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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Apr 02.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서른다섯

하루 : 어떤날, 2집 - 1989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노래 선정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아마, 오늘 소개할 어떤날 2집의 '하루'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노래가 '숨은 명곡'이라는 데에 강한 의구심과 반대의 의견을 가질지 모른다.


3000% 만큼 공감한다.


그만큼 어떤날 1, 2집 앨범과 수록된 모든 노래들은 숨은 명곡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레전드와 같은 명작들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레전드 앨범의 명곡 중 하나인 '하루'를 숨은 명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병우'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기타리스트의 팔색조와 같은 연주가 '조동익'의 다양한 개성과 감성이 듬뿍 담겨진 멜로디와 어우러져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시티팝'의 그 어떤 노래보다, 도시적이고도 세련된 흥분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좌로부터 어떤날의 이병우, 조동익


어떤날은 이병우(기타), 조동익(베이스)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으로 1984년 결성하고 1986년 대망의 1집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이병우는 국내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역량 있고 다재다능한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한 때 가십처럼 유행하던 '국내 3대 기타리스트' 등의 이야기들은 사실, Rock 음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보다 넓고 큰 시각에서 본다면, 현존하는 기타리스트로서는 '함춘호', '이병우'가 쌍벽을 이루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이병우는 어떤날 1집에도 실린, 들국화의 '오후만이 있던 일요일'을 작사/작곡한 걸출한 프로듀서이기도 한데, 이 노래는 국내 K-Pop 명반의 1위를 도맡아 하는 들국화 1집에서 멤버가 아닌 사람이 만든 유일한 곡이기도 하다.


이병우는 어떤날 이후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올라 전문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전향하게 되는데, 미국 존스홉킨즈대학 피바디 음악원을 거쳐 예일 콩쿠르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는 처음 우승하는 영광을 안기도 한다.(인터넷 참조)


국내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기타 앨범 발매뿐만 아니라, 영화 OST 음악 감독이나 연주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게 되는데, 1991년 양희은과 함께 발매한 20주년 기념앨범은 아직도 국내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 초 압구정동 거리에서 이병우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친구에게 허접한 종이를 빌려 볼펜도 없이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드린 적이 있다. '저를 아세요?'라며 작은 수줍음과 함께 흔쾌히 볼펜을 꺼내서 사인해 주셨는데, 그날 이리저리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한 기억이 남는다. 아쉬운 건, 슬프게도 그 사인이 어디로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1986년 발매된 어떤날 1집 앨범 표지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대부! '조동진'의 동생인 조동익은 국내 K-Pop에 수많은 영향을 끼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레전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로, 이병우와 함께 '어떤날'로 데뷔했는데 어떤날이라는 그룹명은 조동진의 2집 수록곡으로 허영자 시인의 시에 조동진이 곡을 붙인 노래 '어떤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인터넷 참조)


조동익은 포크, 재즈, 퓨전, 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성으로 뭉쳐진 멜로디와 사운드, 감성적이고 시적인 세련된 가사, 그리고 사람을 아우르는 그만의 특유한 매력으로 K-Pop의 음악적 성숙도를 몇 단계 올려놓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프로듀싱 및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들(장필순 5집/6집, 안치환 4집, 김현철 1집, 우리노래전시회 1집, 시인과 촌장 3집, 김광석 4집/다시 부르기 2)을 보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동아기획을 잇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레이블이었던 하나음악(이후 푸른곰팡이)을 형 조동진과 함께 꾸려 갔으며, 아직까지 휘하 많은 아티스트들과 리스너들의 진심 어린 영향과 존경을 받고 있다.(인터넷 참조)



1989년에 발매된 어떤날 2집 표지


오늘 소개할 서른다섯번째 숨은 명곡은 어떤날 2집에 실린 '하루'이다. 


어떤날 2집이 우리 K-Pop역사에 중요한 앨범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조동익과 이병우가 만든 서정적이고 세련된 노래와 완성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하여 만든 기념비적인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  크레딧을 보면 당시에는 꽤 생소했던 Digital, Computer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하루'의 경우는 드럼은 모두 프로그래밍을 통해 녹음되었다. 참고로 '하루'의 키보드 세션을 보다 보면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웃음 짓게 되는데, 바로 '김현철'이다.

노래 '하루'는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 도시인의 하루를 조동익만의 감성으로 
작사/작곡한 노래인데, 혹자들은 이를 앨범 타이틀 곡인 이병우의 <출발>에 대한 답가로 말하기도 하나,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디지털 플륫이 연상되는 음색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는 조동익 특유의 베이스라인이 곡의 흥겨움과 그루브를 지탱하고 조동익의 나른하고도 푸근한 보컬이 일어나기 싫은 무기력한 직장인 아침의 풍경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이젠 자주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이병우의 일렉기타 솔로가 마치 정신 차리라는 듯 '훅'하고 노래 속으로 들어오는데, 기교는 물론이고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연주에 절로 엄지를 들 수밖에 없다. 또한 후반부에 이어지는 기타 스트로크는 근래 유행하고 있는 퓨전재즈나 시티팝들에 비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음색과 연주라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30여 년 전 그때에도,

그리고 이제 훌쩍 나이가 들어버려 모든 것이 추억이 된 지금에도,

나의 하루는 큰 변함이 없는 것만 같다.


여전히 아침 알람이 야속하고, 항상 허둥대며, 낯익은 출퇴근 풍경에 나른해지고,

또 그렇게 하루에 끝에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혹시 내 하루와 닮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오랜 전설적 듀오가 말해주는 오늘 '하루'를 들어보자.


언젠가 내게 올 멋진 일탈을 꿈꾸며~!




하루

어떤날 2집 - 1989


작사 : 조동익 

작곡 : 조동익 

노래 : 어떤날 


도시의 희뿌연 아침 열리고

가로수 긴팔벌려 하품할때


그대의 머리위에 야속한 쾌종시계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고


저만치 달아나는 시간의 꼬릴잡으려

허둥대는 아침의 뒷모습


하늘엔 낯익은 구름의 행진

길게누운 강물의 꿈틀거리는 몸짓


부서지는 햇살과 스쳐가는 바람에

나의 몸은 한없이 나른해져


물결치듯 숨가쁜 자동차와 사람들

머리위엔 한없이 높은 하늘


아쉬운 저녁해가 먼 산을 넘을때

고개숙인 가로등 하나 둘씩 눈비비고


좁은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외로움

이렇게 하루가 저무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_aKavXPn1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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