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과자

100일 글쓰기 20일 차

by 뵤뵤


우리 아빠는 말이지,


"인생 참, 쓰다"


라는 말을 자주 하시곤 해.


난 처음에 인생이 과자 이름인 줄로 알았지 뭐야.


얼마나 쓰길래 아빠는 계속 쓰다고 하는지,


맛없으면 그만 먹으면 될 텐데 왜 자꾸만 먹어서 쓰다고 불평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


엄마가 자주 틀어놓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그러더라.


소주가 달게 느껴지면 인생의 쓴 맛을 깨달아서래.


우리 아빠도 그래서 술을 마시는 걸까.


인생이라는 쓴 과자를 안주삼아 소주를 달게 마시는 걸까. 정말 궁금해.


요즘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걱정이야.


아빠한테 인생이 달았으면 좋겠어.


소주 따윈 너무 씁쓸해져서 더는 안 마시게 된다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군요. 한 친구가 지금보다 더 꼬꼬마 시절에 인생이란 이름을 가진 과자가 진짜로 있는 줄 착각했대요. 아버지가 습관처럼 읊조리는 푸념에 아이의 동심이 투영된 귀여운 발상이지요.

아무리 어려도, 표현이 서툴러도, 아이들은 부모가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곳에서 마음 깊이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으며, 행복한 상태로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저 기특하고 뭉클합니다.


새삼 제 아이의 걱정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내인 저보다 더 아빠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아이는 요즘 아빠가 탈모가 아닐까 의심이 된답니다. 침대 베개, 소파 쿠션, 화장실 세면대. 아빠의 머리가 닿는 곳마다 짧은 머리카락들이 흩어져 있는 걸 보면 심히 걱정된대요. 정작 저는 자연스레 나이가 드는 과정이겠거니 무심히 바라보았는데 아이는 아니었나 봐요.


"아빠가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아내보다 자식이 더 낫다 싶은 순간이지 싶어요.


아이가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자라주길 바라는 욕심만큼 부모인 우리 역시 아이에게 근심을 안기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쩍 아빠, 엄마더러 150세까지 아프지 말고 꼭 자기 옆에 있어달라 말하는 아이니까요. 저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겠죠.


그래서 내일도 새벽 5시 40분에 울릴 알람을 맞춥니다. 석 달 전부터 아침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침대와 꼼짝없이 한 몸이 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유혹을 뿌리쳐야 합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땀을 흘릴 이유가 그러지 않을 이유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니까요. 아이는 그중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어주고 있어요.


유리창 밖으로 어슴푸레한 박명을 확인하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 아이가 잠든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불을 차고 잘 때면 배 위를 덮어주고,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었을 땐 답답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쓸어 넘겨줍니다. 그러면 졸음은 물러가고 게으름이 떨쳐져요. 인생이란 과자에 달콤함을 더하는 노력입니다.


사뿐사뿐

철커덕.


현관문을 닫으니 끈적한 습기 대신 보송한 가을바람이 뺨을 스쳐요.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예감하며 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