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말결산 : 글쓰기

퐁당퐁당 100편 글쓰기 54화

by 뵤뵤


딱 일 년 전 오늘, 브런치 문턱을 넘은 지 이 개월 된 신입 작가였다. 여기서 신입이란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입문자일 뿐 아니라 글쓰기 분야의 초보라는 뜻을 포함한다. 일 년을 넘긴 요즘이라 해서 다를 건 없다. 쓰는 매 순간 부족함을 느끼는 건 변함없으니 말이다. 해를 넘기더라도 '작가'라는 고유명사 앞에 '신입'이 붙는 건 한동안 유효할 것 같다.


작년 연말은 글쓰기에 대한 초심이 아주 반짝일 때여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필사하던 중이었다. '책 속의 가르침을 모조리 내 것으로 만들겠다.'라는 의지가 펜을 쥔 손아귀에 온전히 실리곤 했다. 주체하지 못한 열정이 노트 뒷면을 오돌토돌 뚫고 나올 기세로. 한 권의 필사 여정을 끝내고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으며 2025년 새해를 맞이했다. 두드리면 쨍하고 소리 날 듯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간절히 바랐던 소원은 주로 '무엇'이 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도 오래오래 지속하는 법에 대한. 멈추지 말고, 잘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만 하자. 꾸준히만. 그렇게 다짐했더랬다.


특히 그 다짐은 글쓰기에 한해서 유독 비장했다. 그래서일까. 가늘고 길게, 쓰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더니 감사한 결실을 거두었다.






글쓰기



1. 브런치북 1편 완결


https://brunch.co.kr/brunchbook/byobyojejuwork


연초 회계 결산으로 한창 바쁘던 시기에 짬짬이 브런치북 연재에 매달렸다. 경험이 부족했던 시기에 쓴 초보작이라 지금 보면 퇴고할 문장들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열어보지 못하겠다. 고치고 또 고쳐도 고칠 것투성이라. 그럼에도 한 시절을 하나의 주제로 갈무리해 세분된 에피소드로 정리해 본 경험은 글쓰기뿐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묻어두고 지나왔지만, 꽤 쓰렸던 경험을 똑바로 마주하고 글로 풀어내니 상처가 아물었고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졌다. 글쓰기의 치유 기능을 체감한 덕에 나는 더더욱 쓰기를 놓을 수 없게 됐다.




2. 좋은 생각 9월호 채택


본업이 바빴을 때 아등바등 브런치북 연재를 마치고 나니 더 이상 쓸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조금 쉬자 하던 것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됐다. 그 사이에 시아버지가 작고하셨고, 모두가 슬픔에 잠긴 와중에 도저히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불현듯 시아버지와 얽힌 추억이 떠오르면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금 글에 기대 보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참 사랑을 많이 받은 며느리였다. 하해와 같은 사랑을 기록하지 않으면 오래도록 후회할 거 같았다. 브런치에, 아버님에 대한 글을 써 두고 또 한참을 쓰는 법을 잊은 듯이 지냈다. 그러다 영 손 놓고 있는 모양새가 탐탁지 않아서 발행한 글을 다듬어 <좋은 생각>에 응모했다.


기대 없이 뭐라도 해보자고 조바심이 시킨 일이었다. 9월호에 내 글이 실린다는 전화를 끊고 나서 목 놓아 울었다. 글이 채택된 기쁨인지, 축하해 줄 아버님이 더 이상 곁에 없기 때문인지, 어느 쪽이 더 큰 마음일까 분간할 수 없었다.


추석에 봉안당을 방문할 때 <좋은생각> 9월호를 들고 갈지 고민됐다. 시댁 식구들은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구태여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환히 웃는 아버님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기도하듯이 속엣말로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님, 그곳에서 안녕하시죠?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작은 애기가 글을 써요. 그런데 <좋은생각>이라는 책에 제 글이 실렸데요. 아버님께 고마웠던 이야기를 썼는데 다 덕분인 것만 같아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버님.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




3. 공저 육아에세이 『그럼에도, 사랑이었다』출간

자세한 감상평을 남겨준 친구야, 고맙다.


<좋은생각>에 채택된 경험이 글쓰기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폈다. 활활살롱이라는 읽고 쓰는 지역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1일 1독'과 '1일 1줄' 인증 챌린지에 참여했다. 쓰기가 마냥 어려울 때는 한 줄 쓰기조차 버거웠다. 챌린지를 하는 동안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무 말이나 해보자고 마음먹으니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한 문단이 되는 게 쉬워졌다. 맥락 없더라도 속엣말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매일 하다 보니 양이 늘고, 가속도가 붙었다.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성장하는 원리와 닮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얻은 자신감 덕분에 『그냥 쓰다 보면 100편이겠지』매거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이었으면 12월 31일까지 100편을 쓰겠노라 호언장담했겠나. 예기치 않은 일상의 부침들과 내면이 바닥나는 경험으로 글이란 수타면 뽑듯이 쭉쭉 뽑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비워내면 반드시 채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됐다. 어찌 보면 내 역량을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이로써 다시금 겸손해질 기회를 얻었다.


이 글로 『그냥 쓰다 보면 100편이겠지』매거진은 올해 54편의 글로 마무리하게 될 테지만, 미완성도 완성의 일부라 우겨 보련다. 한 편도 안 쓰고 두 달을 흘려보낸 적이 있는데 하물며 퐁당퐁당 며칠 쉬어가는 것쯤이야. 다행스러운 건 나는 지금의 속도가 싫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도토리 창고에 잔뜩 쌓아놓고 요리조리 굴려서 다듬고 다듬어 풀어놓는 해방감이 즐거울 따름이다.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수 요건이라는 다독, 다작, 다상량을 삶의 일부로 삼고자 노력했다. 돌이켜보니 거창한 욕심에 비해 실천이 미약하면 어쩌지, 불안과 걱정이 쓰는 원동력인 해였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던 날조차 아예 안 쓰고 있는 게 편치 않아서 억지로 하얀 모니터를 마주하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곤 했으니까. 그러다 연말이 되었다. 그냥 읽고, 쓰고, 뛰다 보니 오늘이다.


내일과 모레도 일상은 오늘과 다르지 않을 텐데, 달력의 숫자가 바뀌고 세간의 공기가 달라질 것이다. 마흔 이후로 나이를 열심히 셈하지 않지만 나잇값만은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골치 아파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고 못 본 척해버리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새해엔 말보다 행동이 앞설 수 있기를 바라본다. 꾸준함을 잃지 않는 건 당연하다. 올해 공언했던 계획을 실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내년은 한 발짝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품어본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성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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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님들,

덕분에 좋은 글을 읽고 교류할 수 있어

감사한 해였습니다.

2026년 새해,

무사 안녕과 만사형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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