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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서른

이상한 나라, The Bird&앨리스 : 대한민국을 노래한다 - 2011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저요!!!

정확한 년도와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잘 돌아가지 않는 나의 머리를 데굴데굴 이리저리 굴리다 보니, 아마도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그 때쯤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사회시간이었는지, 아니면 도덕 시간이었는지까지는 도저히 알 수없긴 하지만, 당시의 교과서 한 챕터의 마지막에는 그 챕터를 아울러 요약되는 내용과 더불어 일종의 학우들과 함께하는 '미션'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날의 미션은 바로 '봄 소풍'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희미한 기억의 조각을 짜 맞추어 보면, 아마도 '학급의 친구들과 봄소풍에 대해 토론해 보세요!'라는 미션이었던 것 같은데, 그날따라 웬일인지 선생님께서는 매번 Skip만 하던 이 미션의 주제를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소풍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지금 생각하면 참 질문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이미 결과가 예견되는 바보 같은 내용일 수도 있는데, 반 친구들 대부분은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예상했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셨다.


소풍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들은 '설마 누가 손을 들겠어?'라는 생각이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고, 난 모든 반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손을 든 사람은 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누가 이 질문에 반대를 할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뭔가 흐뭇함을 느끼셨는지 선생님은 토론을 진행하셨고, '봄소풍'을 찬성하는 친구는 단상으로 나와 나름대로 '왜 봄소풍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다음 차례는 반대쪽 의견을 냈던, '나'였는데, 사실 그 짧은 시간 그 어린 나이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봄소풍을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내야만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가슴은 쿵쾅되기 시작했고 머리는 하얘졌다.


왜냐하면 그냥 모두와 똑같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유로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계절이나 시절이 오면 무조건 떠나는 '관성적인 이벤트'였던 점,

모든 소풍이 특장점 없이 똑같은 콘텐츠로 '무계획, 무기획'이었던 점,

그래서 봄소풍으로부터 얻는 특별한 '학우들의 이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론적으로 멀리 봄소풍을 가지 말고 학교에서의 전일 자유시간, 게임시간, 영화감상 등의 콘텐츠가 학우들에겐 더 도움이 되고 비용도 적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저 정도의 세련된 말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과장과 미사여구를 1000배 정도 보태고 미화해 보면 대략적인 내용은 그랬던 것 같다.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은 선생님께서는 거수투표로 반 아이들의 최종 의견을 물으셨는데, 나의 의견이 반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었는지 아슬아슬하게나마 결과가 뒤집혀 '봄소풍을 가지 말아야 한다'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조금 섭섭하게도 그해 '봄소풍'은 그대로 예전처럼 진행되었다.


가끔은 세상에 딴지를 걸어보자!


사실 문화 콘텐츠, 그중에서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만큼 좋은 홍보 혹은 선전의 수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근래에 수많은 이익 집단이나 단체들 사이에서는 구성원들의 단결이나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노래들을 만들거나 기존노래들을 개사하여 부르기도 하는데, 메시지가 강조되어야 하는 특성상 대부분 굉장히 묵직하고 강렬한 음악적 형태를 가지게 되기에 깊은 예술성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닌 듯하고, 오늘 이야기할 주제도 아니다.


'긍정의 힘'을 굳게 믿는 나로서는 매사 부정적 시각으로 비꼬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경멸한다. 다만, 사랑, 이별, 행복, 슬픔과 같은 어쩌면 조금은 식상해져 버린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이란 주제를 벗어나, 가끔씩 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담은 노래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이는 굉장히 반가울 때가 있다


멜로디나 노래, 편곡, 장르 등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매력이 있을 때, 그리고 나의 개인적 취향과 맞아떨어졌을 때만 그렇다. 무작정 과격한 메시지만 강조한 노래들은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한다.


오늘 소개할 백서른번째 숨은 명곡은 2011년에 발매된 방송사 CBS에서 기획한 '大한민국을 怒래한다'라는 앨범에 수록된, 김정렬 작사/이상하 작곡/The Bird 편곡/The Bird & 앨리스 노래의 '이상한 나라'라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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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발매된 사회 비판 앨범 '대한민국을 노래한다' 앨범 표지


이 앨범은 당시 사회적 여러 가지의 이슈들을 굉장히 수준 높은 음악과 함께 다루고 있는데, 박용준, 한동준, 함춘호, 신석철, 신현권, 이정렬, 블랙신드롬, 시베리안 허스키 등 K-Pop 신구세대의 역량 있는 뮤지션들이 도왔고, 더군다나 시민가객 2.01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도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수록되어 있는 노래들의 수준이나 장르의 다양성 등에 비해 미친 듯이 암울하기만 한 저 앨범 표지는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당혹감과 거부감을 만들어 내는 것만 같아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굳이 저런 강한 메시지와 디자인으로
표지를 만들어야만 했나?


