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여배우, EON : 1집 EO-NEO-NE - 200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나, 파리에 가고 싶어!
얼마 전 우연찮게 넷플릭스를 탐색하다 보게 된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 사실 시즌 4까지 나와 있는 이 모든 에피소드를 몽땅 다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여성이 낯선 프랑스의 파리에서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다 보니, 문득 예전 여자친구가 건넸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나와 비슷한 문화를 경험하며 살아온 세대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적인 '캐리 신드롬'을 가져온 미국 HBO의 드라마 'SEX IN THE CITY'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두 레전드 드라마의 제작자와 제작진이 같아서 'SEX IN THE CITY'의 장점만 그대로 이식했다는 말이 수긍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의 여자친구는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우린 늘 케이블티비를 같이 보며 뉴욕 4총사의 거침없고 화려한 일상 함께 했었다.
특히 'SEX IN THE CITY' 드라마 편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낭만의 도시 파리로 건너간 캐리, 그리고 그의 영원한 연인 '미스터 빅'과의 만남,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4명의 절친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멋진 결과를 맞게 되는데, 이때의 장면 장면들이 '에밀리 인 파리'와 오버랩되어 즐겁기도 또 아련하기도 하다.
프랑스는 최소한 나에겐 그런 나라다.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여인과 우연히 작은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나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낭만이 가득한 그런 미지의 세계.
오늘 소개할 백마흔네번째 숨은 명곡은 2003년에 발매된 EON의 1집 EO-NEO-NE에 실려있는 '불란서 여배우'라는 노래로 EON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했다.
이 곡을 작사/작곡/편곡한 EON(본명 : 이철원)은 지난 숨은 명곡 네 번째로 소개한 포터블그루브나인의 멤버이자, K-Pop 일렉트로니카 1세대로 1993년 김원준, god, 엄정화, 조PD, s#arp 등의 앨범의 작곡, 편곡가로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2000년경 일렉트로니카로 전향하여 이름을 EON으로 개명하고, 2003년 본 숨은 명곡이 수록된 'EO-NEO-NE'를 발매하게 된다.
https://brunch.co.kr/@bynue/20
2009년에는 엄경은, 하늘, 이준오와 함께 Electronic Unit인 ‘MADmoiselle’(매드모아젤)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유명 시인이자 작사가 원태연과 2000년 시 낭송집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그녀와 나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의 작곡/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이후 앨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앨범아트 중 하나로 꼽는 그의 표지 디자인은, 마치 미래에서 온 것만 같은 로봇의 설계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굉장히 수준 높고 디테일한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핑크, 옐로우, 파랑과 같이 눈에 띄는 원색을 함께 과감히 사용해 그의 발칙했던 상상력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만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만 하다.
이 앨범 후의 그의 다음 행보인 '포터블 그루브 나인'의 앨범 표지에서도 이러한 그의 기질이나 성향은 그대로 나타나는데, 이전 포스팅에서도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지만 마치 프라모델을 연상시키는 그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만 같다.
특히 이 앨범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적 방향성은 일렉트로니카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너무 높기만 했던 대중의 장벽을 한층 낮추었지만 그렇다고 장르적 완성도는 타협하지 않은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 남진의 '님과 함께', 방미의 '날 보러 와요',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추억의 레전드 가요에서 찾은 여러 가지 요소를 샘플링하고 또 현대화하여 활용했다.
'불란서 여배우'의 재생버튼을 누르면 25년 전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감각적인 일렉피아노의 연주와 비트가 시작되고 내 몸은 이미 EON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프랑스 파리의 음침하고 축축한 기운의 어느 저녁거리에 서있게 된다.
그리고, 비트에 몸을 맡긴지 얼마되지 않아 마치 환청처럼 몽환적으로 내 귓가를 파고드는 여성 보컬의 멜로디.
참고로 이 노래를 부른 김희선은 1세대 보컬 트레이너로 이효리의 애니모션, 애니클럽뿐만 아니라 씨야, 아이비, 카라, 손담비, 인피니트, 세븐틴, 아이즈원 등의 보컬 지도를 맡았고, 다양한 음반의 피처링은 물론 작사 등 프로듀서로의 활동을 꾸준히 했던 아티스트이다.
요즘 세대는 '불란서'라는 단어가 굉장히 생소하겠지만, 이는 프랑스를 중국어로 그리고 일본어로 바꾸어 부르면서 전해진 단어로 한 때 '프랑스'와 함께 많이 쓰였지만, 근래에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 노래가 떠올라지면서 문득, 내가 제일 애정하는 프랑스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역시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남성들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여배우들이 머릿속에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노래와 비트가 내 머릿속을 점령할 때쯤, 어느새 내 두 눈앞에서 농염한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 아련하기만 한
내 청춘의 여신들이여~!
작사 : EON
작곡 : EON
편곡 : EON
노래 : EON
파란빛 쉐도우 그위로 흘러내린 금빛 생머리
빨갛게 피어있는 듯 그녀는 글로스 립스틱
차갑게 흘러내리는 따스한 눈물 속에 웃고 있는 건
차라리 눈뜰 수 없는(멈출 수 없는) 영원히 슬픈 환상
파란 유리창에도 그대를 바라보는 내 눈가에도
네모난 화면 가득 채워도 어리석은 나 그댈 볼 수 없고
항상 눈을 감아도 그대 어떤 말을 듣지 않아도
네모난 화면 뒤에 숨어도 어리석은 나 그댈 볼 수 있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