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씁니다

100일 글쓰기 2일 차

by 뵤뵤



해야지, 해야지.

오래도록 묵혀온 목표를 이제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습니다.

첫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한 뒤에 조금만 쉬자, 조금만.

했던 것이 벌써 5개월 전이니까요.

두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브런치에 발길이 뜸했습니다.

개업은 했지만 오래 돌보지 않고 방치한 가게처럼 서랍 속 글에도 뿌옇게 먼지가 쌓이는 듯했지요.

저 글들을 써둔 사람이 마치 제가 아닌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굴었습니다.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와중에 시간을 할애해서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께도 제때 화답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쩜 그렇게 열정을 보이던 일에 이토록 무신경해질 수 있었나 물으신다면,

저는 '두려웠다'라고 답하겠습니다.


글을 쓰면 더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더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습니다.

더 좋은 아내가 될 줄 알았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습니다.

단단한 착각이었습니다.


여전히 인내가 부족한 엄마,

여전히 다정함에 소홀한 아내,

여전히 모순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글과 삶이 배치되는 현실을 맞닥뜨릴 때마다

써놓은 글을 보기 부끄러워졌습니다.

보기 부끄러우니 애써 외면하려 했던 거지요.


그렇다고 영영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손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 쓰기 시작했던 두뇌는 매 순간의 자극을 꾸준히 글감으로 인식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이 들 때까지 생각을 멈출 수 없듯이 머릿속에는 시시때때로 생각을 글로 치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어요.

글을 쉬어서 몸은 편했을지언정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SNS에 짧은 토막글을 쓰려고 했지만

그날의 단상이 결국, 쓰지 않았던 여러 날의 단상들과 뒤섞이는 바람에 제한된 글자 수를 훨씬 넘기는 기나긴 글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지요.



'이럴 거면 브런치에 글을 써, 쓰라고. 제발'



써보려고 요리조리 굴렸던 생각만 모아도

수십 편의 글이 됐을 겁니다. 두뇌 활동을 스캔해서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는 AI 모델이 개발되는 세상인데.

그렇다면 브런치에 하루에 두 편 아니, 여러 편의 글을 발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그만 닦달하고 쓰기로 합니다.



그냥 씁니다.



두려움과 욕심,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담은 내려놓고요.


잘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재고 따지다 진이 빠져서 시작도 전에 엎어진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저를 움직일 마법 같은 단어는

"그냥" 입니다.


쓰다가 또 좌절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저와 모순되는 선택을 할지 모르는 미래의 제가 두렵습니다.


좌절, 실망, 열등감, 수치심마저 글로 쓰렵니다.

미완의 과정을 소소히 기록하다 보면 그 길 끝에

시작점보단 나은 제가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서요.


매일 쓰기가 간헐적 쓰기가 되지 않도록

주문을 외워봅니다.

가볍게, 산뜻하게, 소박하게 등등

떠오르는 수식어는 다 생략하고서.








그냥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