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매버릭'을 직장상사와
보고 난 뒤,

같은 영화 다른 시선

by Bynue
영화 탑건과 탑건:매버릭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 회사 전략기획 BU 과장에게서 회사 전체 공지 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은 회사 워크샵과 관련한 설문조사와 같은 것이었는데 거기엔 선호하는 워크샵 장소와 내용과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아마 근래 타 회사에서 합류해 새로운 식구가 된 10명 남짓의 동료들과의 'Ice Breaking'이 주된 목적인 듯도 했다.


아... 워크샵...


참고로 우리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인원수 인데도 불구하고 20대 갓 대학을 졸업한 MZ세대에서부터 50~60대 꼰대(나이로 규정하긴 참 어렵지만서도...) 불리우는 세대까지 임직원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폭넓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 내부 행사를 하나 추진하는데도 굉장히 다른 취향과 의견이 갈리는데 아마 전략기획 담당자는 언제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류의 행사는 항상 잘해야 본전인 종류의 일들이니.


어쨌든 난 예전부터 체육대회, 운동회와 같은 액티비티 스타일의 워크샵을 극혐해서인지 제발 어디 멀리 놀러가서 운동하는 것만 아니길 바랬고, 회사도 내 취향을 존중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린 꽤 좋은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을 대관하고 단체 영화를 관림하기로 했다.


어떤 영화를 보게 될지는 아직 미정인데 아마 그 워크샵이 진행되는 주에 개봉될 신작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피드백이 있었다.


님~! 최고임!


난 회사에서 전략기획 담당자를 마주칠 때마다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고리타분했던 워크샵에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어준 그녀의 기획력과 센스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아마 정보력이 우수한 다른 직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나는 워크샵 당일에야 오늘 회사동료들과 함께 볼 영화가 '탑건:매버릭'임을 알게되었다. 회사 직원 모두는 영화관을 입장하기전 대기하는 Lounge에 모여 옹기종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에 맞춰 들어섰다.


영화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탑건:매버릭'의 전작인 '탑건'을 30여년전에 봤던 나로서는 그때의 그 감동과 추억을 소환시켜주는 마치 '선물'같은 영화였다. 뱀파이어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탐크루즈(매버릭)'의 변치 않는 멋짐과 1편의 히로인이였던 샬럿블랙우드(찰리)의 부재가 아쉽지 않았던, '중년'의 여성 워너비를 모두 겸비한 완성체인 제니퍼코넬리(페니) 또한 영화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를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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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탑건'의 히로인 샬럿블랙우드(찰리)과 '탑건:매버릭'의 제니퍼코넬리(페니)


또한, 전편에서 등장했던 장면이나 노래, 그리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번 '탑건:매버릭'에 동화되면서 36년만에 만들어진 '최고의 속편'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게 영화 보는 내내, 나 또한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간듯 몰입하여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잘만들어진 웰메이드 '헐리우드 영화'이다.



직장 시니어의 시선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새롭게 합류한 회사의 동료들과의 인사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회사 대표께서는 '탑건은 오늘 워크샵의 취지와 광징히 잘 맞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짧은 서두 이야기를 꺼냈다.


팀원들 간에 있었던
갈등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나가 되어...


팀웍은 탑건:매버릭의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 해변에서 전투 미식축구로 하나가 되는 모습.


탑건 전편의 두 주인공 '매버릭'과 '아이스맨', 그리고 이번 영화의 젊은 탑건 '루스터'와 '행맨'은 서로 경쟁하여 대립하게 되는데, 결국 팀의 분열로 극한에 치닫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결국 서로를 알아가면서 하나가 되어가는데, 어쩌면 이런 아름다운 결말이 새롭게 합류한 동료들을 맞이하여 함께하자는 오늘의 워크샵의 취지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아마 그 누구도 이런 대표님의 말에 강한 부정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장 주니어의 시선


간단한 동료 간의 인사 자리가 끝난 후, 우린 아주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이미 예약해둔 가까운 식당으로 이동했다.


사실, 직장 내 시니어든 주니어든 간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든다는 건, 아니 '잘' 만든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고도 어려운 일이다. 요즘에는 그냥 업무의 원활함을 위해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나름 합리적이고도 개인주의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조차도 힘이 부친다.


어쨌든, 서로의 어색함을 조금씩 지워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아니면 '탑건:매버릭'이 주는 선한 영향력 때문이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약간은 편해진 마음으로 가벼운 농담이나 우스개소리를 시작하기도 했다.


"근데, '탑건:매버릭' 영화 재밌있었어요?" 난 새롭게 합류하게 된 젊은 주니어 동료에게 물었다.


회사 대표님이
매버릭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모든걸 해결해 주잖아요!


매버릭은 심지어 실력도 제일 뛰어난 최고의 탑건으로 조직을 이끄는 히어로이다.


난 뭔가 큰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 어질어질 했다.



같은 영화, 다른 시선


사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회사 대표의 감상평과 직장 주니어 동료의 생각은 둘다 틀리지 않았다. 직장 내 시니어들은이 영화로부터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된 조직'을 보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주니어들은 이 영화가 요근래 한창 유행했던 마블 어벤저스와 같은 '히어로물'로 '우리를 이끌어 해결해 줄 멋진 직장 상사'를 보았을 수도 있다.


물론 수도 없이 많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 중에 극히 일부분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시니어들은 주니어와 같은 생각을, 어떤 주니어들은 대표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차이가 시니어와 주니어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될리도 만무하다.


다만, 내 치부를 들킨것 마냥 머리가 복잡해졌던 건, 나도 어느새 부턴가 직장 내에서 내가 '무엇'이 되기보다, 누가 '무엇'이 되어주길 바래고 있었던 것 같아서 였다.


난 왜 매버릭이
될 생각은 못했을까?


누구나 내 일을 해결해 줄 '매버릭'같은 상사와 알아서 척척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주니어들을 원한다. 홀로 남은 제안서 작성 마지막날 새벽, 내일 아침이면 '우렁각시'와 같은 누군가가 마법처럼 나타나 모든 문서작업을 끝내줬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될 수는 있는건가?


모든 사람이 매버릭이 될 수는 없다. 그저 '나때'만을 외치며 외골수 고집불통 리더가 조직이나 팀을 망치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주니어들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히 잘 해내고 팀내 분위기나 팀웍도 잘 이끌어 가는 리더들를 볼 때면, 매버릭이 '꿈'에서만 볼 수 있는 환상 속 꾸며낸 인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다시 돌이켜 영화 속 매버릭을 회상해 보면, 탑건 전작이든 속편이든 그의 주위엔 언제나 훌륭한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최고의 사기캐 팀원들이 있었다. 결국 지루한 'Chicken & Egg' 게임이 시작된거다.


'매버릭'은 혼자 해?
훌륭한 팀원들은 어디에 있는건데?


이젠 '꼰대'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버렸고, 지시받는 일보다 하는 일이 많아진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예전 만큼의 배려나 도움이 혹여 '간섭'이나 '틀딱'으로 여겨질까봐 두려워 진것도 사실이다. 결국 문제는 소통인건데, 언제부터인가 소통이 겁이 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내게 동료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가왔고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문득 정신을 차렸다. 해맑게 웃고 떠드는 회사 동료들을 바라보니, 피식 웃음부터 나기 시작했다.


그래...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어. ㅎㅎ"


그래도 매버릭은 될 자신은 없다. 36년간 변치않은 그의 잘생김은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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