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04] 혼자가 좋은 강릉 봄 여행 : DAY 2, 하나
이 여행기는 2021년 3월 말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강릉을 중심으로 차로 1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아침까지 쓰러진 내 몸을 겨우 추스르고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호텔 방안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파도 소리가 마치 오랜 친구에게 아침인사라도 하는 듯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만 같다.
하이~! 밤새 안녕했지? 오늘도 잘 부탁해!
간단한 샤워와 세면을 마치고, 어제 많이 둘러보지 못했던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오늘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인상 쓰며 시작하는 월요일, 뭔가 승리한 이 기분은 뭘까...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참을 수 없다.
'그래.. 오늘은 하슬라 아트월드를 천천히 둘러봐야지!'
아트월드로 입장하게 되면 황룡사 목탑을 지었다는 장인 아비지의 이름을 딴 아비지 특별 갤러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 갤러리는 설치미술과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강렬한 원색의 컬러 때문에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던 멋진 공간이었다.
전시물들을 천천히 둘러본 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Jang'으로 갈 수 있는데, 아트 뮤지엄 다운 조형물과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하슬라 아트월드의 시그니처 커피인 '크랙 슈페너'를 한잔 시키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하슬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야초 커피의 진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달콤한 디저트형 커피였는데, 아침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월요일 레스토랑에 동해 바다의 풍경을 맞이하고 있는데 어떤 커피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싸구려 믹스 커피라도 좋아,
이곳에선 그냥 모닝커피면 충분해!
30여분이 지났을까, 월요일 아침의 풍요로운 낭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나는 본격적인 전시물의 관람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곳 하슬라 아트 월드는 총 5 개관의 내부 전시관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레스토랑을 건너면 바로 3 개관으로 구성된 현대 미술관 중 첫 번째인 1전시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대 미술관 1관은 다양한 설치 미술과 조각, 그림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유리벽 속 색색의 꽃밭에서 손을 뻗고 있는 붉은색 남자 조각상 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이곳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천장과 화려하고 유려함을 자아내는 꽃들과의 아름다운 조화 때문에 하슬라 뮤지엄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지나칠 수 없는, 사진 찍기 좋은 Spot이기도 하며, 수많은 SNS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유리벽 안을 들여다보면 긴 통로가 아래층까지 이어져 있다.
볼록 거울을 활용한 다양한 설치 미술들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현대 미술관 1관뿐만 아니라 야외 조각공원 등에 걸쳐 다른 형태와 컨셉들로 '불쑥' 나타나곤 한다. 빙글빙글 미로와 같았던 화장실 또한 '아트' 뮤지엄 다운, 유머의 코드가 그득 담긴 장소로 그 재치와 아이디어에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현대 미술관 2관은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인데, 대부분은 1관과 동일한 설치미술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2관을 표시하는 간판 옆 하늘과 풍선, 강아지를 모토로 한 미술품은 마치 '르네 마그리뜨'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초현실주의적 작품 같았는데, 개인적으로 내 맘에 쏙 들었다.
2관으로 들어서면 역시 압권은 아까 1관의 유리벽 속 색색들이 꽃들이 마치 번져 있는 듯한 설치 미술들이었는데, 마치 각박한 도시의 시멘트 벽을 풍자라도 하듯이 담쟁이처럼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우리들 삶을 꼬집는 듯도 싶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1관과 2관을 아래, 위층으로 연결하는 긴 통로에 연결된 이 꽃들의 물결은 위에서부터가 아닌, 여기 2관 밑에서부터 자라나 1관 위층까지 물들인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2관 바닥에서 피어나 자란 꽃들처럼...
현대 미술관 3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특별하고도 재미난 터널을 지나가야 하는데, 처음엔 '여기가 맞나?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이한 공간이 재미있다.
허리를 꽤 굽혀 약간은 앉은뱅이 자세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이 터널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러니 헤매지 않도록 그 위치를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1관이 끝나고 2관과 3관의 갈림길에서 2관부터 살펴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3관을 관람하고 2관으로 다시 돌아오기엔 그 길이 꽤 복잡하고 멀기 때문에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면 단언컨대 2관 관람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신기하다고 먼저 들어가지 말자!
지나치면 돌아올 수 없다!
붉은색 그리고 푸른색으로 일정하게 변하는 터널 내부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차원의 세계를 지나가는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과 같다. 그렇게 꽤 긴 터널로 들어서서 조금 걷다 보면, 건물 외부와 연결된 터널 출구를 맞이하게 된다.
출구 밖에는 하슬라 아트 월드 주변의 그림 같은 동해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다시 한번 내쉬며 잠시 잊고 있었던 이곳의 상쾌한 공기를 느껴본다.
현대 미술관 3관은 이곳을 지나 커다란 피노키오가 안내해 주는, 바로 커다란 통창이 매력적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3관 안에는 다양한 피노키오의 조각, 키네틱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현대 미술관 3관은 다른 미술관보다 공간이나 규모가 작은 편이긴 하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큰 작품들이어서 감상하기에 시원시원하다. 특히 이상헌 작가의 피노키오는 내가 본 실내 피노키오 중에 가장 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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