사람들이 쉽게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강한 메시지가 강한 전파력을 가질 것이라는 것인데, 그건 요즘의 세상을 살고 있는 스마트한 대중에겐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멋진 노래와 메시지들을 창조해 내고, 저런 구시대적 앨범 재킷으로 De-Marketing을 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 소개할 '이상한 나라'는 10여 년 전 당시의 사회 부조리를 빠른 템포의 재즈의 선율로 아름답고 발칙하게 담은 The Bird & 앨리스의 노래인데,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뮤지션의 등장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작사를 맡은 김정렬과 작곡을 맡은 이상하는 편곡과 노래를 함께한 그룹 The Bird의 멤버인데, The Bird는 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 열두번째로 소개한 '새바람이 오는 그늘'(조규찬, 이준. 김정렬)의 베이시스트인 김정렬이 결성한 국내 퓨전 재즈 밴드이다.


https://brunch.co.kr/@bynue/58


김정렬은 새바람이 오늘 그늘 활동을 하면서 학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후 1999년에 5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The Bird"을 결성하게 되는데 2001년 하나뮤직 프로젝트에 개인 솔로로 '가을, 그 바다는'이란 노래로, 그룹 The Bird는 2003년 하나뮤직 프로젝트에 '꿈'이라는 곡을 수록하게 되면서 데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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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rd가 참여한 앨범 표지들


2004년 하나기획의 후신 푸른곰팡이 레이블에서 1집 정규 앨범을 낸 그들은 녹록지 않은 국내 재즈 산업에 새로운 활력소로 2012년 3집까지 발매하였으며, 꾸준한 재즈 클럽 라이브 공연과 더불어 2018년에는 Love라는 EP를 발매하기도 하였다.


다시 '이상한 나라' 노래로 돌아와 살펴보면, 앞서 설명한 The Bird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함께 노래한 '앨리스'의 존재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이는 당시 신인 재즈 보컬리스트였던 '유난이'와 함께하는 일종의 프로젝트성 이름으로 아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작명이지 않나 싶다.


마치 출발선에서 달리기를 준비하며 워밍업을 다지는 선수들과 같이 피아노, 베이스, 드럼, 색소폰이 각자의 소리의 합을 맞추기 시작하는 연주는 깔끔하고 선명한 음색이 매력적인 보컬 '유난이'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 최종 점검을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흥겨운 라틴 재즈 리듬에 맞춰 앞으로 힘껏 달려 나가는 것만 같다.


이 정도의 곡이라면,
비판도 아름답게 느껴지네!


은근슬쩍 합세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뜨겁게 달리다 보면, 이곡의 작곡을 맡은 이상하의 멋진 색소폰 솔로 그리고 이어지는 멤버 김태수의 피아노 솔로를 만나게 되는데, The Bird의 음악적 역량이 잘 반영된 수준 높은 연주 실력에 감탄하게 되고 보다 오로지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노래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면, 마치 온 힘을 다해 달리기를 마치고 모두 저마다의 숨을 몰아쉬듯 각자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난 아직 달릴 힘이 남아 있다는 듯 힘을 내는 드럼 연주가 흐뭇하게만 느껴진다.


참 시끄러운 세상.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기 바쁜 사람들을 보며,

순수했던 초등학교 시절, 추억속의 아름다운 '딴지'가 참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이상한 나라

The Bird & 앨리스, 대한민국을 노래한다 - 2011


작사 : 김정렬

작곡 : 이상하

편곡 : The Bird

노래 : The Bird & 앨리스


누군가는 내게 물어 올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 이유를

똑같은 생각 속에서 사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은 여긴 정말 묘한 나라


텅 빈 놀이터엔 아줌마 부대 밤거리엔 학원차로 뛰는 아이들

어디로 갈지 생각도 않고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이곳은 참 이상한 나라


왕이 만든 개천가에서 새까만 이를 쑤시는 일회용 양심만 갖은 신하들

바늘 없는 시계를 들고 강가에 철심을 박는 여긴 어딜까

혹시 내가 본 동화 속 거긴 아닐까


누군가 내게 또 물어 올 거야 끊임없이 어리둥절하는 이유를

뭐가 옳은지 얘기도 않고 모두가 끄덕이며 사는 여긴 정말 이상한 나라


벌거벗은 몸뚱이 위에 휘두른 지폐를 펼쳐 하늘을 날으려 하는 바보들

그들 따라 목숨을 걸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여긴 어딜까

누구를 위한 세상일까


왕이 만든 개천가에서 새까만 이를 쑤시는 일회용 양심만 갖은 신하들

바늘 없는 시계를 들고 강가에 철심을 박는 여긴 어딜까

혹시 내가 본 동화 속 거긴 아닐까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8YaaTL_e8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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