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소기업의 '월화수목일일일' 도전 : 둘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 지 첫 주는 그냥저냥 흘러간 듯했다. 특별히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 같은 건 없었다. 모든 게 평범하고도 무난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9시간으로 늘어난 하루의 일과는 점점 생각보다 꽤 큰 영향으로 다가왔다.
에이~, 고작 1시간 차이인데 뭐.
그래 맞다. 고작 1시간 차이다.
심지어 나의 경우는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 아침엔 조금 일찍, 저녁엔 조금 늦게 출퇴근하다 보니, 주 4일 근무제 이전에도 9시간 이상 회사에 있었던 것은 늘 있는 일이었다. 물론 매일 9시간을 근무했는지, 아님 그보다 덜했는지 많이 했는지 정확한 통계나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근무 시간이 많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람이란 굉장히 간사한 동물이란 생각이 든 것은, 고작 1시간 늘어났고, 더군다나 평소와는 달라진 것도 크게 없지만 1시간의 연장 근무가 "자율적"이냐 "강제적"이냐에서 오는 피로감이 달랐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퇴근해도 되는데 회사에 있는 것"과 "회사에서 있어야만 하는 것"의 차이다.
결론적으로 심리적 피부로 느끼는 하루는 단순 1시간 이상으로 굉장히 길어졌고, 이상하리만큼 집에 돌아오면 뭔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쓰러져 자야 할 것만 같았다.
평일 약속을 잡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평일이 사라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기다리고 있는 '일일일'을 생각하면 아무런 단점도 되지 못했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이겠지만,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주말의 위력은 대단했다.
평일이었던 금요일이 휴일이 되면서 평소 습관으로 베어버린 몸의 기억 때문인지 늦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8시~9시를 넘기지 않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기존 토요일부터 시작되었던 주말과는 조금은 달랐다. 일반화할 수 없는 개인적 취향이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토요일 아침과는 사뭇 다른 아침이 시작되는 건 맞는 듯했다.
금요일이 휴일이니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기 편한 것' 등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좋을 최대 3박 4일 동안의 스케줄을 짤 수 있었고, 목요일 저녁 출발이 부담스럽다면 금요일 아침 여유로운 2박 3일을 떠날 수 있었다.
1박 2일 짧고 굵은 여행이라면 '주 4일 근무제'가 가장 훌륭한 가성비와 안락함을 선사해 주는데, 여행지 숙소 예약의 편의성이나 교통체증을 말도 안 되게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숙소 예약이 '토~일'이 아닌 '금~토'인 경우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예약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질 뿐만 아니라, 숙소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다양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회사 직원 중 한 명은 매주 여행을 떠나는데, 성수기와 같은 요 근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숙소 예약을 실패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여행 후 맞이하는 여유로운 일요일엔 다음 주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이나 개인적인 취미, 청소 등 집안일을 해도 좋았다. 한결 모든 것이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로워 지고 푸근해졌다.
여행과 같은 거창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평일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오래된 친구를 찾아가 점심을 한다거나, 병원 진료, 가고 싶던 전시회, 영화관, 공연 등을 너무 큰 북적거림 없이 즐기거나 챙길 수 있었다.
단지 금요일 하루가 늘어났을 뿐인데, 지금껏 누려보지 못한 호사스러운 행복이 삶에 가득해진 듯싶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행복은 잔혹한 현실에 부딪히기 시작했고, '월화수목일일일'의 위기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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