주와 편곡을 접목하였기에, 보다 세련되어지고 또 모던해졌다.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가시나무'는 대학교를 중심으로 점점 알려지게 되면서 크게 히트하게 되는데, 이후 2000년에 조성모가 리메이크하여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기도 한다.


이후 하덕규는 기독교 음악(CCM)을 중심으로 자신의 솔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시인과 촌장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2000년 14년 만에 멤버 함춘호와 다시 의기투합하게 되면서 4집 'Bridge'을 발매하게 되는데, 여전히 그들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의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선사해 주고 있다.


2000년 발매된 시인과 촌장 4집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백마흔 세 번째 숨은 명곡은 1986년에 발매된 시인과 촌장 2집에 실려있는 하덕규 작사/작곡/편곡의 '고양이'라는 노래이다.


이 곡은 6분에 가까운 상대적으로 긴 노래이고 '전주 > 1절 > 후렴 > 간주 > 2절 > 후렴' 등으로 이루어졌었던 당시의 곡 구성을 과감히 벗어나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을 2단계의 전혀 다른 편곡과 내용이 담겨 있어 그들의 음악적 창의성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포크라기보다는 프로그레시브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함춘호, 하덕규의 어쿠스틱 기타와 이를 조금씩 뒤 따르는 피아노, 그리고 풍성하고도 묵직한 중심을 잡아주는 조동익의 베이스 연주가 시작되면, 마치 스릴러 물 영화 속 OST와 같이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어느새 수십 년 전 친구집의 고양이가 도망갈까 친구와 함께 한 발짝씩 조심스레 발을 떼며 천천히 다가서는 어린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하덕규, 그 특유의 끝올림이 있는 청아하고 맑은 보컬을 따라 고양이와 마주하게 된 친구와 나는 똘망똘망한 두 눈망울을 고양이에게 집중하며 신기한 그의 수염, 보드라운 털, 날렵하고 재빠른 그의 행동에 감탄하기 시작한다.


도입 부분의 곡의 흐름도 재미있지만, 뒤를 이어 흥겨운 포크 송으로 바뀌어지는 2단계로 접어들 무렵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고양이의 '야옹' 목소리는 하덕규 자신이 직접 낸 소리로, 당시의 어린 나는 실제 고양이 울음소리를 녹음한 줄만 알았다.


그리고 왜 함춘호가 국내를 대표하는 레전드의 기타리스트인지 알 수밖에 없는 그의 간주와 연주가 가슴에 하나둘 파고드는데, 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또 재미나다.


그때 그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어?


수십 년이 지나 모든 지난 일들이 희미해진 요 근래, 갑자기 그 고양이들이 궁금해진 나는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마 나중에는 모두 집을 나갔던지 했을 거야..'


생각해 보면 지금과 같은 반려묘의 개념이 아니었으니, 친구의 식구들은 집을 나가도 크게 개의치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나와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대문에서부터 멀리 대치를 했던 그때의 그 고양이들이 보다 나은 삶과 자유를 위해 먼 길의 여정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싶다.


언제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말이다.


야옹!




고양이

시인과 촌장, 2집 - 1986


작사 : 하덕규

작곡 : 하덕규

편곡 : 하덕규

노래 : 시인과 촌장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빛나는 두 눈이며 새하얗게 세운 수염도


그대는 정말 보드랍군 고양이

창틀 위를 오르내릴 때도 아무런 소릴 내지 않고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슬픔 없는 두 눈 너무너무 좋은 테지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놓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아픔 없는 눈 슬픔 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슬픔 없는 두 눈 너무너무 좋을 테지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 테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SDU7CwQbW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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