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03] 혼자가 좋은 강릉 봄 여행 :DAY 1, 셋
이 여행기는 2021년 3월 말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강릉을 중심으로 차로 1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호텔에서 반신욕을 즐긴 나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진짜 동해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다. 하슬라 뮤지엄 호텔에서 차로 1분 거리가 안 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등명해변은 화려하지 않지만 강원도와 동해의 매력을 듬뿍 가지고 있는 작고 한적한 해변이다.
해변가를 따라 강릉-동해 기찻길이 어우러지고, 양 옆으로는 소나무 숲이 아름드리 반기고 있다. 언제였는지 어렴풋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기찻길 추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거의 뛰다시피 건넌 기찻길 그리고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소나무 숲을 지나면, 내 맘속에 그리던 그림 같은 등명해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해변으로 달려갔다.
시원한 봄바다의 파도가 내 오랜 묵은 걱정과 괴로움을 씻어내듯, 가슴속으로 말려왔다 또 그렇게 쓸어내려간다.
바다는 언제나 옳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한참을 파도 소리와 내음에 취해 있을 무렵, 서서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동해바다는 일출이 최고 멋진 곳이라는 데에 큰 이견은 없지만, 해지는 저녁 햇살을 가득 품어 비치는 늦은 오후의 금빛 바다 또한 아름답다. 동해 바다와 맑은 햇살이 주는 이 광경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맞이해 주는 환영 인사와도 같이 느껴졌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영화에서나 볼법한, 소나무가 지붕을 관통해 있는 범상치 않은 집 한 채가 눈에 띄는데, 아침에 일어나 뛰어나가면 바로 파도와 바다가 맞이해 주는 이 집의 주인장이 궁금해졌다.
이 집 주인분은
자연을 사랑하는 멋진 분이실 거야..
부럽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해안가를 산책하는 동안 제법 어둑어둑해졌고, 아쉽지만 '앞으로 여행에서 바다는 지겹도록 보겠지'라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 멀리 익숙한 기찻길 경고 종이 울리고, 이젠 구경하기도 힘든 해안가 기차가 지나간다. 옛날엔 뭐가 그리 신나고 재미있었었는지, 기차가 지나가면 항상 웃으며 손을 흔들어 댔었다.
지금 흔들면 뭔가 어색할까?
아냐 반갑다. 기차야. 그리고 바다야. 그리고 강릉아~!
난 한참 동안 웃으며 손을 흔들어 댔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기차 안 누군가도 날 향해 멋진 미소와 함께 반겨주었으리라~
어린아이와 같이 들뜬 맘으로 추억을 곱씹으며 그렇게 강릉 여행의 첫날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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