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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Jun 11. 2023

숨은 K-Pop 명곡 100선, 마흔둘

지난봄 어느 날 : 하림, 2집 - 200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모두 다 알거나,
하나도 모르거나.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하림의 음악, 특히 그가 발매한 단 2장의 정규앨범인 1집, 2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 다 알거나, 혹은 아예 하나도 모르거나... 


그의 노래나 음악 작업물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MBC 무한도전의 거대한 영향으로 인해 대중적으로는 개그맨이나 방송 엔터테이너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도 꽤 있는 듯한데, 하림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지만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겐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나서, 그가 가진 원래의 재능이나 능력이 알려지는 경우도 수많이 있지만, 하림에겐 그다지 이 논리가 해당되어 온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하림을 음악인으로서 대중에게 다시 각인하게 만든 건, JTBC의 비긴어게인 출연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새롭게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그의 아티스트로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이 나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옛날 공중파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던 MBC 무한도전의 콘텐츠/시청률 파워와, 콘텐츠 플랫폼이 난무한 근래의 JTBC 비긴어게인은 체급 수준이 아예 다른 비교불가의 상대인 건 어쩔 수 없고 여전히 그를 방송인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한도전, 비긴어게인에 출연했던 하림의 모습.


하림의 데뷔는 1996년 3명으로 구성된 팝보컬 그룹 'VEN'이 그 시작이었으나, '77Page', '그대 입술의 향기처럼'과 같은 팝발라드를 대중에 알린 2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하게 된다.


혹자들은 VEN의 앨범 2장을 숨은 명반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으나, 하림이 가진 Potential이 아직 터지기 이전이라 특별히 이 앨범이나 노래가 가진 독특성이나 음악적 완성도를 개인적/주관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최소한 나에겐 꽤 괜찮은 앨범이었지만, 그렇다고 숨은 명반으로 소개할 정도의 엄청난 앨범도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이니 오해가 없길 바라면서... 


군대에서 하림의 음악세계에 반한 윤종신을 만난 하림은 제대 이후, 2001년 '다중인격자', 2004년 'Whistle in a Maze' 등 2장의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이 또한 당시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국가의 음악이나 악기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한데, 2집에서 보여준 아일랜드 민속악기 '드렐라이어'를 활용한 연주, 편곡은 그 당시 한국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금도 아일랜드 음악이라고 하면 하림이 떠올릴 정도로 새로운 음악에 매우 진취적인 태도를 가진 음악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2집 발매 이후 방랑생활이 그리웠던 그는 홀연히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접한 이들의 음악에 심취하게 되어 국내에 최초로 이를 소개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의 음악을 소개하고 선보였던 하림.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젠 그가 만든 2장의 앨범 모두 국내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하는 참 아쉽고도 뒤늦은 음악적 인정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앨범을 접해본 모든 사람들은 2004년 발매한 2집 이후 20년째 정규앨범을 만들지 않는 하림에게 우스개 소리로 '제발 3집 좀 만들어 주세요!!'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로 이 두장의 앨범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으며, 그의 음악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대변하기도 한다.


2004년 발매한 하림의 마지막 정규앨범 표지


오늘 소개한 숨은 명곡은 2004년 발매한 2집, 'Whistle in a Maze'에 수록된 '지난봄 어느 날'이라는 노래인데, 내겐 항상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계절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젠 버스커 버스커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잖아?

재즈 브러시 드럼과 콘트라 베이스, 기타와 함께 미디엄 템포로 시작되는 노래는 그루브가 충만한 리듬을 넘실넘실 대며 잔잔하지만 마음은 흥겹게 만들어 주는 어느 봄날 오후처럼 시작된다. 그리고 중간에 은은하게 받쳐주는 브라스, 감미롭지만 서서히 코러스와 함께 클라이맥스로 들어가 폭발하는 그만의 호소록 짙은 보컬과 멜로디는 모든 것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마법을 선사한다.


작사가이자 극작가로도 유명한 이미나 님의 작사는 마치 노래가사가 아닌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것처럼 굉장히 서정적이고도 감성적인데, 특히 '환한 먼지가 춤추는', '소낙비 같았던 햇살' 등의 표현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림의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아득하기만 한 그 옛날, 봄처럼 나에게 다가와 함께 사랑했던 그녀와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련한 기억을 되감아 생각해 보면, 그녀는 내게 어느 날 단순하지만 의미 있었던 질문을 했었다.

날 언제부터 좋아한 거야?


확실한 건 난 하림 속 노래가사처럼 멋들어지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그냥 '몰라'라고 퉁명스럽고 귀찮은 듯이 툭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뱉어 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린 얼마가지 않아 헤어졌다.

물론 이 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난 언제나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것만 같아 항상 가슴이 아프고 먹먹했고, 헤어진 이후에도 언제나 후회하고 그리워했다.


누구든지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만한 삼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이지만, 난 봄이 올 때면 그녀, 그리고 이 노래가 생각난다.


그리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냥 너를 보면은 눈이 부셔와




지난봄 어느 날

하림, 2집 Whistle in a Maze - 2004


작사 : 이미나

작곡 : 하림

편곡 : 하림

노래 : 하림


창가 따사로운 오후

환한 먼지가 춤추는


그 소낙비 같았던 햇살 사이로

넌 낮잠처럼, 꿈결처럼

음~


그게 언제쯤인 걸까

너는 궁금해 하지만


음~ 대답할 말이 없는데 모르지

음~ 처음부터, 원래부터

음~


Are Be Love

햇살처럼 니가 웃을 때


Are Be Love

그때부터였는지 몰라


그냥 너를 보면은 눈이 부셔와

그래 아득한 봄 같은 너야-

음~


Are Be Love

햇살처럼 니가 웃을 때


Are Be Love

그때부터였는지 몰라


그냥 너를 보면은 눈이 부셔와

그래 아득한 봄 같은 너야-


눈이 부셔~

음~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br7K3sE3L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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