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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Apr 04. 2022

뻔하지 않고 Fun했던

[강릉 02] 혼자가 좋은 강릉 봄 여행 : DAY 1, 둘


이 여행기는 2021년 3월 말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강릉을 중심으로 차로 1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04 | 뻔하지 않은, Fun한 하슬라 뮤지엄 호텔


한동안 난 말없이 무뎌진 내 두 눈을 하염없이 펼쳐진 고속도로 위로 놓았다.

즐겁고 신나고 설레는 여행에 가슴 먹먹함이 더해지니 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애써 나를 위로하고 다독거려 본다.


힘내자! 이제라도 자주 오면 되지!

숨 막히게 죄어오는 자책감을 쓸어내기 위해 가끔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고 무엇인지도 모를 괴성을 질러보기도 한다.


얼마 동안을 그렇게 달렸을까?

중간에 들린 휴게소에서 먹은 그저 그런 '코다리 정식'이 소화될 쯤이었을까?

흐리고 비가 오던 하늘이 거짓말 같이 푸른 얼굴을 삐쭉삐쭉 내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 가까이 왔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자동차의 모든 창문을 내려 제꼈다. 아직 이른 봄날의 서늘한 바람이지만, 닫혀있던 내 맘 속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주기엔 충분했다.

본능적으로 바다가 느껴질 때가 있다. 봄바람이 조금은 서늘하더라도 모든 창문을 열어보자!


그래 드디어...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동해 바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고 벅차오르는 걸 참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쌓여있던 내 안의 답답함도 창문 밖으로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림 같은 동해의 해안가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숙소인 하슬라 뮤지엄 호텔.

난 여행할 때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의 수준만 아니라면 숙소와 먹는 것에 돈을 크게 아끼지는 않는 편인데, 여행을 업으로 삼지 않는 나에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짧은 순간순간의 소중함이 금전적인 스트레스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슬라 뮤지엄 호텔은 특이하고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내가 오고 싶었던 호텔이기도 했고, 특히 박물관, 미술관을 사랑하고 거기에서부터 많은 위로와 평안을 찾는 나에겐 숙식과 관람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하슬라 뮤지엄 호텔의 전경, 원색의 컬러톤이 범상치 않은 철골 구조물과 꽤나 잘 어울린다.


‘하슬라’는 아주 오래전 사용했던 강릉의 옛 이름으로, 하슬라 아트월드는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 절벽에 야외 조각공원, 미술관 그리고 뮤지엄 호텔을 건축했다고 한다. 이곳은 예술과 함께 자연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도하는데 호텔 또한 이러한 '모토'를 살려 ‘자연’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모든 객실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으로 설계되어 바다와 산 모두를 느끼고 즐길 수 있고, 호텔에 배치되어 있는 의자, 테이블, 그림 등 하나하나가 지나칠 수 없는 예술 작품이기에 예술 속에서 여행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선 호텔 방은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새집(둥지)'을 형상화한 특이한 구조의 타원형 침대,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가 먼저 눈에 띈다. 침대는 내가 이제껏 여행하면서 경험한 가장 특이하고도 큰 침대였는데, 킹사이즈를 훨씬 넘는 커스텀 사이즈였다. 거짓말 좀 더 보태서 4~5명도 잘 수 있을만한...


문을 열고 들어간 호텔 복층 룸에서 보이는 침대, 그리고 동해바다

 

동물적으로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향해 몸이 움직인다. 중문을 열고 나서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이 멋진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상하며 지친 몸을 녹일 수 있는 욕조가 곁에 있다. 바닥 난방이 되는지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하슬라 뮤지엄 호텔은 방안에 풍경을 바라보며 쉴수 있는 욕조가 구비되어 있다.


욕조에 우선 물을 좀 받아 놓자. 아무래도 몸을 담가야 할 정도면 물을 채우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

그리고 파도소리가 들릴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자! 살랑살랑 부는 봄바다의 손짓이 꽤나 간지럽다.


나도 모르게 난간에 발을 올리고 따뜻한 바닥에 몸을 눕혔다. 나른한 오후, 눈을 감으면 바로 잠이 들 것만 같은 풍요롭고도 숨 막히게 편안한 시간이다.


그래.. 이거지.. 이런 게 진짜 쉬는 거지!


호텔 방안에는 휴지, 수건걸이며, 화장실 세면대까지 기이하고 신비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특히나 저 빨간 화장실 슬리퍼는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하고도 아름다웠다.  

그래... 개인이 취향이 가득한 것이라 다른 사람에겐 지루하고 기이할 수도 있을 테지만,

나에게만큼은 뻔하지 않고 Fun Fun한, 재치가 넘치고 유머러스한, 세련된 즐거움을 전해 주고 있다.


뭐하나 재치와 유머가 빠지지 않던, 세련된 즐거움을 선사해 줬던 하슬라 뮤지엄 호텔


적당히 뜨거운 욕조에 물이 제법 채워졌다.

그래.. 운전하는데 고생한 내 몸에게 주는 선물, 반신욕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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