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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마흔둘

가을, 그 바다는, 김정렬 : 하나프로젝트 3 바다 - 2001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우리 언젠가
다시 여기에 오자!


지금은 그 산업군에서 아예 멀어져, 더 이상 관련 비즈니스를 위한 업계의 분들과의 소통이나 연락은 거의 끊어졌지만, 한참 Video & Film 사업에 몸담으며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었던 수십 년 전엔, 마치 '명절'과도 같이 1년에 꼭 한 번은 국내 비즈니스 여행지로 방문해야 했던 곳이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였다.


대학 입학 후 만난 부산 토박이 친구들로부터, '도대체 해운대에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수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들었었기에 경험과 취향에 따라 부산 해운대라는 명소에 가진 의견은 충분히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같은 서울 촌놈들에게는 여전히 그곳은 뭔가 아련하고 신비에 둘러싼 '로망'과도 같은 '휴양지'였다.


한참 연애에 그 열정을 '팍팍' 쓰고도 그 에너지가 '철철' 넘치던 젊은 시절엔, 어느 날 저녁 뜬금없이 연인과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뭐가 그리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랑에 직진했던 무모함이 떠올라 가끔은 웃음 짓게 된다.


그때의 그 연인들과는 다양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 당시엔 진심이었고, 그 무모함조차 우린 서로 사랑했었으니, 그리고 우린 언제나 그랬듯 아름다운 부산 해운대의 해변을 거닐며 약속했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오자고.


ChatGPT Image 2025년 6월 22일 오전 11_39_04.png


하.. 여길 또 오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괴로운 것 중에 하나는 그녀와의 추억의 이야기꺼리가 수북이 묻어있는 어느 특정 장소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방문하어야만 되는 것일텐데, 부산 해운대는 내게 어느덧 그런 장소가 되어 버렸었다.


아련한 기억과 추억들 때문에 먼 여행의 출발점부터 마음이 훈훈해지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던 지난날의 일들에 점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고 만다.


오늘 소개할 백마흔두번째 숨은 명곡은 2001년 하나프로젝트의 세번째였던 '바다' 앨범에 실린 김정렬 작사/작곡/편곡의 '가을, 그 바다는'이라는 노래이다.


https://brunch.co.kr/@bynue/58


https://brunch.co.kr/@bynue/192


이곡을 만들고 노래한 김정렬은 이미 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 소개한 그룹 '새 바람의 오는 그늘'의 멤버로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 프로젝트 '바다' 앨범에 오늘의 노래 '가을, 그 바다는'으로 참가하게 되는데, 당시 이미 결성되어 활동하던 '더 버드'는 2003년 하나뮤직 프로젝트 4에 '꿈'이라는 노래로 데뷔하게 되니, 아마 그보다 2년 빠른 이 노래는 그의 솔로 데뷔가 되지 않나 싶다.


하나 옴니버스와 하나 프로젝트는 동아기획의 후신으로 많이 일컫어지는 하나기획에서 '우리 노래전시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기획 발매한 옴니버스 앨범으로 총 7개의 앨범이 발매되었고, 2015년부터는 하나기획의 후신인 기획사 '푸른곰팡이'에서 '강의 노래'라는 옴니버스 앨범을 발매하여 그 명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10여 년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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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작가주의 옴니버스 앨범을 이어온 하나기획, 푸른곰팡이 옴니버스 앨범 표지들


경쾌하고 그루브 한 드럼 리듬 연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수준 높은 신시사이저, 기타 리프, 베이스의 감각적인 펑키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또 고요하게만 느껴진다는 점이다.


경쾌한데, 슬프다.


좌중을 휘어잡는 훌륭한 보컬리스트는 아니지만, 기교 없이 담담히 기억의 한 자락을 되내어 혼자 읊조리듯 이어나가는 김정렬의 음색은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고찬용'의 목소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노래의 구성이나 분위기 모두 마치 재즈 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1절을 지나 간주에 접어들게 되면, K-Pop에서도 흔치 않은 멋진 베이스의 솔로 연주가 이어지는데, 베이시스트 김정렬이 얼마나 뛰어난 감각의 연주자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 된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 내리던 해운대 그 해변을 거닐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가끔 업무 미팅으로 부산을 방문한 적도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해운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가을, 그 바다.

혹시 이번 가을, 다시 그곳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젠 깊게 파인 상처가 아물어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가을, 그 바다는

김정렬, 하나프로젝트 3 바다 - 2001


작사 : 김정렬

작곡 : 김정렬

편곡 : 김정렬

노래 : 김정렬


작지만 그 바다는 이미 나의 눈 속에 있어

속삭이듯 귓가에 닿는 수줍은 바람으로


되살아난 가을 그 바다는 이미 나를 이끌고 가네

잊지 못할 시간 속으로


난 푸른 세상을 원해

덧없게도 살아왔던 지난날 내게서


씻어 주던 가을 그 바다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차창으로 아침이 오네 오래된 친구처럼


난 푸른 사랑을 바래

어렵게도 웃음 짓던 모든 일 새롭게


비춰주는 가을 그 바다는 이제 나를 숨 쉬게 하네

놓지 못한 미련의 끝엔 고독도 내 웃음처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kF-Tm88pj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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