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연말결산 : 운동

퐁당퐁당 100편 글쓰기 53화

by 뵤뵤


따지고 보면 올 상반기에 완결지은 브런치북 『제주살이 워킹맘 멘탈사수 생존기』는 카페인과 혈당 스파이크로 쓰였다. 한 편에 카페라테 한 잔, 한 편에 초코파이 하나 혹은 두 개. 차곡차곡 쌓이는 문장만큼 옆구리와 허벅지에 체지방이 늘었다. 아마 유월이었을 거다(실은 날짜가 또렷이 기억나지만, 굳이 되새기고 싶지 않다). 몸무게 앞자리가 '5'에서 '6'으로 바뀐 것은. 삐용삐용- 적신호가 울렸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바지들을 전부 새로 사야 할 판이었다.






운동


체중 -3.5kg

근육 +700g

체지방 -3.9kg

체지방율 -4.9%

허리둘레 -6cm


이십 대에는 저녁 한 끼 굶으면 다음 날 500그램을 가뿐히 비워낼 수 있었지만 마흔을 넘긴 뒤론 달랐다. 몇 개월씩 고생하며 감량해도 고작 명절 연휴 며칠을 풍족하게 먹고 나면 이삼 킬로그램쯤은 우습게 쪄버렸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인지 한 번 찐 살을 되돌리기란 점점 불가능해져서 몸무게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터였다.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는 습관은 청소년기부터 반복된 몹쓸 타성이자, 번번이 다이어트를 실패하게 만든 원흉이었다. 긴장과 압박을 달고 짠 음식이 주는 도파민으로 잊어보려다 건강을 잃게 생겼다. 삼십 대 후반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이 넘고, 목, 어깨, 허리에 통증이 자리 잡고서야 뒤늦게 각성하다니. '안 아프기 위해 운동 해야겠다'라는 결심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먹고 자고 숨 쉬는 일 외엔 근육을 써본 적 없는 운동 초보는 입맛에 맞는 종목을 찾아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봤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 어느 것을 끈기 있게 오래 붙잡지 못했다. 배우자가 장기간 육지 출장을 가버려 나 홀로 육아해야 할 때면 운동하는 동안 아이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일과 양육, 살림을 병행하느라 빠듯한 하루 중에 운동을 끼워넣기란 사치스러운 시절이었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수록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 나약한 체력만큼 히스테릭해지는 짝꿍의 성미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남편이 운동 시간을 적극 보장해 주었다. 인바디 검사를 한 결과, 체지방량이 골격근량을 훨씬 능가하는 연체동물 형 인간임을 알았다. 운동하는 노선을 바꿔야 했다. 더 이상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무병장수를 위한 근성장으로.


올여름 나라에서 줬던 민생 지원금을 PT 지원금으로 값지게 썼다. 혼자서 본 대로 운동하다가 목에 담이 오거나 어깨와 무릎에 염증이 생겨서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았다. 실비보험을 적용한다 해도 치료비를 따져보면 개인 PT 가격이 비교적 합당하게 느껴졌다. 주된 통증의 원인이 나쁜 자세와 근력 부족이었으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병원비를 절약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배우자의 야근이나 회식에 지장 받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꼽아보니 새벽만 남았다. 출근 전, 이른 아침에 개인 PT가 가능한 곳을 겨우 찾았을 때 헬스를 제대로 배울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운 좋게 일일 체험 수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트레이너는 나의 어설픈 자세만 보고도 집중 부위가 아닌 엉뚱한 근육을 쓰는지, 관절을 쓰는 건 아닌지, 가려낼 줄 아는 베테랑이었다. 덕분에 부상 한번 없이 30회의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었다.


회당 수업료를 생각하면 대충 할 수 없었다. 나쁜 습관을 끊어내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동원해야 본전을 뽑는 거였다. 7월 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매일 식단과 운동을 기록했다. 녹황색 채소와 잡곡, 통밀과 같은 몸에 좋은 탄수화물, 고단백 식단으로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주 2, 3회씩 새벽 PT 수업에 단 한 차례의 지각없이 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트레이너가 늦잠을 자서 수업이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어도. 그런 날 아침은 나름대로 헬스장을 통째로 빌린 듯이 혼자 운동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헬스장으로 달려가 아령을 들고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다리에 힘주어 스쾃을 하는 건 고역이었다. 근력 운동의 원리는 중력과 반대로 힘을 쓰는 것이다. 몸을 중력이 끌어당기는 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중량이 올라갈 때마다, 나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타협은 던져놓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 그래야 도저히 못 들 것 같은 무게를 들고, 한 번이라도 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체지방을 걷어내고 근육을 늘리는 노력은 정신을 딴딴하게 연마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물렁물렁한 연두부 같은 팔다리가 줏대 없이 중심 잡지 못할 때 새삼 교만함이 사라지고 겸손해졌다. 너무 힘들어서 이쯤 하자는 생각이 고개 들 때 몸무게만큼 지구를 밀어내는 중이라 상상하면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그래서 근력 운동을 마음 수련의 일환이라고 여겼다. 신체 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개인 PT를 받는 내내 최종 목표는 운동 자립이었다. 트레이너가 곁에서 관여하지 않아도 꾸준히 자발적으로 근력 운동을 하는 것. 이 목표는 새해뿐만 아니라 거동이 자유로운 날까지 내내 유효할 것이다. 다행히 12월 한 달 동안 보름 이상을 수업료라는 자본주의적 압박 없이 새벽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땀을 흘렸다. 다 운동 인증 챌린지 덕분이다. 작년 이맘때 부지런히 출석했던 <슬초3기 작가의 운동방> 문을 다시 두드리길 잘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곳에는 바쁜 일상 틈틈이 땀 흘리며 서로의 건강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본받아 어렵게 얻은 좋은 습관을 평생 가져가련다.


어린 시절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의지박약이란 기질을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적는 지금, 구부정했던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 펴고 느슨해진 배에 힘을 줘본다.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2026년 해돋이는
달리면서 맞이하자!






<2025 식단과 운동 기록>