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K-Pop 명곡 II, 백여든

햇살, 최구희 : 1집 - 1989

by By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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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추위를 많이 타나요?
더위를 많이 타나요?


실제 국내 기관이 설문 등을 통해 연구조사한 바에 따르면, '몇 %가 더위를 더 타고, 몇 %가 추위를 더 탄다'라는 식의 공식 통계는 없지만, 성인 전체 평균에서는 ‘더위 민감’의 남녀 차이는 크지 않은 반면, ‘추위 민감’ 특히 냉방 환경에서는 여성 쪽이 더 뚜렷하다고 한다.


2021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더운 날씨’라고 인식되는 온도는 남녀 모두 평균 30.1°C로 사실상 같았고, 반면 ‘추운 날씨’라고 인식되는 온도는 남성 0.6°C, 여성 1.7°C로 여성이 더 높은 온도에서 이미 춥다고 느꼈다고 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기초대사율과 근육량이 높아 같은 활동에서도 절대적 산열이 더 크고, 여성은 상대적으로 산열 능력이 낮아 추위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정리하면 남성은 열을 더 많이 만들고 더 적극적으로 식히는 편이고, 여성은 냉방 상황에서 추위를 더 쉽게 느끼는 편이라는 것이다.


세상엔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며 강철 체력, 적응력 등을 자랑하는 분들도 즐비하겠지만, 최소한 내 주변의 지인들로만 그 샘플을 줄여서 생각해 보면 그래도 참 허무한 숫자인 반반인 듯도 싶고, 아예 그 모수를 확 줄여 내 경우만 따져보면 한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 난 '추위'에 훨씬 더 민감한 것 같다.


그리고, 봄이 왔다.


또, '옛날~ 라떼~' 타령하는 꼰대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겨울엔 의례히 한강이 꽁꽁 얼어붙는 게 당연했던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야, 근래 '동장군'이 찾아왔다는 추운 겨울이 품고 있는 온도는 참 우습기 그지없긴 하지만, 어쨌든 그 때나 지금이나 겨울이면 항상 추위와의 한바탕씩을 해야 하는 나에겐 '봄'이 참 반가운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예전의 봄은 시쳇말로 '깜박이라도 키고' 들어왔기에 그를 맞을 잠시의 맘의 준비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의 봄은 참 예의라는 단어를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 듯, 어느 날 갑자기 집안 대문을 '뻥'차고 들어와 대청마루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것만 같다.


살짝 열어 놓았던 창문 틈으로 살랑살랑 온기가 느껴지던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든 며칠 전 어느 날, 이젠 도저히 외면하려 해도 할 수 없이 느껴지는 봄의 기운 때문인지 블라인드를 연 순간,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빛가루가 쏟아졌다.


"그래~! 잠시 잊고 살았네. 이번에도 잘 찾아왔구나!"


잊고 살았던, 기타리스트
최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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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희의 사진들(아래 좌, 왼쪽에서 두번째, 아래 우, 오른쪽 첫번째)


오늘 소개할 백여든번째 숨은 K-Pop 명곡은 1989년에 발매한 최구희 1집에 실려있는 최구희 작사/작곡/편곡의 '햇살'이라는 노래이다.


K-Pop 레전드 그룹, '들국화'의 기타리스트이자 흔히 '생톤'의 달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구희는 그의 데뷔와 관련하여 일부의 매체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부터 음악활동을 시작하여 1982년 전설의 그룹 '민음 소망 사랑' 1집으로 데뷔한 것이 맞는 듯하다.


이 앨범에서 최구희는 단순 연주자가 아니라 작사·작곡자로도 다수 참여하여 '개척자', '행복 파는 상점', '허수아비', '어느 봄날', '사진첩', '누굴까' 등의 노래를 직접 만들었는데, 이때부터 그는 이미 기타리스트이면서 싱어송라이터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그는 1983년 '신중현과 뮤직파워'에 합류하게 되는데, 신중현이라는 거장과 함께 한 그의 히스토리만 보더라도 그는 이미 인정받는 K-Rock의 중심 계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들국화 1집 멤버였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이견이 갈리기도 하지만, 1985년 그는 조덕환과 함께 언제나 K-Pop 명반의 1~2위를 다투는 레전드 앨범, 들국화 1집의 기타리스트로 참여하게 되고, 1986년 그는 양운박, 조순용, 안윤제와 함께 '괴짜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다가 들국화 2집부터는 '너랑 나랑', '조용한 마음' 등의 2곡의 자작곡을 실으며 손진태와 함께 그룹의 정식 멤버로 공식 합류하게 된다.


