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이후로 이런 두근거림은요.
워크숍 장내에 들어서서 명찰에 이름과 필명을 적는 순간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하더군요.
겨우 네 자뿐인 제 필명이 길다고 느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싱그러운 초록으로 갖춰 입은 동기들의 얼굴을 마주하자 긴장도 되고 수줍기도 했네요.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그중 제일 낯설었던 건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작가로서 꿈꾸고, 열망하고, 미래의 저에게 기대를 해보는 스스로가 가장 초면이었답니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
실망할 자신이 두려워 지레 겁을 먹고는 시작하지도 못했죠.
시작하더라도 적당히 하다가 적당한 때에 그만두고는
'난 어쩔 수 없었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해'라고 위안 삼던 제가 맞나 그저 놀라웠어요.
댓글과 라이킷이 사라지더라도 계속 쓰라고 독려하셨죠.
엄마로서 육아와 가사, 일 등 많은 일을 병행하면서도 글을 쓰는 자신을 칭찬하며 지속하라고 격려해 주셨죠.
이은경 선생님과 슬초브런치 1, 2기 선배님들의 소감을 들어보니 요행은 없는 거 같아요.
그저 묵묵히 자고 일어나고 밥 먹듯이 글을 써야 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글 쓰기를 지속하면 예뻐진데요.
콜라겐 크림, 보톡스, 필러 주사보다 더 솔깃하지 않나요?
글은 나를 치유하고 해방시키는 힘이 있다고들 하죠.
쓰기를 통해 숨겨진 자아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예뻐진다는 그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효과와 맞먹을까요?
남편과 아이는 잠든 조용한 새벽, 글을 쓰고 난 뒤에 아침 식사와 출근 준비까지 거뜬히 해낼 체력을 위해서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은 필수예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허리사이즈는 줄고, 근육량은 늘겠죠?
글감을 찾아 일상의 모든 순간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관찰하는 작가의 눈동자는 크고 영민하게 반짝일 거고요.
글의 퇴고를 마치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쾌감은 도파민을 분비해 혈류를 증가시켜 붉고 풍성해진 입술과 생기 있는 얼굴을 선사할 겁니다.
동기들의 따뜻한 격려와 교감은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감을 높여줄 거고요.
글쓰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밝은 표정에 매력까지 더해준다니 믿어지시나요?
저는 내분비대사 내과에서 호르몬을 전공한 의사는 아닙니다만,
글쓰기를 통해 예뻐진다는 미용 효과,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잖아요.
글과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고 믿어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대요. 글은 내 가치관이 드러나니까요.
내면의 아름다움이 비단 내면에 머무를 뿐 아니라 표정, 인상, 몸짓, 그리고 말투까지.
외면을 아우른다는 것,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 쓰려고요. 저 무지 예뻐지고 싶거든요.
천연 에스트로겐으로 유명한 석류 아시죠?
석류 알알이 토독토독 떼어먹듯이 노트북이든 휴대폰이든 키보드 타닥타닥 두들겨보려고요.
글 써서 아름다워질 우리가 기대되지 않나요?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미모 갱신을 위해 운동하고, 읽고, 쓸 거예요.
딱, 기다리세요. 미모에 반하실 날이 곧 옵니다. 와요.
슬초브런치 3기의 드레스코드, 싱그러운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