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ea, The Green Tea : 1집 설레임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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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아이스 디카페인 하프카페 라떼로 해주시고,
오트밀크로 변경, 샷은 1개 추가해서 총 3샷,
시럽은 바닐라 2 펌프랑 헤이즐넛 1 펌프 넣고,
얼음은 적게, 우유 거품은 적게, 온도는 아주 차갑게,
휘핑은 빼고, 위에 시나몬 파우더 조금 뿌려주세요.
얼마 전 커피 전문점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주문.
알아듣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단어와 조합뿐만 아니라, 그리고 얼마나 말하는 속도는 빠른지, 귀로부터 실시간으로 전달된 이 어려운 문장들을 이해하고 인지하기에는 이젠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나의 구식 뇌 CPU가 수명을 다해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좌절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저 정도 수준의 높은 난이도의 주문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예전보다 개인화되고 또 세분화된 취향 때문에 음료 한 잔을 주문하는 데도 복잡 다단한 요청이나 요구사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커피? 녹차?
자꾸 재미없는 옛날이야기들을 꺼내 놓아 죄송하고도 미안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지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음료 주문이 저 2개로 끝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그 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도 없이 말이다.
최근 조사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기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커피전문점 커피 19.8%, 인스턴트커피 12.4%, 100% 과일주스 8.7%, 발효유 8.4%, 흰 우유 8.2%, 녹차·곡물차 5.2% 순으로 나타났는데, 역시 커피 소비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3분의 1이 넘는 국내 성인이 커피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의외의 결과였던 것은 발효유, 흰 우유와 같은 유제품을 좋아하는 인구가 총 16.6%로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었고, 조금은 안타깝지만, 커피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던 녹차, 그것도 곡물차라는 훨씬 넓은 카테고리에 묶여 실제 5%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따뜻한 녹차 주세요.
오늘은 녹차가 먹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는지,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홀짝홀짝 커피를 경험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 커피 소비량의 평균을 높이는 헤비 컨슈머이자 커피 애호가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산균 요구르트와 각종 영양제, 복용약들을 모두 섭취한 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무조건 마셔야만 하루가 별 탈 없이 시작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 먼저 하루를 깨우는 향기 같은 것, 조금은 어른이 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쌉쌀한 위로 같은 그의 매력.
아침 첫 커피가 끝난 그 이후부터는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따뜻하고 조금은 마일드한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는데, 아마 하루에 최소 4~5잔 이상은 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연한 원두커피를 물처럼 평소에 자주 드셨으니, 어쩌면 나에게도 조금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하지만, Coffee Lover인 나에게도 사르르르 그 지독한 고집이 녹아내리는 순간순간들이 나의 인생사에도 꽤 있었는데, 그건 나보다 더한 녹차 애호가였던 그녀 때문이었다.
그녀는 녹차를 좋아했다.
녹차는 그녀의 평소 모습들을 꽤 많이 닮아 있었는데, 처음에는 입안에 감기는 녹차 특유의 향이 연하고 조용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그 매력을 쉽게 지나치지만, 오래 머금고 있으면 입안에 맑은 향이 남는 것처럼, 처음엔 잘 몰라 오해하기 쉬웠던 그녀의 떨떠름 한 쓴맛은 언제냐 싶도록 금세 부드러운 푸르름으로 돌아왔고, 차갑게 식었다 하더라도 쉽게 감정의 기복을 흩트리지 않는 품위가 있었다.
우린 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고 결국엔 헤어졌지만, 나는 가끔 녹차의 향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그녀가 내게 준 배려심 높은 미소를 떠올리게 된다. 겨울 내내를 견디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어린잎처럼 가볍고, 그늘 아래 놓인 유리잔처럼 투명하고, 무엇보다도 그 진한 내음이 우러나올 때까지 급히 서두르지 않는 사람, 세상에는 처음부터 자기 속도를 알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녀가 꼭 그런 사람이었다.