들국화의 해체와 더불어 그는 1987년 괴짜들 2집을 발매하고 활동하다가, 1989년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햇살'이 수록되어 있는 솔로 1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그의 첫 솔로 앨범은 그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대표작으로,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편곡하며 록 기타리스트를 넘어 포크적, 공동체적, 자연친화적 정서를 가진 전천후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라는 걸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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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희가 참여했던 앨범 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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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그는 1990년 들국화 멤버였던 주찬권과 함께 도솔천 1집을 발매하기도 하는데, 들국화와 믿음 소망 사랑 시절부터 이어진 인맥이 다시 만난 셈이어서, 그의 음악 인생에서 주찬권과의 음악적 교류와 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이후 오랫동안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다.


2007년 그는 수십년의 침묵을 깨고, '야호'라는 그룹의 이름으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룹 야호는 최구희를 중심으로 그가 살고 있는 제주지역 로컬 뮤지션들과 함께 만든 팀으로 잊혀져가는 한국형 전통 Rock을 그의 독보적인 생톤 기타 연주와 함께 우리에게 들려줬으며, 2015년 3집까지 발매했다.


2009년에는 개인적으로 그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기타 연주곡집인, 2집 'Volume One'이 발매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녹음 당일 지인에게 빌려온 싸구려 어쿠스틱기타로 녹음되었지만, 마치 평생을 함께했던 기타와 같이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연주되었다고 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보다 감성적으로 풍경과 정서를 그리는 기타 연주자의 면모가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그는 그의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발표한다. 작사·작곡·편곡은 물론 보컬과 주요 악기 연주까지 직접 맡은 작품으로 여전히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과 성장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 최구희


피아노, 일렉 스트링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가 함께 어우러지며 시작하는 이 노래는 어쩌면 단순한 악기 조합과 멜로디 반복으로 이루어진 3분이 채 되지 길지 않은 짧은 곡이지만, 당시로서는 세련됨이 철철 넘치는 코드 진행, 현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듣자마자 내공이 넘쳐나는 연주실력에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그보다는 열 번째가 더 맛있게 들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예상치도 못했던 최구희의 매력적인 보컬과 코러스가 마치 '들국화', '따로 또 같이'의 노래들과 같은 그때 그 시절 어느 음반 속에 꼭꼭 숨겨놓은 트랙을 함께 듣는 것만 같아 뭉클하기도, 또 반갑기도 하다.


참고로 이 노래에서 맛깔난 피아노 연주를 보여준 한송연은 이화여자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 후 K-Pop에서 일지감치 Top 피아니스트와 키보디스트로 활동한 실력파 뮤지션으로 91년 당시엔 흔하지 않았던 뉴에이지풍의 피아노 솔로 연주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햇살 참 따뜻해라
햇살 참 포근해라


3월, 완연한 봄.

오후에 쏟아지는 햇살비.


잊지 않고 찾아온 봄, 그리고 최구희.


그리고 또 생각나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햇살

최구희 : 1집 - 1989


작사 : 최구희

작곡 : 최구희

편곡 : 최구희

노래 : 최구희


햇살 참 따뜻해라

햇살 참 포근해라


누구에게나 비춰주는 저 맑은 햇살이

어찌 그리 신비한지 좋기만 하네

햇빛 마음속까지 환히 비치렴


햇살 참 따뜻해라

햇살 참 포근해라


어린 시절 부푼 마음 거리 나설 때

알 수 없던 내 마음은 맑은 햇살처럼

환히 미소를 띤 채 마냥 좋았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w7Ul67ve3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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