정통 K-Jazz 혼성 보컬 그룹
오늘 소개할 백여든한번째 숨은 K-Pop 명곡은 이미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 자주 소개했던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김혜능이 함께했던 보컬그룹 'The Green Tea'의 첫 번째 정규앨범 1집 '설레임'에 실린 'Green Tea'라는 노래다.
https://brunch.co.kr/@bynue/124
'The Green Tea'는 예순일곱번째 숨은 명곡을 소개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했듯이 유재하 음악가요제 출신의 김혜능과 여행스케치 멤버였던 이선아,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한 임경아, 김일영 등 각자 작곡·편곡·프로듀싱 등의 능력을 고루 갖춘 멤버가 함께 2003년 결성한 K-Jazz 보컬 그룹이다.
그들은 3년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EP로 데뷔했고, 2008년에는 1집을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알려졌으며, 2013~2014년에 멤버 재정비 후 활동을 이어갔고, 2022~2024년에 다시 싱글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낯선 사람들'을 채운,
나만의 단비
https://brunch.co.kr/@bynue/78
https://brunch.co.kr/@bynue/150
'낯선 사람들'에 대해 아주 잠깐만 다시 짚어보고 넘어가자면, 유재하 음악가요제 2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찬용이 1991년 인천대 음악 동아리의 인맥과 외부 보컬을 영입하여 시작되었는데, 그 결과로 1991년 우리노래전시회 4집, '무대 위에'라는 곡으로 데뷔했고, 1993년 그들의 깜짝 놀랄 명반인 정규앨범 1집으로 세상에 그들의 이름을 알렸으며, 1집 후 이소라의 탈퇴와 멤버 재편을 거쳐 1996년 2집까지 낸 뒤 1997년경 리더 고찬용의 공황장애 등으로 인해 모든 음악활동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고찬용, 이소라와 같은 K-Pop 레전드들이 몸담았던 그룹이라는 선입관적 정보를 미리 주입하지 않아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케케묵은 CD의 먼지 속을 뚫고 귓가로 파고드는 그들의 세련됨은 그저 헛웃음만 나올 정도로 아름답기만 하다.
그 강렬함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애정과 사랑 때문이었던지, 그들이 소리소문 없는 해체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가지게 되는 안타까움을 넘어 내게는 큰 '배신감'까지 느끼게 해 줬었다.
물론 이후에도 많은 훌륭한 그룹과 팀들이 등장했고 또 수많은 멋진 작품들을 발표했었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낯선 사람들'을 대체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그린티'의 등장은 한 줄기 빛, 마른땅의 '단비'와도 같았다.
하지만 1집 발표 이후에 긴 공백기가 지속될 때, 무슨 트라우마에 걸린 것과 같이 불안 불안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팀의 리더와도 같았던 '김혜능' 그리고 원년멤버 '이선아'가 떠나고 새로운 4인조로 2013년 2집 앨범을 발표한다. 하지만, 멋진 재즈 하모니를 들려주는 그들의 노래에서 뭔가 그들만이 특색이 사라진 듯, 아쉽기만 했었다.
원년멤버의 재귀환
그린티는 2014년, EP '조금씩' 거장 이광조와의 콜라보 싱글 '내 마음속에 비'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원년멤버였던 김혜능은 편곡 등의 작업에 다시 함께 참여하게 되지만, 이후 그린티는 또다시 긴 공백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2022년 그린티는 김혜능, 은재(박지은), 이선아, 윤덕현의 멤버로 두왑사운즈와 함께 캐럴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를 발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Valentine' Snow', 2024년에는 '오늘 일정 없음' 발표하며 녹슬지 않은 멋진 하모니를 우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The Green Tea'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숨은 명곡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팀명과 같은 'Green Tea'로 팀 멤버였던 임경아가 작사/작곡, 프랑스의 프로젝트 재즈 밴드인 'Metropolitan Jazz Affair'가 편곡을 담당했다.
참고로 'Metropolitan Jazz Affair'는 2001년 결성된 프랑스 리옹을 기반으로 한 재즈/누재즈/소울 계열 프로젝트형 밴드로 핵심 멤버는 프로듀서 Bruno Hovart(Patchworks), 트럼펫 연주자 Stéphane Ronget, 피아니스트 Benjamin Dévigne이고, 보컬/색소폰 등 게스트가 곡마다 참여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적으로는 Easy Listening을 추구하는 재즈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한데 전통 스윙 재즈보다 훨씬 도시적이고, 펑크·소울·보사노바·브레이크비트가 섞인 세련된 라운지/누 재즈 사운드가 강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티의 1집에서의 그들은 'Green Tea', 'Big Mouth', '설레임', '들어봐요', 'Do It Now', 'Love Is Magic 2' 등 다수 곡의 편곡·연주에 참여했는데 앨범 속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유럽풍 재즈 질감을 만든 핵심 외부 협업자가 바로 이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빠른 비트의 라틴계 드럼에 맞춰 곧 시작을 암시하는 브라스의 연주, 그리고 기타, 일렉피아노, 베이스가 가쁜 심장소리에 맞춰 '따박따박' 내 마음을 두드릴 때쯤, 임경아와 이선아의 달콤하고 깨끗한 음색에 나도 모르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된다.
이 노래가 참 매력 있다고 생각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노래 전반에 그루브한 반복적 리듬을 선사해 주고 있는 일렉트로닉 피아노의 연주인데, 이러한 Metropolitan Jazz Affair 편곡의 숨어있는 세심한 관심과 표현 하나하나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명곡의 두껍고 단단한 기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반복적인 연주의 기둥을 브라스가 함께 하게 되면서 보다 재즈적인 감성뿐만 아니라 리듬감과 흥겨움을 더하게 되는데 그저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감출 새 없이 마냥 좋기만 하다.
이 노래는 흔히 주 멜로디와 코러스가 다른 멜로디와 가사를 부르는 '카운터 멜로디(Counter Melody)'의 방식을 중간에 취하고 있는데 메인 보컬이 한 말에 다른 성부가 대답하듯 받는 것을 'Call & Response'라고 한다면 이 노래는 여성보컬 2명이 주멜로디를 이끌고 남자 보컬 2명이 이와는 독립적으로 단순히 “대답”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선율 흐름을 갖고 주선율과 동시에 진행한다.
사실 이런 '카운터 멜로디'의 기법은 아카펠라 등 보컬 중심의 하모니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긴 하지만, 자칫 각 보컬의 음색이나 화성이 아주 조금만 뒤틀려도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실패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초고난위도의 합창이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그 그룹의 팀워크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의 하모니는 어느 한 곳 흠집을 잡기 어려운, 완벽에 가까운 멋스러움을 전달해 준다.
그렇기에 현란하고도 다양한 악기의 연주들 속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이 드러내기 시작한 그들의 보컬과 하모니는 어느새 다른 악기의 연주가 묻혀버릴 정도의 몰입감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게 되고, 세상 최고의 악기 연주들을 오로지 즐기게 된다.
Green Tea
온몸 가득 향기가 퍼져 미소를 짓게 하네
나는 왜 늘 녹차냐고, 그녀는 왜 늘 커피냐고 서로를 놀리듯 묻곤 했지만 그때 난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니, 나는 정신없이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나를 붙들어 줄 무게가 필요했고, 그녀는 번잡한 하루가 지나간 뒤에도 마음의 결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맑음을 원했던 것 같다. 내게 커피는 버티는 방식이었고, 그녀에게 녹차는 지키는 방식이었던 것인지 모른다.
햇빛이 창가에 걸리던 모양,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던 사람들의 옅은 그림자,
테이블 위에 놓인 짙은 갈색과 투명한 연둣빛,
그리고 스피커에서 낮게 흐르던 노래.
가끔 손에 닿을 듯 선명하기도 또 금세 희미하게 사라지기도 하는 그녀와의 시간은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이상하리만치 반짝이기만 한다.
나는 여전히 커피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마 지금도 녹차를 좋아할 것이다.
사람의 취향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그리고 생각해 본다.
서로 다른 취향의 두 사람이 같은 계절을 바라보며 잠시 같은 향기가 되었던 일.
이게 바로 기적과도 같은 사랑이지 않았을까?
작사 : 임경아
작곡 : 임경아
편곡 : Metropolitan Jazz Affair
노래 : The Green Tea
빠져드네~ 향긋한 이맛 그윽한 이맛 Green Tea
온몸 가득 향기가 퍼져 미소를 짓게 하네
햇살 좋은 나른한 오후에도
바람 부는 거리를 나 홀로 걸어갈 때도
Green Tea 코끝에 맴도는 그 향기를 그 따뜻함을
떠올리게돼 그리워하게 돼 잊지 못해
Green Tea 언제나 찾을 꺼야 그 향기를 그 따뜻함을
늘 나와 함께 머물러 있어 줘 Green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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